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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Prism] 리더의 따뜻한 말 한마디…공정성·신뢰 높여
기사입력 2018.02.23 0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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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경력이 20년 가까이 되지만 아직도 학기 말이 되면 만감이 교차한다. 마음 한편으로는 한 학기를 마무리했다는 안도감. 다른 한편으로는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과 최종 학점을 확정 공개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공존한다.

내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학점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고 방학이라는 즐거움을 만끽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학점 관리가 중요해지다 보니 학점을 공지하면 문의하는 이메일을 많이 받는다. 그러다 보니 더 신중하게 학점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

학점을 확정할 때 많은 요인을 고려하게 된다. 물론 시험, 퀴즈, 프로젝트, 발표 등 강의계획서에 제시한 배점에 따라 학기 중에 점수를 부여하고 수강생과 공유한다. 최종 학점은 이 점수를 바탕으로 결정하는데, 혹시라도 너무 박하게 학점을 부여해 수강생이 불이익을 당하면 안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후하게 결정해 학점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강생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공정하게 학점을 결정해야 한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 공정성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다 보니 더 신중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

우리는 `공정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에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공정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내가 보는 관점에서 공정하게 학점을 부여했다고 해서 수강생들이 반드시 공정하다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사람은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하게 결정돼야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공정성이란 과연 무엇일까. 공정성은 크게 분배공정성(Distributive Justice), 절차공정성(Procedural Justice), 그리고 상호작용공정성(Interactional Justice)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분배공정성은 분배가 공정하게 됐는가에 초점을 맞춘 개념으로 최종 결정이 공정한가이다. 예를 들어 내가 합당한 대우를 받았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분배공정성이다. 학점의 경우 내가 받은 최종 학점이 내 점수에 합당한가에 대한 판단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분배공정성을 판단할 때 단지 내가 받은 대우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 지인과의 사회적 비교를 통해 분배공정성을 판단하게 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합당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하더라도 나중에 주위 사람들 보상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다고 알게 되면 분배가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가끔 수강생들이 이메일에 친구는 A를 받았는데 본인은 왜 A-를 받았느냐고 문의할 때 바로 분배공정성을 지각하고 사회적 비교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적 비교를 통해 분배공정성을 판단하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는 일이 많이 생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만족하고 공정하다고 느끼게 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다. 그래서 대두된 개념이 바로 절차공정성이다.

절차공정성은 최종 결정이 이뤄지는 절차가 과연 공정했는가,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다. 예를 들어 성과급을 결정할 때 어떤 요인을 고려했는가다. 성과, 역량, 근속연수, 가족 상황, 성장 가능성 등 반영할 수 있는 요인 중에 과연 어떤 요인을 포함시켰고, 가중치는 어떻게 뒀으며, 충분한 기회가 주어졌는가, 어떤 절차에 의해 결정했는가에 대한 판단이 절차공정성이다.

세 번째는 상호작용공정성이다. 분배공정성과 절차공정성은 공식적 조직과 시스템에 대한 지각인 반면 상호작용공정성은 실제로 구성원과 제일 많이 접촉하고 조직을 대표하는 리더가 전체 과정 속에서 공정했는가에 대한 판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보상 결정에 있어서 리더가 구성원을 존중해 줬는가와 피드백 등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는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아무리 공식적인 분배와 절차가 공정하다고 하더라도 구성원이 리더로부터 불합리한 언사를 들었거나,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면 구성원들은 `리더가 불공정하게 결정을 했기 때문에 감추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공정성 지각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흔히 리더들이 공정성을 생각할 때 분배공정성과 절차공정성만을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다. 물론 분배공정성과 절차공정성의 중요성을 결코 간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리더가 어떻게 하는가(상호작용공정성)에 따라서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공정성에 대한 판단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실제 우리나라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 세 가지 공정성 개념 중에 상호작용공정성이 구성원들이 리더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정도에 제일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똑같은 보상이라도 리더가 구성원에게 따뜻한 말을 곁들일 때 구성원들은 같은 보상이라도 더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만족감이 높아질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리더는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게 되고, 나아가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할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좋은 관계는 조직 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디딤돌이 된다.

[윤석화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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