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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현 상황 그대로 묘사해보라 명확한 판단이 가능해진다
기사입력 2017.03.17 0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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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리더들이 정확하고 적절한 판단을 내리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판단을 내리는 것이 과연 능력의 문제일까? 물론 상당 부분 능력에 기인한다. `판단력`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판단력을 구성하고 있는 요인은 무엇이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선뜻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한다. 왜일까?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판단은 그 자체로서 결과다. 따라서 판단을 내리기 전에는 내가 조금 있으면 내리는 판단이 좋은 것이 될지 아닐지를 결코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우리는 `결과적으로` 좋은 판단을 내릴 확률이 높은 `상태`에 나를 집어넣어 주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다. 그렇다면 여기에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그 사람이 있는 상태를 `묘사`하게 하면 된다. 왜 그런지 한 번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주변의 타인과 물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예를 한 번 들어보자. 길거리에서 고품질 필기구나 프린트 용지를 무료 사은품으로 받게 되면 기분이 좋아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직후 주차장에서 만나게 되는 혹은 집에 들어가게 돼서 보게 되는 자신의 자동차나 TV에 좀 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경향이 발견된다. 왜냐? 좀 전에 발생한 긍정적 정서가 이후의 무관한 대상에 `전염`시키는 것이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심리학자 니콜라스 게강 교수 연구에 따르면 젊은 여성을 칭찬하고 전화번호를 요구한 남성이 실제로 그 여성으로부터 번호를 받아낼 확률은 날씨에 따라 달라진다. 화창한 날과 흐린 날의 성공률이 각각 22.4%와 13.9%로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차이가 나타난다. 이것도 직전의 정서가 직후의 무관한 일에 전염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 남가주대 노버트 슈워츠 교수가 1990년대 독일에서 시행한 전화 조사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은 맑은 날에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감을 흐린 날에 비해 20% 더 높게 평가한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확하고 좋은 판단을 방해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직전에 경험한 특정한 어떤 기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 일상사에서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말을 듣지 않는 자녀 문제로 기분이 나빠진 상태로 출근한 직장 상사에게 내민 결재서류가 좋은 평가를 듣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반대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CEO로부터 칭찬을 받아 기분이 좋아진 상사가 나의 기획안을 꼼꼼히 보지 않고 무심코 무사통과시켜놓고 나중에야 허점을 발견해 더욱 일을 곤란하게 만드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어떻게 이를 막을까? 정답은 의외로 간단한 데에 있다.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게 만들면 된다. 예를 들어 전화번호를 요구하기 전에 `오늘 날씨 좋지요?`라고 묻거나 삶의 만족도 검사지를 내밀기 전에 오늘 날씨가 어떤지 말하게 하면 위에서 관찰된 효과들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즉 자신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에 관한 짧고 간단한 질문을 통해서도 그 기분을 전염시키는 편형과 오류를 얼마든지 제거할 수 있게 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의 상황을 말하게만 해도 사람들은 훨씬 더 쉽게 자신이 현재 느끼는 기분의 이유를 알게 되어 직면하게 되고, 그로 인해 이후의 무관한 일에 대한 생각과 행동에 분명한 경계선을 그어 버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꽤 많은 경우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시네요. 무슨 일 있으세요?` 혹은 `오늘따라 굉장히 표정이 밝으시네요.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라는 식의 짧은 질문으로 내 주장이나 서류에 대한 무조건적 부정이나 긍정을 줄여 나가 좀 더 정확한 판단과 피드백을 받는 경우를 주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인이든 타인이든 좋은 판단을 하고 싶다면 직전 혹은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게 하라. 굉장한 효과가 있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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