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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웃픈 광고에 마음 가는 이유? 지금 우리가 웃프니까
기사입력 2017.09.29 0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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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반영하는 광고

월스트리트에 세워진 `두려움 없는 소녀상`
광고는 결국 팔기 위해 존재한다. 팔기 위해 사람들의 마음을 사려 한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시대를 반영한다. 이를 두고 오래전 한 광고인은 이렇게 말했다. `광고는 시대의 분위기다.` 장밋빛 미래가 기대되는 시대에는 화려하고 낙관적인 광고가, 힘들고 우울한 시대에는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광고가 많이 태어난다. 분위기 파악을 누구보다 잘하는 것이다.

올해 3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뉴욕 금융가인 월스트리트에 새로운 동상이 하나 세워졌다. 월스트리트의 상징인 황소상을 마주하고 당당히 어깨를 펴고 서 있는 이 동상은, `두려움 없는 소녀상(fearless girl)`이다.

이 소녀상을 세운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투자자문회사(SSGA)는 여성 임원 비율이 30% 이상인 회사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자신들의 마케팅을 위해, 또 여성의 힘이 제대로 인정받는 세상을 위해 소녀상을 세운 것이다. 반응은 뜨거웠다.

소녀상은 월스트리트의 새로운 마스코트가 됐고, 수많은 사람들의 셀카와 함께 전 세계 미디어와 소셜미디어로 퍼져 나갔다. 세계적인 칸 광고제에서도 18개의 상을 휩쓸었다. 원래 예정됐던 한 달의 설치기간도 1년으로 늘어났고 현재 소녀상을 영원히 철거하지 말자는 청원운동이 진행 중이다. `여성 리더십의 힘을 알아라, 그녀는 차이를 만들 것이다`라는 소녀상에 새겨진 메시지는 아직도 존재하는 여성의 유리천장을 깨자는 시대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

몇 해 전 해외의 볼보 트럭 광고가 화제가 됐다. 광고는 심플하다. 액션배우 장클로드 반담이 나란히 달리는 두 대의 트럭 위에 서 있다. 각각의 트럭에 한 발씩 디딘 채. 점점 두 대의 트럭 사이가 멀어지고, 그는 서서히 두 다리를 일자로 찢는다. 그 상태로 유유히 달리는 볼보 트럭의 광고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운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이 광고가 유명해진 건 이 놀라운 장면을 어떠한 CG(컴퓨터그래픽)도 없이 실제로 촬영했기 때문이다. 이미 컴퓨터그래픽과 실사의 구분이 어려워졌고, 일반인도 자유자재로 이미지를 합성하고 변형하는 시대다. 어떤 것을 보든 "합성이네"라고 심드렁해하고 "이거 실화냐"라고 묻는 게 시대의 분위기다. 그래서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건 조작되지 않은 리얼(real)이다. 짧은 순간 임팩트를 주기 위해 모든 CG를 동원하던 광고도 태세를 전환할 수밖에 없다.

작년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박카스의 `나를 아끼자` 광고 캠페인 [사진 제공 = 동아제약]
작년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박카스의 `나를 아끼자` 광고 캠페인이 있다. 올해에는 두 편의 광고가 나왔는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고 있다. 한 편은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손님들의 생일파티를 해주는 아르바이트생이 등장한다. 사실 그날은 그녀의 생일이기도 하다. 생일 잘 보내고 있느냐는 친구의 문자에, 그녀는 `그럼, 하루종일 파티 중이지~`라고 웃으며 답한다. 그녀의 모습은 힘든 현실 속에서도 삶의 긍정을 잃지 않으려는 요즘 청춘들을 닮았다.

또 한 편은 직장인 아빠가 주인공이다. 계속되는 야근에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그가 출근길에 딸에게 받은 인사는 이렇다. "아빠 또 놀러 오세요~". 그날 어떻게든 야근 없이 퇴근해서 "아빠 놀러 왔다!"면서 딸을 안아드는 모습은 흔한 직장인의 모습 그대로다.

두 광고는 웃프다(웃음이 나면서도 슬프다). 웃픈 현실을 보여준다. 다행인 건 슬프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하루종일 파티 중이지`라고 웃어 넘기고 `아빠 놀러왔다!`라고 장난을 치는 모습에서 희망을 본다. 힘든 현실 속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응원하며 살아가는 시대의 분위기를 본다. 서로 힘내라고 건네던 박카스가, 이제는 오늘 하루 잘 살아낸 자신에게 선물하는 박카스가 된 이유다.

광고는 시대의 분위기다.
시대의 분위기에 맞춰 광고의 내용도, 형식도, 그리고 영역까지도 바뀐다. 앞으로의 광고는 어떨까. 그건 우리가 살아갈 시대의 분위기에 달렸다. 차별보다 평등이 당연하길, 의심보다 믿음이 우선이길, 웃프기보다 그저 티 없이 유쾌하길,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담고 있기를, 부디 바라본다.

[이승철 SK플래닛 M&C부문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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