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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Focus] 경단녀 막게 `육아휴직`보다 `유연근무`가 바람직
기사입력 2017.06.16 0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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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청년·여성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고 있다. [한주형 기자]
1993년 버블 붕괴 후 일본 경제는 고령화 사회, 저출산, 노동인구 감소로 인해 20여 년간 침체기를 겼었다. 2016년 일본 합계 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1.45명으로 세계적으로도 낮은 수준이며 신생아 수는 98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약 2만명 줄어들었다. 이는 출산율 집계를 시작한 1899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명 이하로 낮아진 수치였다.

심각한 저출산 현상과 노동력 부족 문제가 오래 지속되자 일본 정부는 1990년대부터 저출산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했고 2005년 이후 지금까지 출산율이 점진적으로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초혼 평균 연령이 점점 올라가고 임신 가능성이 있는 만 30~40세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해 신생아 수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여성적인 노동정책을 펼치고 해외 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친여성 노동정책이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확대, 경력 단절 여성 인력 노동 참여 장려, 남성의 육아 참가 유도 등이다.

로버트월터스 일본지사는 2016년 일본 근로자 14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중 정부의 여성 관련 노동정책 중 가장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여성 응답자들 중 가장 많은 27.8%가 남녀에게 공평한 인사제도를 꼽았다. 다음으로 재택근무(23.2%), 유연근무제(16.3%) 등을 꼽았다. 반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더 늘려야 한다는 답은 상대적으로 소수였다.

한국 역시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해 일본과 비슷한 인구 변화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2016년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1.17명으로 일본보다 더 낮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기대수명을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2030년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세계 최초로 90세를 넘겨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장수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기업과 정부에서 여성 인력 활용 및 확보를 위한 현실적인 정책과 대안을 내놓을 필요성이 크다.

지난 5월 새로 출범한 한국 정부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여성의 경력 단절 문재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 가지 육아휴직 관련 정책을 내놓았다. 대표적으로 출산 후 3개월 동안 통상 임금의 80%를 지원하는 육아휴직급여제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자녀 수에 상관없이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을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늘리고, 아빠가 육아휴직을 할 경우 6개월 동안 소득의 80%(최대 200만원)를 지급하는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 인력이 많은 유통업계에서도 다양한 복지제도를 운영하며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롯데는 2012년 임신부들이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자동 육아휴직제도`를 도입해 5년 전보다 육아휴직 비율이 35%나 증가했다. 이런 움직임은 모두 긍정적인 것이다.

그런데 육아휴직 기간을 늘려주고 임금을 보존해주는 것이 과연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정책일까. 한국과 기업문화가 유사한 일본 여성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은 어떨까. 로버트월터스 한국지사는 최근 국내 근로자 7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중 여성 응답자의 24%가 `OECD 최장 노동시간`을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라고 답했으며, 26%가 유연근무·시간제근무 등 `가족 친화적 직장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현재 가장 필요한 노동 정책이라고 응답했다. `긴 육아휴직`이라는 응답은 18%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외국계 소비재 회사에 근무하는 한 여성 응답자는 "가족친화적 직장 문화를 통해 여성이 육아휴직 없이도 충분히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장기 육아휴직으로 인한 경력 단절이나 비효율적인 업무 문제, 대체자를 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 비정규직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해외 기업처럼 유연하게 재택근무를 운영하거나 근무시간 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육아휴직만 무조건 장려하는 것보다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답변했다.

이 응답자는 육아휴직제도의 한계점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 첫째, 긴 육아휴직은 기업 내에서 여성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휴직 기간이 길수록 커리어에서 타격이 크기 때문에 결국 여성의 경력 단절 가능성을 높인다. 둘째, 유능한 인재를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출산·육아로 인한 장기간의 공백은 잔여 인력에 대한 업무 과중으로 나타날 뿐 아니라 육아휴직 기간이 길수록 기업의 금전적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다. 셋째, 업무대체자는 비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현 정부의 정책과 반대로 가는 것이다. 이는 사실 육아휴직자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문제다.

이런 점에서 여성 인력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시간제근무, 재택근무와 같은 탄력적인 유연근무제 활용을 장려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은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라는 경직된 근무시간을 `근태`라는 이름으로 근로자들에게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회사에 일찍 나와 늦게 퇴근하는 것을 성실함의 지표로 삼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런 경직된 근무시간에서는 여성이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기가 극도로 어렵다.
여성과 함께 육아를 책임져야 하는 남성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도 육아휴직을 저출산과 여성 경력 단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탄력적인 근무제를 확산시킬 제도적인 뒷받침과 함께 기업들의 문화를 바꿔 나갈 수 있는 다양한 소통을 해 나가야 한다.

[덩컨 해리슨 로버트월터스코리아 지사장(사진)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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