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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일에 적합한 사람 찾기보다 능력 펼칠 여건조성이 먼저
기사입력 2017.11.17 0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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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많은 리더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

"이 일에 적합한 사람이 누구냐"라고 말이다.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또 심리학자 입장에서 들을 수 있는 질문이다. 실제로 심리학의 많은 이론과 연구들이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수행된 것 역시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드릴 수 있는 답은 꽤 있다. 그리고 실제로 상당수 심리학자들이 그 질문에 대답을 한다. "그런 일에는 이러이러한 성향의 사람이 적합합니다"라고. 하지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는 리더들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기에 안타까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 일에 내 부하들을 적합하게 만들기 위해 나는 어떤 조건과 상황을 만들어 줘야 하나요?"라고 말이다. 심리학자로서 수많은 연구와 실제 사례를 종합해 보면 사실 두 번째 질문이 더 적합하다. 아니 더 나아가서 실제로도 더 강하고 쓸모 있는 질문이다.

예를 한 번 들어보자. 혁신과 스타트업을 위한 일에 적합한 사람들은 성향 조사를 해 보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무턱대고 수긍하거나 받아들이는, 이른바 눈치를 보는 스타일이 아닌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양한 성격 검사에서 이른바 `우호성`이나 `사회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대부분 나타난다. 즉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일단 해보자는 도전정신이 강하니 그러한 사회적 눈치 보기가 낮은 걸로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성향 조사 연구나 문헌에서 대부분 눈에 잘 띄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 이미 그런 혁신과 도전을 시도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성향을 조사한 결과라는 것이다. 즉 그러한 시도를 한 사람이 결과적으로 자신을 어떻게 봤는가를 조사한 것이지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이 `결국` 어떤 결과를 내놓는가에 관한 인과관계를 정확히 밝히는 연구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눈치 보지 않았기 때문에 도전했는지, 도전했기 때문에 눈치 보지 않는가를 밝히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해답은 원인과 결과를 명확히 밝힌 소수의 연구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필자 역시 그런 연구를 꽤 오래전부터 하려고 노력해 오고 있다. 결론부터 쉽게 말하자면 같은 성향의 사람이라도 눈치를 보게 만들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눈치를 볼 필요 없게 만들면 매우 소극적인 사람이라도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때 성향이 만들어내는 결과의 차이보다 상황이 만들어 내는 결과의 차이 즉 폭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향보다는 상황`이다.

그러니 `어떤 사람이 그 일에 적합한가`를 따지기 전에 `그 일을 제대로 하게 만들기 위해 어떤 여건을 조성해줄까`를 가장 먼저 고민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여건과 상황에 공을 충분히 들였다는 판단이 섰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때 비로소 `적합한 성향의 사람`을 찾는 것이 다음의 일이다. 이 순서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즉 거꾸로 하면 과연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까? 첫째, 항상 실패의 결과를 사람으로 몰아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그러니 점점 믿고 쓸 사람의 수가 적다고 리더는 느끼게 된다. 둘째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사람은 떠나면 그대로 놓치는 것이지만 여건 설정에 대한 노하우는 조직과 리더에게 계속 남게 된다.
만약 여건과 상황 조성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조직은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을 축적할 수 없다. 지혜로운 리더라면 사람을 탓하기 전에 자신이 어떤 상황을 만들고 있는가를 항상 먼저 봐야 한다. 그래서 인간 생각의 작동 방식을 연구하는 인지 심리학자들이 끊임없이 `능력보다 상황`이라는 말을 역설하는 것이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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