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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불필요한 전염 막으려면 리더는 기분을 드러내라
기사입력 2017.06.09 0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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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강연 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이른바 `총량의 법칙`이라는 말이다. 어떤 의미인가? 지갑에 있는 현금은 철저히 총량의 법칙을 따른다. 내가 오늘 아침에 지갑에 현금 10만원을 담아 가지고 출근했다 치자. 오전에 교통비와 간식비로 3만원을 썼다면 이제 7만원이 지갑에 남아 있다. 점심 후에 다시 4만원을 서적 구입비로 지출했다면 이제 3만원만 남아 있다. 즉 지갑 속의 현금은 총량의 법칙의 적용을 받는다. 우리 인간의 마음에도 이렇게 총량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 있는 반면, 거의 따르지 않는 측면들이 각각 존재한다.

총량의 법칙을 따르는 대표적인 측면이 바로 `의지`다. `어떤 일을 이루려는 적극적인 마음`으로 정의되는 의지는 노력할 수 있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오늘 아침 출근할 때 지갑 안에 담아 놓은 현금처럼 어느 한 군데에서 일정량이 소비되면 다른 종류의 일을 위한 의지는 줄어들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보자. 직장인 A는 며칠 전부터 금연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니 담배를 다시 입에 물지 않으려면 의지를 발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오늘 상사의 꾸지람을 들으면서 맞받아치지 않으려고 꾹 참으면서 오전을 보냈다. 점심 이후에는 하기 싫은 일이지만 완수해 내기 위해 열심히 집중하면서 오후를 내내 보냈다. 이렇게 의지를 모두 소진하고 나면 A의 손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담배가 손에 들려 있다. 오전과 오후에 의지를 모두 소진하고 나니 금연을 위해 사용할 의지가 남아 있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총량의 법칙을 잘 따르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대표적인 것이 `기분`이다. 왜? 이후의 무관한 일에도 쉽게 전염되기 때문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 자녀의 백 점짜리 시험지를 본 사람은 출근해서 맞이하게 되는 첫 회의에서 부하 직원의 웬만한 실수에도 너그러워질 수 있다. 반대로 자녀가 학교생활을 엉망으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상사는 그 기분이 출근 이후에도 이어져 부하 직원의 별문제 없는 결재서류에도 불필요한 트집을 잡기 쉽게 된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의지력은 별 방법이 없다. 지쳐 있는 상태라면 이후에 좋은 일을 못하니 원기회복을 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총량의 법칙을 따르는 의지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을 상당히 들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총량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 기분의 불필요한 전염을 막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자신의 기분이 어떤지 솔직히 밝히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직전의 상황이나 일로 인해 나의 기분이 어떤 상태인지를 말하게 되면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그다음의 무관한 일에 기분을 전염시키는 경향이 확연하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오전에 기분이 별로 안 좋은 일이 있었다`라는 말을 스스로 하면서 회의를 시작하게 되면 그 회의에서 사람들의 의견에 불필요한 트집을 잡을 확률이 떨어진다. 반대로 `출근 전에 좋은 일이 있어서 기분이 좋다`라는 말을 스스로 하게 되면 이후에 보게 되는 서류들의 중요한 문제점을 무사통과시키는 안일함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은 재미있게도 자신의 기분 상태를 스스로 말하는 것으로 전염을 차단하고 경계선을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건 당사자가 아닌 그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는 타인들도 마찬가지의 차단 효과를 가진다는 것이다.

많은 부하 직원들이 상사에게 가지고 있는 불만이 이 기분의 전염에 의한 `트집`과 `무사통과`로 인한 이후의 불필요한 소모적 비용이잖은가. 이를 막고 `내 상사는 종잡을 수가 없다`라는 무수한 불만을 피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내 기분을 스스로 밝히는 것이다. 그래야만 총량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 기분의 전염을 최소화할 수 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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