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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Guru] 관료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이 개인 창의성 죽인다고?
조직이 없다면 꿈은 꿈으로 끝나
조직경영전문가 레이먼드 피스먼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
기사입력 2014.02.21 13: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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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맥도널드 프랜차이즈점을 운영하고 있던 루 그로엔은 자기가 개발한 생선버거(팬케이크 반죽에 넙치를 담갔다가 바짝 구운 것)를 본사에 제안했다. 그는 이 획기적인 생선버거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했지만 거절당했다. 루 그로엔은 관료화한 본사 조직 시스템이 자기의 뛰어난 아이디어를 사장시켰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관료화하고 중앙집중화한 본사 시스템이 맥도널드를 위험에서 구제했다. 그로엔의 넙치버거를 시장에 출시했다가는 공급 물량이 넉넉지 못한 넙치 수급에 비상이 걸릴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대신 맥도널드 본사는 오랜 기간 제품 개발을 연구한 후 넙치 대신 대구를 생선버거 재료로 택해 성공을 거뒀다. 3만개 프랜차이즈에 표준화된 음식을 제시하기 위해선 아이디어만 좋아서 되는 일이 아니고 조직 내에 체계적인 심사와 위험관리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제 맥도널드는 지역 프랜차이즈에서 신제품을 제안받기보다는 본사에 요리혁신센터를 만들어 제품 개발 업무를 맡기고 있다. 혁신과정을 아예 조직 안에서 중앙집권화한 것이다.

경직적이다, 비효율적이다, 답답하다, 개성을 무시한다. 회사 조직에 관해 대부분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다. 조직은 애증 대상이다. 모두가 거기에 의존해 살고 있으면서도 상사와 관리자가 있는 조직에서 모두들 벗어나고 싶어한다. 정 못 견디는 사람들은 자기 사업을 하겠다며 조직을 탈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뭔가를 하려는 순간 자기도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조직은 과연 필요악일까. 레이먼드 피스먼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조직에 대한 이 같은 통념에 반론을 제시한다. 관료적이고 억압적으로 보이는 조직이 있기 때문에 혁신이 회사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매일경제 MBA팀과 인터뷰하면서 "조직은 혁신과 효율을 가능하게 하는 촉매제다. 제대로 된 중간관리자 없이는 뛰어난 디자이너나 개발자도 제 몫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피스먼 교수와 일문일답한 내용.



-조직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 냉소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조직의 단점에 대한 논의는 수없이 많았지만 긴 역사에 걸쳐 조직은 생존해왔다. 조직이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유용성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목적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이는 테러 집단조차도 조직 논리에 의해 굴러간다. 관리자가 존재하고 총무담당이 회계 처리를 한다. 이를 보여주는 증거도 있다. 2008년 알카에다 지도자 모하메드 아테프가 부하에게 보낸 메모가 그 증거다. 메모에는 부하가 가족을 데려오는 비용에 대한 지출 내용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질타하는 부분이 있었다. 알카에다처럼 탈집중적인 집단조차도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 측면에선 일반 회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현업 실무 부서에선 총무ㆍ인사ㆍ감사국 같은 지원 조직이 때때로 업무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종업원이 10만명 정도 되는 회사가 이들에 대한 관리를 도와줄 지원 조직 없이 어떻게 운영될 수 있겠나. 직원들이 회사 돈을 빼돌리지 않기 위해 회계 부서가 필요하고 이에 대한 규칙이 있어야 한다.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만이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10만명 되는 직원들을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지원 부서 업무는 매우 어려운 과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제대로 된 지원 조직이나 관리자가 부족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사장이 모든 것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 인도에서 큰 면직물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 한 명은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창고 열쇠를 항상 목에 걸고 다니는 걸로 유명하다. 재고를 추적하고 업무 성과를 감시하는 지원 조직이 없기 때문에 사장이 모든 걸 다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원료를 꺼낼 때마다 사장을 찾아야 했다. 장사가 아무리 잘되어도 사장은 다른 곳에 또 다른 회사를 만드는 건 꿈도 못 꾼다. 제대로 된 관리자가 없기 때문이다.



-꼭 내부 조직을 통해서만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계약을 통해 아웃소싱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조직을 더 작고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

▶아웃소싱만이 능사는 아니다. 가령 애플과 납품업체 간 계약서를 보면 계약 당사자에 대한 책임과 경우의 수를 명시한 수많은 규정으로 거의 1000쪽 분량이나 된다. 이렇게 세세한 책임 규정은 아웃소싱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설명해준다. 거래비용을 생각하면 내부에서 일을 처리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최근 미국에선 오히려 내부에서 자원을 조달하는 `인소싱(insourcing)`이 인기를 얻고 있다.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면 품질 관리나 직원들 간 협력 측면에서 인소싱을 택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신생 업체들은 기업이 성장하고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혁신과 유연성을 잃을까 고민한다.

▶창업자들이 처음 내세웠던 이상이 기업이 커짐에 따라 관료주의에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이걸 꼭 문제라고 봐서는 안 된다.

조직이 커지면서 성장동력을 잃어버린 예로는 HP가 흔히 거론된다. 그러나 창업자 빌 휼렛과 데이브 패커드 두 명에 불과했던 HP 직원이 13만명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그들이 처음 가졌던 경영 스타일이 유지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창업자 두 명이 실리콘밸리 차고에서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한 방식은 주식회사 HP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있다.

▶조직 안에 혁신센터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많은 기업에서 관료제와 이윤 추구 압박에서 자유로운 혁신 실험실을 만들곤 한다. 제록스 랩(LAB)이 가장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런 실험실들이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그들은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기는 했지만 제록스가 상업화해서 돈을 번 아이디어는 하나도 없었다.



-정보통신 기술이 점점 발달하면서 조직이 좀 더 수평적이고 유연해질 가능성은 없나. 네트워크 조직과 같은 대안적인 조직이 점점 늘어나지 않을까.

▶기존에는 상명하달식 엄격한 수직적 조직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보다 수평적인 조직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관리자들이 보다 많은 사람과 부서를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니 재택근무자나 프리랜서 수도 많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회사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게 조직의 불가피성을 방증하는 게 아닌가 한다. 외부자와 거래하는 데 드는 비용과 손실을 생각하면 차라리 조직을 키우는 것을 택하는 것이다.



-조직에 대한 불만 중 하나가 창의적인 사람들보다 보수적인 관리자가 더 많다는 것이다.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는 과학자와 디자이너 영업사원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스타 플레이어` 외에도 리스크 요인을 찾아내 경고하는 `빈 카운터`도 필요하다(`빈 카운터`는 GM 전 부회장 밥 루츠가 회사 내부 재무ㆍ회계를 맡는 사람을 지칭하면서 유명해진 표현이다. 제품이나 회사 비전보다는 단기간 순익에 집착하는 사람을 말한다). 리스크 담당자들이 스타 플레이어가 되고 싶어하면 금융위기 같은 참사가 재현될 수 있다. 모두가 위험에는 눈을 감고 수익 높은 모기지 상품에 뛰어들 테니 말이다. 또 관리자들 역시 회사 성과에 기여한다. 닉 블룸 스탠퍼드대 교수가 실시한 조사에선 경영이 잘되는 병원들이 심장 발작 환자 생존율이 높고 병원 대기 시간은 더 낮은 것으로 나왔다. 게임회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게임 디자이너보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게임 매출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조직 내 보상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도 논란거리다. CEO들이 성과와 상관없이 너무 많은 연봉을 받는다는 지적이 있다.

▶CEO의 사소한 능력 차이가 회사 이익에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임금에 무조건 반대할 것만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CEO들 행동을 보면 누구나 CEO를 할 수 있었던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씨티그룹처럼 기업 가치가 고점 대비 10분의 1로 줄어드는 곳도 있는 반면 20% 정도밖에 줄지 않은 JP모건체이스도 있다. JP모건체이스가 선방한 데는 당시 CEO였던 제이미 다이먼의 신중함이 한몫했다. 주주들과 이사회는 이처럼 남들이 할 수 없는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에 CEO 보수를 높이는 것이다.



■ He is…

레이먼드 피스먼(Raymond Fisman)은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사회적 기업과 조직경영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컬럼비아대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프로그램 디렉터를 맡고 있다.
하버드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세계은행(World Bank) 아프리카지부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의 관심사는 행동경제학, 경제 성장, 전자 상거래 등으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지난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편집국장인 팀 설리번과 함께 조직 경영에 대한 저서 `경제학자도 풀지 못한 조직의 비밀(THE ORG)`을 출간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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