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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in Biz] 잊어서는 안 될 너의 이름은? 나의 이름!
기사입력 2017.04.21 0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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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우리는 낯선 팬덤을 만나야 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흥행몰이를 하면서 느닷없이 등장한 혼모노(本物) 현상이 그것이다. 이 말은 극장에서 `너의 이름은`이 상영되는 도중에 OST를 크게 따라 부르거나, 객석에서 일어나서 호응을 유도하며 소란을 떤다거나, 감독 인터뷰 현장에서 자신에게 질문할 기회를 달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통역의 진행을 무시하고 일본어로 직접 질문을 하는 등 개념 없이 행동하는 사람들의 등장을 의미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나 콘텐츠와의 상호작용이 원활해진 현재의 미디어 환경을 고려할 때, 다양한 팬덤의 등장은 콘텐츠 생태계의 관점에서 고무적인 일로 평가할 수 있다. 더구나 최근 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화된 팬덤의 역동성은 스타는 물론 관련 콘텐츠를 활성화하고 새로운 향유문화를 구축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러한 저간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혼모노 현상은 여전히 낯설고 쉽게 긍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단지 오타쿠의 일탈적인 행동 혹은 기이한 행동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천착해 보면 그 기저에서 `지금 이곳`의 `가오나시`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등장했던 가오나시는 얼굴이 없는 존재이며, 그러기에 그리스 신화의 에코처럼 자기 자신의 목소리는 없고 누군가를 삼켜야지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존재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혼모노의 기저 심리를 발견할 수 있다. 혼모노의 심리 기저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이나 감독에 대한 친연성과 전문성을 드러내 타자와 구별짓기를 시도하고, 구별짓기를 통해 충성도나 특별한 유대를 증명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려는 욕망이 놓여 있다.

참여적 수행을 통한 가치 창출의 즐거운 체험을 향유라고 한다면, 작가나 작품에 대한 맹목적 숭배가 아니라 그것과 대등한 대화적 관계를 형성해야만 진정한 향유가 가능하다. 독립된 주체로서 스스로 자신을 증명하지 못하고 자신을 매혹했던 대상으로부터 그것을 찾으려는 시도는 비참한 인정투쟁이거나 기만적인 위로가 될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 역시 누군가를 찾아가는 이야기라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소중한 사람, 잊어서는 안 되는 사람, 잊고 싶지 않은 사람. 누구지, 누구야…너의 이름은…!" 누군지도 모르면서 간절하게 찾아가는 이야기는 그의 데뷔작 이후 반복적으로 탐색해온 모티브다. 이러한 탐색의 모티브를 반복한다는 것은 탐색의 대상이 실체적이라기보다는 메타포에 가깝다는 의미다. 곤 사토시 감독의 `천년여우`에서 치요코가 평생 찾아가는 대상이 열쇠의 남자가 아니라 그를 만날 때의 자신이었던 것처럼. 따라서 `너의 이름은`에서 찾고 있는 것은 너의 이름이며 동시에 그 이름이 호명할 너이고, 너를 호명하고 있을 나 자신이기도 하다.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모호한 화법으로 찾는 대상을 딱 꼬집어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이름과 관계되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름을 잃어 버리고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상기해보면, 이름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하는 일차적 기호다.
`너의 이름은`에서 다키와 미쓰하가 끊임없이 서로의 이름을 알고 싶어 하고 기억하려 하는 것은 뒤집어 보면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려는 시도와 같다. 이 작품이 굳이 남녀가 몸이 바뀐다는 식상한 도리카에바 모티브를 활용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가 아닐까?

찾아가야 할 이름은커녕 자신의 이름까지 잃고도 그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요즈음 뉴스에 자주 나온다. 그들이 하는 변명이나 부인을 들으며 불쾌한 혼모노의 극장을 떠올린 것은 필자만은 아니리라. 이제 우리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시간이다. 잊어서는 안 될 너의 이름은 무엇인가?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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