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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조직의 혁신 원한다면 개혁 쪼개서 진행하라
기사입력 2017.06.16 04: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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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은 사회과학에 큰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이제 웬만한 사람이라면 귀에 익을 정도로 대중적이 되었다. 이 분야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석학 중 하나가 바로 시카고대학의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리처드 탈러 교수다. 그의 위상은 한 마디로 엄청나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프린스턴대학의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조차도 자신의 공을 돌렸던 인물이니 말이다. 탈러 교수는 지난 금융 위기로 빚더미에 앉은 미국을 이른바 401(K) 저축 플랜의 설계로 구한 사람으로 불리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는 경제학 이론과 심리학의 경험적 지식을 접목해 설득, 조정, 심지어 수사에 이르기까지 인간 사이의 다양한 형태의 의사소통에 그 의미를 확장했기 때문이다.

탈러 교수의 이론과 설명은 왜 이렇게도 지난 30여 년 간 우리를 매료시켜 왔을까? 그 대답은 의외로 간단해질 수 있다. 그의 이론은 사람이 자신의 현재 욕구에 기초해 타인의 메시지 혹은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가 사소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변수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동안 이를 놓쳐왔을 뿐이다.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12개월 후에 10만원을 받겠는가, 아니면 13개월 후에 12만원을 받겠는가." 그러면 절대 다수의 사람은 후자를 선택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질문을 바꿔본다. "지금 당장 10만원을 받겠는가, 한 달 후에 12만원을 받겠는가." 이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전자를 선택한다. 즉, 사람들은 오늘의 쾌락을 이겨내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 대부분은 노후준비를 망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실제로 이런 경우는 무수히 많다.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미국 국방부가 1992년 무려 6만5000여 명의 장교와 일반병사를 감축하는 대규모 인력 축소를 단행한 적이 있었다. 따라서 국방부는 퇴직 대상자들에게 자신의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을지 아니면 연금 형태로 받을지를 물었다. 당시 미국 국채 수익률은 7% 정도였다. 하지만 연금 형태로 받게 되면 연 이율이 18% 내외에 달했다. 그러니 연금 형태가 단연 유리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장교의 52%, 병사의 92%가 일시불을 선택했다. 자신들에게 철저히 불리한 선택을 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이 연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해 정부와 국민 모두가 윈윈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었을까? 탈러 교수가 제안한 방법은 이랬다. 지금 당장은 적은 금액으로 납부를 하도록 하고 급여가 올라갈 때마다 납부액을 늘려가는 구조를 제안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납부 초반부에 큰 저항감을 가지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더 많은 금액을 적립할 수 있게 된다. 지난 금융 위기로 빚더미에 앉은 미국을 이른바 401(K) 저축 플랜의 설계로 구한 사람으로 탈러 교수가 불리는 이유다. 이로부터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은 `급여가 올라갈수록 강제 저축을 늘리라`는 재테크 상식이 자리 잡았다.

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이 시대의 리더들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가? 개혁, 혁신, 창조 모두 좋은 말이다. 국가든, 기업이든 모든 리더가 바라는 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결과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니 과정에서는 훨씬 더 미세한 지혜가 필요하다. 첫 변화는 감당할 수 있는 크기여야 한다. 즉, 생각보다 훨씬 작아야 한다. 성에 차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는 심리학자들이 가장 강조를 하면서 경고하는 바이기도 하다. 아무리 좋은 방향이라도 큰 변화가 일어나면 사람들은 그 자체로 매우 심각한 스트레스와 경험을 얻기 때문이다.
조직의 혁신과 개혁을 원한다면 감당할 수 있는 크기로 반드시 잘게 쪼개라. 그렇지 않으면 그 시도는 반드시 좌초할 것이다. 자고 있는 사자를 1㎞만 다른 곳으로 옮기면 깨어난 사자는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죽는다는 연구도 있다. 첫 변화의 크기는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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