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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숫자·지표에 얽매인 평가, 무위도식형 승진자 키워
기사입력 2018.01.19 0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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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자동차 영업소에 각각 세 명씩 영업사원이 있다. `가` 지점에서 일하는 영업사원 A, B, C는 각각 매달 평균 1대, 2대, 3대씩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가` 지점의 월평균 자동차 판매 대수는 2대다. 다른 영업소인 `나` 지점의 실적은 더 좋다. 이곳의 영업사원 D, E, F는 각각 매달 평균 4대, 5대, 6대씩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 `나` 지점의 월평균 자동차 판매 대수는 5대다. 그런데 이 두 지점을 총괄하고 있는 본부장이 `나` 지점의 영업사원 D를 `가` 지점으로 이동시킨다. 이때 재미있는 변화가 일어난다. 두 지점 모두의 월평균 판매 대수가 상승한 것이다. `가` 지점은 2대에서 1~4의 평균인 2.5대로 올라간다. `나` 지점 역시 5대에서 5~6의 평균인 5.5대로 증가한다. 본부장은 판매 실적 향상을 위해 조금도 노력한 것이 없는데도 사람을 이동하는 것만으로 양쪽 영업소 모두의 평균 판매 실적을 올리는, 이른바 실적에 분칠을 하게 된다.

이런 효과를 미국 오클라호마 출신의 코미디언 윌 로저스의 이름을 따서 `윌 로저스 현상`이라 부른다. 그가 "오클라호마를 떠나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사람들 덕분에 오클라호마와 캘리포니아 양쪽 주(州)에 사는 주민들의 평균 IQ지수가 모두 상승했다"고 말한 농담으로부터 유래했다. 이런 현상은 정치, 군사, 경제,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더 들어보자.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사소한 종양도 이제 아주 정밀하게 발견 가능하다. 이에 따라 사소한 종양을 가진 사람 중 상당수가 예전에는 그냥 건강하다고 진단받았을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환자로 분류되고, 게다가 완치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 현상으로 인해 전체적인 종양 완치율이 수치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의를 주는 의학 데이터 분석학자들도 있다.

이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마치 실력이나 실적이 상승한 것처럼 비쳐져 조직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거나 심지어 공을 인정받아 승진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꽤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조심하라`라는 말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면 필자가 이런 글을 쓰고 있겠는가. 그리고 이런 현상이 사회과학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연구가 되었겠는가. 왜 이런 사람을 미리 발견하지 못하는걸까? 자동차 영업소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전체 실적을 보지 않고 각 영업소의 평균 판매 실적만을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상에는 조금만 다른 각도로 보면 전혀 다른 결론이나 결과에 도달하는 자료나 데이터, 그리고 실적이 무수히 많다.

무위도식형 성과자들을 가려내고 이를 통해 본질적으로 조직에 기여하는 사람들을 알아보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미 직전 문장에서 그 답을 보여드렸다. 바로, 본질(本質)이라는 말 자체다. 본질이란 무슨 뜻인가? 어떤 대상을 그 자체이도록 하는 고유한 성질을 의미한다. 본질은 숫자화된 지표로 평가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직 내에서 숫자화된 지표만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숫자는 구체적이고 명확해 보이며 우열을 가늠하기 쉽다. 하지만 그 이면의 본질적인 측면에 대한 기여도를 보여주는 데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조직에는 다양한 평가 지표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다양함이 단순히 평가영역 수가 많아지는 것으로 확보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필자가 아는 어느 작은 기업은 `회사의 핵심 가치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를 어떤 숫자나 객관적으로 보이는 지표도 사용하지 말고 서술하게끔 하고 있다. 거기에는 업무 중 경험한 에피소드와 이야기를 적게 되어 있다.
그 기업의 대표이사는 필자에게 분명한 어조로 이렇게 전했다. "여기에 적혀 있는 내용이 그 어떤 지표보다도 해당 인물의 5년 후를 가늠하게 해주더군요"라고 말이다. 무위도식형이면서 윌로저스 현상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 내용 대부분이 싱겁기 그지없거나 빈칸으로 남아 있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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