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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한국, 부패처벌 관대…美선 무죄 우기다 기업 거덜나기도"
드라고 코스 OECD 뇌물방지 워킹그룹 의장
기사입력 2018.03.16 0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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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방지를 위해 긍정적인 보상 체계가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몇몇 기업은 경제적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준법경영 시스템에 투자하지 않는다. 기업의 자발적인 동기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부패 범죄를 저지른 기업에 사후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사전에 동기를 심어줘야 한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는 준법경영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을 경우 조달사업 선정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또 조달사업 선정 시 가산점을 주거나 수출 신용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명시하는 등 다양한 보상 체계가 있을 수 있다.

―준법경영이 기업의 성과에도 도움이 되나.

▷세계에서 가장 윤리적인 기업들의 이익이 S&P500 기업들에 비해 2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준법경영이 실질적인 보상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부패 관련 지수가 1포인트 올라가면 GDP 성장이 0.1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면.

▷지멘스가 전형적인 사례다. 지멘스 회장에게 과거 뇌물을 줄 때 수익과 뇌물을 주지 않기로 한 이후 수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놀랍게도 그들은 뇌물을 주지 않기로 한 이후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고 답했다.

―반부패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법과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OECD 워킹그룹은 한국이 좋은 법과 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처벌과 제재 등 그 적용이 충분히 엄격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실제 처벌 비율을 보면 한국 판사들은 가장 약한 처벌을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 2014년 우리는 한국에서 발생한 부패 범죄 5건 모두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 우리는 보고서를 통해 이것이 충분하지 않다고 결론냈다. 하지만 지난해 전직 대통령과 관련된 불행한 사건의 영향으로 이런 경향은 바뀔 거라고 확신한다. 부패에 대한 인식 수준과 민감도가 높아지는 등 사람들 태도도 바뀌고 있다.

―그전 대통령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이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전·현직 대통령을 조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하는 국가도 많다. 내 조국인 슬로베니아에서 반부패 위원회 헤드를 맡고 있을 때 총리를 직접 조사한 적이 있다. 당시 의회는 내게 3번이나 사임을 요구했다. 음해성 발표문과 기사로 가족 전체가 고통을 받기도 했다.

―반부패와 관련해 국제적인 변화나 트렌드가 있다면.

▷2014년 보고서는 매우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먼저 국제 부패 범죄의 약 절반이 선진국에서 발생했다. 또 부패 범죄 중 40%가 이사회 승인을 받았고, 12%는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무 차원에서 이뤄진다고 생각했지만 최고위층 수준에서 발생했던 것이다. 마지막 트렌드는 기업 관련 사건 중 약 60%가 협상을 통한 합의(negotiated settlement)로 종결된다는 것이었다. 기업이 죄를 인정하고 양형 거래(plea―bargaining)를 하는 것으로, 검사 또는 판사와 합의를 해 사법 절차가 판결까지 가지 않는 것이다. 이는 바람직한 트렌드다. 사법 처리 비용을 줄이는 효과 등이 있다. 하지만 몇몇 국가에서는 합의가 공정하고 공평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등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 기업은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다가 결국 선고받게 될 형량이 높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슬로베니아에서도 똑같은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즉 한국의 사법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의 법 적용 경향은 부패 범죄를 저지른 기업이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더라도 진정한 위협이 되지 못한다. 반면 미국에서는 범죄에 연루된 기업이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다가는 기업 자체가 사라질 수 있을 만큼 법 적용과 사법 시스템이 엄격하다. 그래서 기업들은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을 내는 것을 택한다.

―미국의 국외부패방지법(FCPA) 부서와 많이 협력하고 있다. 최근 FCPA 적용 트렌드가 있다면.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상황이 캄캄했다. 그가 몇 년 전 FCPA에 대해 비판적인 말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부정적인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FCPA가 더 적극적으로 전 세계의 부패 문제에 관여하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뇌물 범죄를 조사하고 처벌하는 일뿐 아니라 부패 범죄와 관련해 기업이 지켜야 할 미래의 표준을 정립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변화다.

―OECD나 다른 기업 또는 기관에서 부패 방지를 위해 블록체인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나.

▷블록체인은 부패를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러시아가 블록체인을 활용해 전자투표를 시행하고, 조지아가 부동산 등록·관리에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것을 상상해볼 수 있다. OECD 차원에서도 구체적인 활용 가능성을 연구하기 시작할 것이다.

▶▶ 드라고 코스 의장은…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뇌물방지 워킹그룹 의장으로 취임했다.
2003~2011년 반부패 유럽국가 연합체(GRECO) 의장을 지내는 등 국제 반부패 분야 전문가다. 슬로베니아 국적으로 2004~2010년 부패방지위원회 의장을 맡으면서 슬로베니아 부총리와 대형 제약회사가 연루된 정경유착 사건을 수사하기도 했다. OECD 산하기구인 OECD 뇌물방지 워킹그룹은 국제상거래에서 뇌물공여를 범죄로 규정한 최초의 국제적 합의인 OECD 뇌물방지협약의 실행을 감독한다.

2018 페어플레이어클럽 서밋 및 반부패서약 선포식
지난 7일 서울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2018 페어플레이어클럽 서밋 및 반부패서약 선포식`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박종훈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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