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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침묵은 금?…천만에! 무기력의 원인일 수도
기사입력 2017.11.03 0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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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우리 회사의 직원들은 능력도 충분하고 급여도 적지 않게 주고 있는데 매사에 의욕이 부족하다"는 말을 하는 분을 만난 적이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눈에 띄는 명확한 이유를 필자 역시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얼마 후 그 회사에 직접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눈에 그 중요한 이유 하나를 찾을 수가 있었다. 회사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세 치 혀는 칼날보다 위험하다`는 말로 잘 표현될 정도로 입조심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강조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구성원 중 누구도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감정을 표출하는 것을 매우 조심스러워하고, 심지어 꺼리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은 지 꽤 된 것 같은 분위기를 쉽게 느낄 수 있었다.

필자가 몇 번 소개해 이제 꽤 많은 독자께서도 알고 있을 자아고갈(ego depletion)이라고 불리는 현상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 교수에 의하면 그 이유가 바로 설명된다. 자아고갈 현상은 억지로 무언가를 하도록 하게 만들면 욕구를 억누르고 자신을 스스로 통제하기 위하는 데 에너지를 대부분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무언가를 할 심리적 힘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러한 자아고갈 현상이 강제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경우 못지않게 그저 단순하게 감정을 억누르게 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유사한 정도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보자.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한 연구에서 사람들에게 슬픈 영화든 재미있는 영화든 어느 하나를 보여주면서 그 영화를 보는 중에 울음 혹은 웃음을 각각 참아내게 했다. 즉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럼 사람들은 자신이 느끼는 것을 표현하지 않는 데 많은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렇게 감정의 표현을 억제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소진하게 돼 이후의 일에 충동적으로 되거나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얼핏 보면 전혀 다른 방향의 행동인 것 같지만 원인은 동일하다. 더 이상 심리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충동적 행동을 제어할 힘도, 새로운 일을 할 힘도 모두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심리적 에너지의 고갈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할 소리를 할 수 있게 만드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 표현을 거의 하지 못하게 되면 그것을 억누르는 것에 에너지가 소모돼 이후의 전혀 무관한 일을 해야 할 필요가 생겼을 때 그 동력이 이미 소진된 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웃을 때 맘껏 웃고, 힘들 때 힘들다는 소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심리적 무기력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지나치게 점잖음과 엄숙을 강요하면 무관해 보이는 이후의 일에도 의욕은 상당히 떨어진다. 침묵은 금일 수도 있고, 무기력을 낳는 함정일 수도 있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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