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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그럴 줄 알았어"란 푸념, 반복적 실패 부르는 주문
기사입력 2017.12.29 0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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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예측 혹은 사후확증편향(hindsight bias). 필자도 본 칼럼에서 한 번 언급드린 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심리학에서는 정말 많이 언급되는 심리적 오류를 말한다. 굳이 다시 한번 설명하자면, `어떤 일이 벌어진 이후에 그 일이 결국에는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척하는 말이나 행동을 일컫는 현상`을 통칭한다. 실제로 이런 일이 얼마나 많은가. 특히 큰 사고나 사건이 벌어지면 미디어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그 이유들을 쏟아내곤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문득 해보신 분들이 정말 많으실 것이다. `정말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예측하고 있었던 것일까?`라고 말이다. 솔직히 아닌 경우가 훨씬 더 많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내 그럴 줄 알았어!`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되는 현상이 지속되면 이른바 운명론이 만연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어떤 결과가 일어나든 그 결과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고 피할 수 없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게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개인의 일생에서든 조직의 측면에서든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왜냐하면 운명론의 가장 큰 폐해는 미래를 개선하고 바꿔보려는 이른바 발전에 대한 의지와 동기를 짓밟아 없애는 가장 무서운 요인이니 말이다.

그러니 `내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자조 섞인 말은 내뱉기는 쉬워도 그 악영향은 부지불식간에 매우 크다고 심리학자들은 한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 혹은 어떤 환경에서 사람들은 더 많은 사후확증편향을 보이는 걸까? 당연히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이를 통해 그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부분적으로나마 밝힌 연구가 있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뒤셀도르프 하인리히 하이네대학의 심리학자 줄리아 그로스 교수 연구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편으로는 매우 흥미롭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그 원인은 바로 `우울함`이다. 즉, 우울증을 심하게 앓는 사람들일수록 어떤 결과가 일어나면 그 결과가 이전에 예측 가능한 것이었으며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 이후에 어떤 결과가 일어날 것인지 예상해 보도록 했다. 그리고 실제로 어떤 결과가 일어난 뒤 자신이 예전에 했던 예측을 다시금 기억해 보라고 했다. 그 결과, 우울증이 심한 사람들일수록 자신이 실제로 이전에 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부정적인 예측을 했다고 기억하는 것이다.

그런데 긍정적인 결과를 낳은 경우에는 이러한 일련의 극심한 편향 현상이 우울증 환자들에게서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즉, 사후확증편향과 관련된 편향 요인이 관찰되지 않고 심지어 경우에 따라 줄어드는 현상이 관찰됐다. 다시 말해 긍정적인 결과는 일어난다 하더라도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필연`의 반대가 무엇인가? `우연` 아니겠는가?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조직을 침울하게 만들면 조직은 필연적으로 부정적인 결과에는 운명론적으로 민감해지고 긍정적인 결과는 우연론적으로 둔감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조직을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그렇지 않으면 한 가지가 아니라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첫째, 실패를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만연한다. 둘째, 이것이 훨씬 더 무서우면서도 간과돼 왔던 문제다. 성공이 일어나도 우연한 것으로 치부해버려 당연히 가져야 하는 성취 동기의 탄력을 스스로 버린다는 점이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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