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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in Biz] 예우와 아쉬움 사이…이승엽을 떠나보내던 날
기사입력 2017.10.27 0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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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조직에서든 아름답게 퇴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흐뭇한 일도 많지 않다. 한때는 주역이었던 사람이 제대로 된 인사도 없이 황망히 떠나는 뒷모습만을 남길 때, 떠나보내는 자와 떠나는 자 모두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 있었던 이승엽의 은퇴식은 특기할 만하다. `살아서 이미 전설`이 된 선수에 대한 구단의 예우와 정교한 은퇴 시나리오는 야구팬의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스포츠계에 있었던 최고의 은퇴식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특히 미디어가 보인 관심을 보면 확실히 스포츠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와 다를 뿐 아니라 스포츠계가 `은퇴라는 이벤트`를 활용할 줄 알게 됐다는 점도 느끼게 한다.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의 품도 훨씬 넉넉해졌다는 생각도 든다. 연말이면 기업체와 공직사회에서 많은 `일상의 영웅`들이 커튼 뒤로 사라질 텐데 스포츠 문화의 한 부분에서 일어난 변화가 사회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면 한다. 이는 예의와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승엽의 은퇴식을 지켜보면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우리는 고도로 훈련된 선수의 플레이에서 쾌감을 느낀다. 일종의 `미적 체험`이라 불릴 만한데 간결한 스윙 동작이나 찰나의 순간에 폭발적으로 힘을 활용하는 기술, 미묘하게 관절과 근육을 사용하는 모습은 감동스럽다. 스포츠 영웅은 동작과 기술뿐 아니라 말과 글로도 종종 우리의 감정을 휘젓기도 한다. 마이클 조던이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코트로 돌아올 때 한 말은 "내가 돌아 왔다(I am back)"이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 절대적 권위와 존재감. 어떤 기업의 맹렬 여성 임원이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다`며 호기롭게 외쳤다지만 이처럼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 타이거 우즈는 프로 선언을 할 때 "헬로 월드(Hello world)"라고 인사했다. 당시 스무 살의 청년은 원고를 두어 번 잘못 읽는 실수를 할 정도로 어렸지만 절대적인 자신감이 넘친다. `자, 지금부터 여러분은 저를 주목하셔야 됩니다. 준비되셨습니까?`라는 포부가 느껴지지 않는가. 이제 막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여는 청년들에게는 부럽기만 한데 오직 준비된 자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자신의 은퇴를 시(poem)로 알렸다. `사랑하는 농구에게`라는 제목으로 어린 시절 돌돌 말린 아버지의 양말을 던지던 시절부터 시작해 농구에 마음과 몸, 정신과 영혼을 바쳤던 스스로를 얘기했다. 땀과 상처로 플레이했던 그는 농구에 심장을 바쳤지만 자신의 몸은 이제 안녕을 얘기한다고 표현했다.

이승엽의 은퇴 소감으로 돌아가보자. 필자는 23년간 한국과 일본에서 활약한 이승엽의 마지막 메시지가 무엇보다도 궁금했다. 이승엽과 관련된 잊지 못할 장면 중 하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꺾는 홈런을 날린 후 한 인터뷰였다. 일본전까지 1할대 타율로 마음고생하던 그는 마이크 앞에서 "미안해서…"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굵은 눈물만 뚝뚝 흘렸다. 책임감과 동료의식 때문에 말을 이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때 그가 느낀 소회를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또 한국의 대표 타자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느꼈을 중압감을 그는 어떻게 이겨냈을까? 궁금하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로서 수도승처럼 살면서 깨달은 인생의 진리는 또 어떤가.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그의 좌우명과 함께 그가 우리에게 꼭 전달하고 싶었던 개인적 메시지는 없었을까.

은퇴 소감에서 이승엽은 구단과 야구계 선후배, 팬들에게 빠짐없이 감사의 인사를 남겼는데 `모범생 강박관념`이라 말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어쩌면 감정이 벅차올라 본인만이 할 수 있는 말을 못 했는지도 모르지만 `관리의 삼성`이 치밀한 각본을 짜다 보니 그랬던 건 아닐까. 오롯이 그만이 남길 수 있는 말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은퇴식은 훨씬 더 풍부한 스토리와 감흥을 남겼을 것 같아 아쉽다.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정보기술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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