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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in Biz] 퇴임후 더 쓸쓸한 `스타 디자이너`들
기사입력 2018.01.19 0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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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최고라 불리던 디자이너가 돌연 사직했다. 그녀의 명성은 드높았고, 그녀의 디자인은 많은 여성들에게 사랑받았으며, 다음 세대 디자이너들에겐 바이블처럼 신성한 것이었다. 그녀가 사직한 이유는 하나였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는 것. 영국에서 자란 그녀는 오랜 파리에서의 생활에 지쳤고, 런던으로 돌아와 가족과 지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겼다.

프랑스의 한 명품 브랜드는 그녀에게 2년간 간절히 러브콜을 보냈다. 런던에 그녀를 위해 따로 사무실을 마련해줄 테니 거기서 일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까지 던지며 그녀를 설득했다. 2008년, 그녀는 화려하게 컴백한다. 그녀의 첫 패션쇼는 단박에 지루하던 브랜드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으며 그 명품기업의 오랜 구애가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그저 그런 브랜드가 핫한 브랜드로 하루아침에 돌아오는 마술, 그 패션쇼장에 앉아 있던 모두는 기적 같은 반전을 체험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8년, 그녀는 다시 사직했다. 한때 전설이었고 지금도 수많은 팬들이 숭배하는 디자이너인 그녀의 이름은 피비 필로(Phoebe Philo)다. 그녀에게 2년간 구애했던 기업은 LVMH였다. 그녀의 퇴임을 두고 뉴욕타임스는 잔인하게도 이렇게 써내려갔다. "현재 필로는 알버 엘바즈(전 랑방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디 슬리먼(전 YSL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카르도 티시(전 지방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테파노 필라티(전 제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과 함께 뛰어나지만 퇴임 후 아직 고용되지 않는 디자이너들의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 목록의 수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필로는 셀린느라는 브랜드의 수장을 맡아 10년을 이끌어왔고 이제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녀가 뛰어난 디자이너라는 사실에는 누구도 이의가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뛰어나지만 아직 누구에게도 고용되지 않고 있는 디자이너의 수는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왜 누구도 그들을 고용하지 않는 걸까.

지난 10년간 세상은 너무도 급박하게 변해왔다. 필로가 돌아온 2008년은 전 세계가 아이폰을 필두로 서서히 스마트폰에 물들어가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 뒤로 사람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은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같은 SNS가 중요한 소통의 수단이 되었고, 무엇이 핫패션인가를 찾기 위해 사람들은 명품 매장 대신 SNS를 뒤지는 시대가 왔다.

유행이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패션은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과거엔 한 스타일이 유행하면 누구나 비슷한 옷을 사입었지만 지금은 1970년대의 나팔바지와 1980년대의 배기 바지, 1990년대풍의 매니시 팬츠 등이 모두 사랑받는 마이크로트렌드의 시대다.

이런 시기에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디자이너란 패션쇼에서 감동을 선사하는 이가 아니다. 옷을 잘 디자인하는 사람보다는 SNS에서 이슈를 만들어내는 사람, 모바일 시대에 맞는 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 마이크로트렌드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더 필요한 시기다. 이런 풍토는 지난 몇 년간 패션계에 많은 `듣보잡` 스타들을 만들어냈다. 그들의 경력은 불투명했으며, 화려한 이력도 명성도 가진 적 없는 이들이었지만, 그들은 SNS를 장악할 줄 알았고, 마이크로트렌드를 다룰 줄 알았다. 과거엔 패션쇼에 참석한 바이어나 에디터들에게 인정받은 디자이너들이 뒤늦게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지금은 대중들의 지지를 얻는 디자이너들을 바이어나 에디터는 인정하고 따라갈 수밖에 없다.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 감성과 창의가 고급 전문가들 틈에서 빛을 발하던 우아한 시기는 끝났다. 이제는 복잡하지만 풍요로운 대중 트렌드의 폭발 속으로 모든 전문 영역이 던져지고 있다.


다른 어떤 산업군의 모습인들 패션과 다를까. 단지 문제는 전성기를 사랑했던 이들일수록 그 변화를 기꺼이 따라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란 영화가 떠오른다. 고집을 접고 시대의 파도를 유연하게 타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김소희 `김소희트렌드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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