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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은행에 공예품 전시하니…소문난 `컬처뱅크` 됐다
온라인이 대세?… 동네 파고든 은행·서점 `입소문 대박`
기사입력 2018.01.05 0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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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의 방배서래점의 이름은 `공예와 은행`이다(왼쪽). `공예와 은행` 내 아트숍에 지역 작가들의 생활 공예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 제공 = 채재준 사진작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봄날에 가족과 통영을 찾았다. 아름다운 항구도 벽화마을도 인상적이었지만 자그마한 미술관 옆에 주택을 개조한 네 평(13㎡) 규모 동네 책방이 눈에 띄었다. 이 지역에서 꽤 유명하다는 소규모 지역 출판사가 운영하는 `봄날의 책방`이라는 서점이었다. 알록달록한 외관부터가 범상치 않다 싶었는데, 편집자가 직접 이웃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서가를 채우고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도 판매하는 독특한 공간이었다. 장기간 불황으로 출판계가 몸살을 앓고 있음에도 작곡가 윤이상, 소설가 박경리, 화가 전혁림 등 문화예술인들의 고향이자 그들의 풍부한 콘텐츠가 살아 있는 통영이라는 지역에 매료돼 로컬 스토리텔링 비즈니스를 개척하고 있는 용감한 출판사였다.

더 놀라운 건 이 출판사에서 기획한 책이 광고 한 번 없이 입소문만으로 3만부씩 팔리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20여 년간 전국을 돌며 사라져 가는 구멍가게들을 그린 이미경 작가의 에세이집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영국 BBC 방송에까지 소개됐고, 지역에서 가업을 잇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도 출판계에 신선한 파장을 줬다. 우리 삶을 더 풍성하게 해 주는 경험과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지역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특히 지역 커뮤니티는 사람과 시간이 맞물리면서 그 장소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갖게 된다. 그래서 장소를 읽으면 그 시대의 키워드를 읽을 수 있다. 최근 온·오프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는 장소들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생활 밀착 콘텐츠가 중심이다. 특히 현실과 거리감이 있는 문화예술보다는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적용했다. 입지 환경을 중점적으로 분석해 지역 주민들의 취향을 반영한 곳일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았다.

둘째, 지속적인 방문이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한 번 정도 가 볼 만한 곳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찾게 되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 최근 오픈한 쇼핑몰 등을 보면 진부한 유통이 아닌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비자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상품에 대한 갈망, 자주 방문할 이유가 있는 신선한 경험이 있는 공간에 대한 선호를 반영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방적으로 문화를 주입하기보다는 소통을 기반으로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최근 소비자들이 개인의 취향에 대해 전문가급 열정을 갖고 동호회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취향 인맥`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고객들이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고 나누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그 지역의 거점 공간으로 발전하는 기회를 갖게 될 수도 있다.

앞서 소개한 동네 서점이 지역 주민들의 호응을 넘어 지역 관광 명소로 거듭나는 것과는 별개로 대다수 오프라인 영업점을 갖춘 기업들은 급격한 온라인화라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금융업 또한 마찬가지다. 인터넷은행이 출범하고, 인터넷·모바일 등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 점포를 찾는 손님은 줄고 있다. 예전처럼 은행 창구의 긴 대기 줄을 보기가 어려워진 지금 은행이 고객과의 관계 형성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글로벌 금융사들이 내놓은 답은 `슬로 뱅킹`이다. 문화를 공유하고 자연주의를 체험하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점포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예컨대 은행 점포 안에 카페를 두거나 숍인숍을 유치하는 등의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고객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을까. 기존 은행은 금융 업무를 위해 방문하는 목적성 공간이었다. 하지만 오프라인 점포의 기능과 중요성이 점점 더 떨어질 앞으로의 은행은 지역 주민 삶에 밀착된 비금융 콘텐츠를 영업점에 융합시켜 영업시간 이후의 저녁이나 주말에도 자유롭게 찾아오고 싶은 지역 명소로 격상시켜야 하지 않을까.

지난 연말 `문화예술사랑방`을 표방하며 오픈한 KEB하나은행의 방배서래점은 예술에 대한 안목이 높은 지역 주민을 위해 작가들의 생활공예품을 더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아트숍과 저녁·주말에도 문을 여는 카페를 더했다. 인근에 공방이 밀집한 방배사이길 예술거리, 카페골목 등 문화 콘텐츠가 활성화된 지역 문화를 고려했다. 주민들은 유명 공예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고, 신진 작가들은 지역 주민에게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제공받는다. 지역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돼 참여형 플랫폼으로서 은행의 가능성을 시험해 보는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예와 은행`을 시작으로 지역 문화를 반영한 가드닝, 여행, 책 등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가 적용된 컬처뱅크가 개점을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기업들은 동네 문화와 하나 돼 지역 문화 수준을 높이고 고객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콘텐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역 주민의 생활 환경과 삶을 고려한 콘텐츠로 행복한 삶을 선물하는 만큼 지역 주민과 긴밀히 연결될 수 있다. 또 그 장소는 지역의 자산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365일 동네 주민들의 이야기 꽃이 피어나는 장소로 말이다.

[한근조 대홍기획 스페이스마케팅팀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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