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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in Biz] 인생도 와인처럼 기다림과 숙성이 필요하다
기사입력 2018.03.02 0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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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 졸업과 입학, 취업 시즌이다. 누군가는 적성에 맞는 대학에 들어가고,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일자리를 잡는다. 인생에서 이어지는 하나의 매듭이 지어지고, 또 다른 내일이 펼쳐진다. 스스로를 대견해하는 고양감도 충만할 터이고, 다가오는 새로움에 대한 설렘도 크다. 주변 이들은 축하와 행운을 보내면서 함께 기쁨을 나눈다. 요즘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의 성공 곁에는 또 다른 누구의 실패가 있기 마련이다. 노력에 비해 바라는 현실이 높았거나, 방황과 치기로 주어진 기회를 놓쳤거나, 그때그때 운이 없었거나,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오늘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졸업을 못 하고, 입학을 못 하고, 취업을 못 해 이 순간의 패배감과 열등감으로 방에서 나오지 않거나 눈에 띌까 봐 뒷골목으로 숨어 다니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 탓만은 아니다.

롤프 도벨리는 최근 신작 `불행 피하기 기술`에서 `난소 복권(ovarian lottery)`을 언급하면서 개인의 성공은 노력만이 아닌 우연에 크게 좌우된다고 했다. 대책 없이 놀고먹자는 얘기가 아니다. 주어진 시간 속에서 애쓰고 정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역경과 시련을 겪은 이들은 그만큼 내성이 생긴다. 상처가 아물고 단단해진 내공은 또 다른 어려움이 와도 든든하다. 힘겹고 버겁더라도 이를 견디고 넘는 과정은 자신만의 힘으로 남는다. 응원의 의미로 이들에게 `북부 론(Northern Rhone)` 와인을 권한다.

프랑스 론 지역은 유럽과 지중해를 이어주는 교통의 요지로 프랑스 남쪽에 위치해 있다. 와인이 생산되는 론 밸리는 론 강을 중심으로 북부 론과 남부 론으로 나누어지는데, 동서남북 광활하게 뻗어 있는 남부 론에 비해 북부 론의 환경은 척박하기 이를 데 없다. 북부 론 포도밭을 처음 방문하는 이들은 그 높은 경사에 놀란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곳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파르고 좁은 언덕에서 포도가 재배된다. 경사면을 따라 계단식으로 조성된 밭에서 수확은 오로지 사람의 손으로만 가능하다. 그나마 기후가 좋다면 모를까, 혹독한 대륙성 기후이다. 따스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는 지중해성 기후의 남부와는 달리 북부의 겨울은 매섭게 춥고 습하다. 봄은 늦게 오고 여름은 건조하고 무덥다.

이런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험난한 환경에서 한번 접하면 잊기 어려운 강렬한 레드 와인과 고혹적이고 풍성한 향의 화이트 와인이 생산된다. 북부 론 레드 와인은 시라 품종으로만 생산되고, 화이트 와인은 비오니에 품종을 중심으로 마르산과 루산이 포함된다. 시라는 짙은 자주색을 보이며, 장기 숙성용 품종이다. 그 어떤 품종보다도 힘과 잠재력이 탁월하다. 갓 생산된 좋은 시라 와인은 가죽과 감초 내음이 올라오면서 입안에서 접착제처럼 느껴질 정도로 농밀하지만, 숙성이 되면서 제비꽃 향과 그윽한 후추 냄새가 일품이다. 비오니에와 루산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은 아카시아 꿀이나 진한 화장품 향이 인상적이고 숙성이 될수록 복숭아나 살구와 같은 여름 과실 향이 더해진다.

북부 론 지역의 와인 산지는 가장 오랜 역사의 에르미타주를 비롯해 크로즈 에르미타주,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콩드리외와 샤토 그리예, 생조제프, 코르나스, 코트 로티가 있다. 그중에서도 `불에 구워진`이라는 뜻의 로티(rotie)와 `언덕`이라는 뜻의 코트(cote)가 결합된 지역 명칭만 봐도 코트 로티가 얼마나 악조건인지를 상상할 수 있다. 남쪽을 바라보고 높은 경사에 위치한 밭은 하루 종일 이글거리는 햇살을 정면으로 받아 포도가 구워질 정도로 대지가 달구어지는데, 사람이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강하게 부는 바람이 이 열을 식히면서 포도의 당도와 산도가 조화롭게 배합된다.

편안한 환경에서 쉽게 재배되고 간편하게 수확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와인들은 결코 흉내조차 내지 못하는 깊은 풍미와 세월을 견디는 지속력이 보장된다.

다만 코트 로티 와인은 제대로 피어나기 위해서는 몇 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사람도 그렇다. 역경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 일어나 주어진 소임에 전력을 다하면서 그 기간을 지내다보면 어느덧 성숙되어 있는 자신이 서 있을 것이다. 험준한 지형과 모진 기후가 위대한 와인을 만들 듯이 그들에게 닥친 오늘의 고충이 헛된 것이 아니다. 지금은 뒤처져 있지만 내일이 기다려지는 그들과 함께 코트 로티 와인을 마시고 싶다.

[장지호 한국외국어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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