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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전등이 꺼지면, 공감이 켜진다
기사입력 2017.12.08 0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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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거실 첫 번째 서랍엔 늘 초가 들어 있었다. 언제 전기가 나갈지 몰랐었으니까. 한번 정전이 되면 서랍을 열어 초에 불을 켰다. 다음엔 창밖을 보았다. 우리 집 전기만 나간 것인지 동네 전체가 정전인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동네가 다 어두웠다.

어디까지 정전인지 멀리까지 바라보았다. 정전되지 않아 아직도 환한 저 건너 동네와 어두워진 우리 동네는 확실히 구분이 됐다. 우리 동네만 하나가 된 것 같았다. 동네 또래 꼬마 아이들은 오히려 신이 나서 골목으로 나가 모여 놀기까지 했다.

초를 빌려주며 얘기 나누던 어머니들의 모습도 낯설지 않았다. 옆집도 실내에서 초를 켰는지 약간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불이 꺼지고, 초를 켜고, 창 밖을 보고. 전기가 나간 동네는 거의 하나가 된 것처럼 움직였다. `불이 꺼지면 어떻게 하지?`에 대한 하나된 행동요령 같았다.

삼십 년이 흐른 지금 전 세계에서는 지구촌 불끄기 운동이 열린다. 10년 전인 2007년 호주에서 시작된 `어스아워(Earth hour)` 캠페인이 바로 그것이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심각성을 알리고 일상에서 전등을 끄는 일을 실천하도록 하기 위해 해마다 매년 3월 마지막 토요일밤에 1시간씩 불 끄기를 캠페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을 주최하고 있는 세계자연기금(WWF)은 제일기획과 함께 2017 어스아워를 맞아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행사를 기획했다. 불을 끄면 온실가스가 줄고 지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제 모두가 잘 아는 사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불을 끄게 할 수 있을까?

아이디어의 출발은 `불을 끄는 것은 스위치다. 스위치에 더 관심을 갖게 하자`였다. 우리는 사람들이 불을 잘 끄지 않는 이유를 불을 끄는 스위치가 너무 쉬운 곳에 달려 있어서 그렇다는 `바보 같은 가설`을 세웠다. 너무 익숙한 곳에 있다 보니 관심이 가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 청계광장에 2m가 훨씬 넘는 높이에 가로등 스위치를 달고 대낮에 켜져 있는 가로등 불을 발견한 시민들의 반응을 촬영했다. 농구선수처럼 점프해서 스위치를 끄는 사람들, 서로 안아줘서 끄는 커플들, 아이를 목마 태워서 끄는 부모들 등 다양한 시민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신기하게 높이 달려 있는 스위치를 끄려는 다양한 노력들을 모아 영상을 만들었다. 스위치를 높이 달아야 한다며 서울시장에게 직접 찾아가 제안도 했다. 물론 `바보 같은 제안`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스위치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함이었다. 해당 바이럴 영상은 일주일 만에 SNS에서 50만이 넘는 조회를 불러일으켰다. WWF 코리아의 SNS 계정에는 방문자 수가 세 배가 늘었고 기업의 후원 또한 작년에 비해 세 배 넘게 증가했다. 전국적으로 200여 개의 기사가 이번 어스아워 행사를 다루었고 남산타워를 비롯해 30개가 넘는 랜드마크가 함께 불을 끄는 등 하나가 돼 동참했다.

어스아워 당일, 집안의 불을 끄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직 모든 건물들이 다 불을 끄지는 않지만 차례로 불이 꺼지는 집과 빌딩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차례로 불이 꺼지면 전 세계가 시차를 두고 차례대로 불이 꺼지는 멋진 지구를 상상하기까지 했다.

`하나`가 되고자 하는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이 소통하고 참여해 세상을 변화시킨다. `하나 된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올봄에는 앞서 언급한 바보 같은 제안으로 독특하게 소통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어스아워 캠페인에 즐겁게 참여하게 했다. 그렇게 조금씩 더 많은 이들이 불을 끄는 변화에 동참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올가을에는 1년에 한 번뿐인 어스아워를 좀 더 생활화하자는 의도로 `힐링나이트 요가`를 기획했다. 밤에 불을 끄고 요가를 하면서 당신도, 지구도 힐링하자는 아이디어였다. 국가대표 체조선수 출신 신수지 씨를 홍보대사로 힐링나이트 요가영상을 제작했다.

신씨가 너무나 유연하게 전갈 자세, 선 활 자세, 아라베스크 자세 등을 선보였고 결국엔 그 다양한 자세로 벽에 붙어 있는 스위치를 끄는 바이럴 영상이었다.

더불어 서울 용산과 상암에서는 현장 요가이벤트를 통해 참여자들과 함께 요가를 하며 불 끄기 캠페인의 의미를 함께 나누었다. 가로등 스위치를 높이 달며 스위치는 높아야 한다는 주장을 했던 `바보 같은 제안`도, 지구를 지키자며 독특한 자세로 스위치를 끄며 했던 요가도 모두 `불을 끄려면 어떻게 하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하나되기 위한 캠페인이었다.

어렸을 적 정전으로 불이 꺼지면 초를 나누고 마을이 `하나`가 되었다. 불이 다시 켜질 때까지 마을은 어두웠지만, 어둡지만은 않은 이유 역시 그것이었던 것 같다. 다시 창밖을 본다.
온 세계가 하나되어 불을 끄는 장관이 펼쳐지는 날을 기대해본다. 하나 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런 캠페인은 계속될 것이다.

[남재욱 제일기획 CD(Creative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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