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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in Biz] 비만은 오랜 진화의 산물
기사입력 2017.11.17 0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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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추워졌다. 뜨뜻하고 배 속이 든든해지는 음식이 당긴다. 배 속이 든든해지는 음식은 지방질이 높다. 한국의 추석이나 미국의 추수감사절에 먹는 음식들은 특히 지방질이 많고 살이 찌기 쉽다. 포동포동해져서 이제부터 다가올 겨울에 대비하는 셈이다. 이 소식을 별로 반가워하지 않을 사람들도 많을 테다. 헉! 여기서 더 포동포동해진다고?

인류는 점점 비만해지고 있다. 그리고 비만과 함께 오는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기 위한 의료비가 늘고 있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찐다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거의 움직이지 않고 툭하면 가만히 누워 있으면서 먹기도 잘 먹는다. 이들은 온 사회의 부러움을 받는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보다는 치킨을 보기만 해도, 물만 마셔도 그 자리에서 살로 간다는 사람들이 더 많다.

살이 찌기 싫으면 그냥 덜 먹으면 된다고 간단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수입이 줄고 지출이 늘면 자산이 줄 듯,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을 줄이고 몸을 많이 움직여서 에너지를 더 쓰면 `당연히` 체중이 줄어들까? 꼭 그렇지는 않다.

비타민C의 경우 필요량보다 많이 섭취하면 몸에 쌓이지 않고 그대로 내보내진다. 필요량보다 많이 들어오는 열량도 비타민C처럼 소변을 통해 그냥 몸 밖으로 다시 내보내질 수도 있는데 체지방의 형태로 고스란히 축적된다. 이는 인간이 살찌기 쉬운 동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기름진 동물이다. 갓 태어난 아기를 우리는 `핏덩어리`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살덩어리`라고 부를 만하다. 많은 동물의 신생아에 비해서 포동포동한 편이기 때문이다. 태어난 후에도 무서운 속도로 체지방을 축적한다. `젖살`이다.

인간은 살찌는 방법도 특이하다. 야생동물들은 살이 찌기 쉽지 않다. 계절에 따라 살이 올랐다가 마르는 주기를 반복한다. 살이 오를 경우 체지방을 주로 배 속에 축적한다. 인간 역시 그런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인간의 체지방은 배 속이 아닌 피하지방의 형태로도 쌓인다. 배 속 지방은 공간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쌓이는 지방의 양에 한계가 있지만, 피하지방은 끝도 없이 많은 양을 쌓을 수 있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사람들은 에너지를 그만큼 낭비한다. 오히려 물만 마셔도 체중이 불어나는 사람들이 인류 진화 역사의 상당 기간 동안 가장 바람직했다. 자연은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낭비할 만큼 에너지가 남아돌지 않는다.

인류는 수백만 년 동안 항상 먹을 것을 찾아다녀야 했다. 특히 지난 200만년 동안 빙하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면서 열량의 여유분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몸에 비축해 두는 사람들이 특히 우세했다. 눈 덮인 계곡 구석 동굴에서 언제 또다시 생길지 모르는 먹거리를 기다리면서 버텨야 했기 때문이다. 1만여 년 전 빙하기가 끝나자 날씨는 다시 따뜻해지고 농경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먹거리를 하루에도 몇 번씩 먹던 사람들은 이제 한곳에 묶여 살아가면서 몇 가지의 농작물을 집중적으로 키워야 했다. 흉년이 들면 먹을 것이 모자라서 굶어 죽기도 했다. 이런 환경에서 역시 열량의 여유분을 체지방으로 쉽게 축적하는 사람들이 잘 살아남았다.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식량이 넉넉한 상황은 절대로 오래가지 않았기 때문에 고도 비만을 염려할 필요가 없었다.

필요량보다 많은 비타민C를 섭취할 경우 나머지가 몸 밖으로 배출되는 이유는 푸른 잎과 열매가 사시사철 번갈아 피는 환경 속에서는 언제든지 비타민C를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먼 조상이 나무 위에서의 생활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이제 도시 생활을 하면서 비타민C는 더 이상 언제든지 손만 뻗으면 닿을 나뭇가지에 있지 않다. 따로 영양제에 포함해서 섭취해야 한다.
그 대신 열량은 언제든지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있다. 고열량의 스낵류와 설탕물은 곳곳에 비치된 자판대에서 손쉽게 얻어서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도 열량을 섭취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인류는 비타민C 여유분을 몸 안에 축적하고 열량의 여유분은 몸 밖으로 미련 없이 내보내는 형질로 진화할지도 모른다.

[이상희 UC리버사이드 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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