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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in Biz] 누가 시켜서 한다면 할 수 없는 것들
기사입력 2017.12.08 0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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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로 바뀐 한양대 조형물 `LOVE`
캠퍼스 곳곳에 각종 행사 포스터가 빼곡하다. 대부분 학과별, 동아리별, 학회별 발표행사다. 한 해 동안 익히고 실천해온 성과를 모아서 그 결실을 보여주기 위한 행사이니 학생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의미 있고 즐거운 행사가 아닐 수 없다.

팀플(팀플레이)이 유난히 많은 우리과 학생들에게 2학기는 무척 분주하고 힘든 학기다. 전공 학습량도 살인적인 데다 자신만의 대외활동이나 아르바이트까지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서로 팀플 시간 맞추느라 무척 애를 쓴다. 결국 팀플은 늘 늦은 시간에 시작해 새벽까지 이어지고, 그런 팀플이 한 주에 3~4개이니 3~4일은 학교에서 밤샘하기 일쑤다. 그 바쁜 와중에 사진전시회, 영상발표회, 댄스 공연, 뮤지컬 공연 등을 진행하는 것은 놀라울 뿐이다. 누가 시켜서 한다면 할 수 없는 일에 학생들은 열과 성을 다한다.

최근 우리 학교 안에서 유쾌한 소란이 매일 계속된다. 홈커밍데이 행사를 위해서 `LOVE`라는 조형물을 설치해두었는데, 학생들이 밤마다 이 조형물의 철자를 조합해 기상천외한 단어나 조형을 만들어낸다. 각각의 철자 조합을 바꾸거나, 아래위를 뒤집거나, 정면으로 서있어야 할 철자를 측면으로 세워서 매일매일 새로운 단어나 조형을 만들어낸다.

가령 V자는 뒤집고, L과 O는 측면으로 세우면 한글로 `시티`가 된다거나, O만 측면으로 세우면 `LIVE`가 된다거나, 철자 순서를 바꾸고 V를 뒤집어서 `LEON`을 만드는 식이다. 누가 만드는지는 모르지만 아침이면 여지없이 SNS를 통해 즐겁게 공유되곤 한다. 학교도 학생들의 기발한 발상과 창의적인 시도를 즐겁게 지켜볼 뿐이다. 세계 유명 도시마다 LOVE 조형물은 숱하게 설치돼 있지만, 이렇게 즐겁고 창의적으로 향유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지난 학기에는 우리과 학생들이 학교글꼴을 만든 적이 있다. 학생회관 앞에 책상을 설치하고 오가는 재학생들의 손글씨를 직접 받아, 프로그램을 통해 글꼴로 만들 것이다. 500여 명의 학생들의 손글씨는 3000자가량 모아서 만들어낸 글꼴이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기존 글꼴보다 아름답고 매력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문서작성용 글꼴이라기보다는 팬시용품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글꼴이었다. 자비를 들여서 그 글꼴로 만들어 온 엽서의 글귀를 지금도 기억하는 것은 그 감동 때문이었으리라. "애도 어른도 아닌 나이 때, 그저 나일 때, 가장 찬란하게 빛나!" "넌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디지털이든 4차 산업혁명이든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는 구호가 무엇이든 간에 그 핵심은 사람 값을 지금보다 높이고 좀 더 즐겁고 행복하게 변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노력이 아니겠는가?

미래가 어떨지 섣불리 예견할 수야 없겠지만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는 이야기할 수 있다. `참여와 체험을 통한 즐거움의 창출`이 그것이다. 누가 하는 것 혹은 보여주는 것을 일방적으로 보고 즐기던 시대는 끝났다. 향유자가 자발적으로 콘텐츠에 참여해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고, 이해하고, 판단하고, 체험하고, 지속적으로 콘텐츠와 대화할 수 있어야 우리는 비로소 즐겼다고 이야기한다.

이와 같이 참여와 체험을 통해 즐기는 과정이 향유다. 향유는 지금 이곳의 문화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가장 핵심적인 말이 됐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transmedia storytelling), 웹툰, 프로듀스 101, 방탄소년단, 팬덤 등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향유를 전략적으로 잘 활용해 성공한 예라는 것이다.


얼마나 사느냐만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시대라고 한다. 이 말은 자신의 삶에서 가치 있는 즐거움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다양하게 자발적으로 즐길 수 있느냐를 의미하는 것이다. 지금 자신의 삶이 재미없다면 스스로 물어볼 일이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것에 참여해 체험하고 있는지, 그것을 통해 스스로 주인공이 되고 있는지. 당신, 재미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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