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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in Biz] 이웃사촌…가정의 달에 생각하는 `피 나누지 않은 가족`
기사입력 2018.04.27 0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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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는 절대평가보다 상대평가에 가깝다. 모두 함께 잘살기보다는 남보다 조금 더 잘살면 된다. 유익한 유전자를 지닌 개체가 그 유전자를 지니지 않은 개체보다 더 많은 수의 자손을 남기다 보면 유익한 유전자의 시장점유율이 늘어난다. 이것이 진화다.

비교우위의 관점에서 개체의 이익은 집단의 이익과 어긋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인의 이익에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무리를 짓는 생활은 수수께끼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동물의 무리는 피를 나눈 친족이었다. 자신이 새끼를 치지 않고서도 친족을 도움으로써 자신의 유전자는 빈도수를 늘리게 되니까 유익하다. 여왕개미만 새끼를 치는데도 일개미가 평생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모두 유전자를 상당 비율로 함께하는 `자매`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가까운 유인원 역시 친족으로 무리를 이룬다. 침팬지 수컷은 태어난 집단에 남아 있지만, 암컷은 태어난 집단을 떠난다. 이렇게 함으로써 근친교배의 가능성을 줄인다. 침팬지에서 무리를 이루는 집단은 피를 나눈 수컷들이다. 거기에 다른 집단에서 온 암컷들이 물 흐르듯 합치고 떠나기를 반복한다.

집단 구성원이 서로 친족이라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남을 도와준다 하더라도 극단적으로는 남을 도와준 자신이 유전자를 남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더라도 자신의 유전자는 친족의 유전자를 통해서 다음 세대로 전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행위가 결국은 자신을 위한 행위이다. 자신을 희생하며 남을 돕는 이타성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어차피 이기성이었던 셈이다. `해밀턴의 법칙`을 보편화시킨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은 농담 삼아 이야기했다. "물에 빠진 형제 2명 혹은 사촌 4명을 구할 수 있다면 나는 목숨을 걸고 물에 뛰어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의 무리 생활에서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는 남과 크고 작은 무리를 이룬다는 점이다. 인간은 피로 맺어져 있지 않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작은 양보를 서슴지 않고, 장기를 떼어 주기도 하며, 목숨을 걸기도 한다. 이 모두 친족도 혈연도 아닌 나와 피를 나누지 않은 사람들 간의 이야기다. 내게 특별한 이득이 없으며 내 친족에게 특별한 이득이 돌아가지도 않는다. 오늘 내가 도와준 사람은 내 유전자를 그다지 나누고 있지 않거나, 앞으로 내 유전자의 빈도수를 늘리는 데 큰 도움을 주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인간에게는 이타적인 행위와 이기적인 행위가 같지 않다.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들과 목숨까지 걸고 도와주는 이상한 행위는 언제부터 기원했을까? 단지 현대 사회 이전까지 살아 왔던 친족 사회의 습관이 그냥 남아 있을 뿐일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이웃과 `이웃사촌`을 맺고 많은 사람과 `한 가족같이` 살아 왔지만 그렇다고 모두 혈연으로 맺어져 있지는 않았다. 인간은 친족이 아니라도 친족 호칭을 사용해서 서로를 "자매" "형제" "삼촌" "이모"라고 부른다. 옛날의 씨족 마을에서는 같은 성씨를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살았지만 정작 얼마나 피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인류학자들이 연구하는 사회에서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사는 남자이고, 사회·문화적으로 아버지 노릇을 하는 것이다. 아버지와 정작 피를 나눴는지는 알 수도 없고, 별로 중요하지도 않다. 물려줄 재산이 개입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친족이 아니지만, 친족으로 여기면서 친족에게 할 수 있는 일들을 피 한 방울 나누지 않은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을 지구 역사상 가장 힘센 종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지구에서 사는 70억 개체를 친족으로 여길 수 있게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과 무리를 지어 생활할 뿐 아니라 사람이 아닌 동물과도 무리를 짓고 `가족처럼` 지낼 수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어린이날(5일) 과 어머니날(8일)과 같이 60년 이상 된 기념일부터 어버이날(8일), 가정의 날(15일), 성년의 날(19일), 부부의 날(21일)처럼 근래에 생긴 기념일까지 가정의 구성원에 대한 기념일이 이어지는 한 달이다. 올 5월, 우리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챙기는 가족은 인간만이 챙겨줄 수 있는 피를 나누지 않은 가족이면 좋겠다.

[이상희 UC리버사이드 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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