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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Guru] "한국의 실리콘밸리 키우는 법? 정치인들, 현장 모르면 얼씬 말라"
규제 남발 보고만 있다간 스타트업 망치는 지름길
실리콘밸리 혁신 키운 건 위험 무릅쓰는 도전정신
서울에서 만난 창업자들 창의성·혁신 노력 인상적
기사입력 2017.11.24 0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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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육성 선구자인 `지한파` 마이크 혼다 前 美하원의원

지난 10월 18일 매일경제가 주최한 `제18회 세계지식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마이크 혼다 전 미국 하원의원이 실리콘밸리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갑성 기자]
마이크 혼다(Mike Honda) 전 미국 하원의원은 대표적인 지한파로 유명하다. 그는 2007년 미국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주도했고 지난 10월에도 한국을 찾아 위안부 생존자들을 만나고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 현장을 찾았다. 시선을 돌려 정치적인 주제를 떠나면 혼다 전 의원은 벤처 생태계와 기술 발전을 위해 힘쓴 인물이다. 2001년부터 실리콘밸리가 포함된 캘리포니아 제17선거구 등에서 8선에 성공한 전문가로 실리콘밸리 특유의 역동적인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입법 활동을 이어왔다.

캘리포니아 제17선거구 내에는 테슬라의 프레몬트 공장, 인텔 본사가 있는 샌타클래라, 애플 본사가 자리 잡은 쿠퍼티노 등 전 세계 기술 트렌드를 이끄는 기업들이 몰려 있다. 그가 주도적으로 나서 지난 2003년 제정된 `21세기 나노기술 연구개발(R&D)법`은 미국 나노기술 연구의 전략계획을 수립하도록 돕고, 전반적인 프레임 워크와 연방 연구기관 간 조정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돕고 있다. 혼다 전 의원은 지난 9월에 국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스`가 새로 만든 벤처캐피털(VC) `스파크랩스 벤처스`의 자문으로 임명되며 실리콘밸리와 한국 창업 생태계를 잇는 새로운 연결고리가 됐다. 매일경제 비즈타임스는 지난달 매일경제가 개최한 `제18회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은 혼다 전 의원을 만나 오늘날의 실리콘밸리가 있게 한 고유한 문화와 이를 위해 정책결정자들이 해야 할 바람직한 역할에 관해 물었다.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질문이다. 무엇이 오늘날의 실리콘밸리를 만들었나.

▷실리콘밸리는 단순한 지리적 위치를 뛰어넘은 `마음가짐(state of mind)` 그 자체다. 실리콘밸리의 고유한 성격이 실리콘밸리를 실리콘밸리답게 만들어 준다. 실리콘밸리의 고유한 성격 중 첫째는 대학 졸업생들이다. 난 실리콘밸리 인근 새너제이에서 60년 넘게 살아 왔다. 스탠퍼드, UC버클리 등 5개 대학 출신의 우수한 인재들이 실리콘밸리로 몰린다. 두 번째 특징은 실리콘밸리의 많은 기업들과 벤처캐피털들이 젊은이들의 모험적인 아이디어에 투자하길 원한다는 점이다. 어린 새싹에 햇빛을 주지 않으면 곧 말라 죽는다.

마지막은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를 통해 교훈을 배우는 문화다. 실리콘밸리가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 가운데 하나는 많은 기업들이 정석적인 비즈니스로 출발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은행에서 대출로 자금을 마련하는 대신 사람들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투자 유치를 하는 창업가의 길을 걷는다. 그들은 지분의 형태로 주어지는 미래의 큰 보상을 위해 열심히 자신을 바친다. 혁신적인 창업가의 노력이 향후 막대한 지분 가치 상승으로 큰 보상을 가져다 주는 것을 알기에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혁신에 매진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혁신은 심지어 결과가 생각대로 나오지 않을 경우에도 지속된다.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것 자체가 바로 그것이다. 이 같은 여러 특성이 한 군데 모여 오늘날의 실리콘밸리를 만들었다.

―정치인들이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가.

▷내가 과거 하원의원으로 재직하던 당시 실리콘밸리 리더들에게 `정책결정자의 바람직인 역할`을 묻자 그들은 단지 `내 앞에서 비키시오(stay out of me)`라고만 외쳤다. 현업을 잘 모르는 정책 결정자들이 함부로 규제를 남발하면 비즈니스를 방해하게 된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 200~300여 개 기업의 기술 리더들은 관련 협회를 만들게 됐다.

2000년대 이후 많은 실리콘밸리 내 스타트업들은 워싱턴이나 새크라멘토의 정책결정자들의 생각을 바꾸고 기술에 대한 관념도 바꾸게 만들었다. 이제 대부분의 정책결정자들은 환경 규제나 소비자 프라이버시 보호 등에 관한 법과 규제를 만들지만 동시에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도 펼친다. 이게 바로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워싱턴을 겨냥한 로비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다만 실리콘밸리 내부의 정치학은 공화당인지 민주당인지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고 누가 과연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함께 기술 발전을 촉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일례로 2003년 당시 내가 입안했던 R&D 촉진 법안은 270억달러 규모의 예산을 R&D 지원에 책정하고, 관련 예산 10억달러를 추가로 이끌어냈다. 나노과학이나 분자과학의 경우 벤처기업들은 비싼 실험장비나 검사장비 등을 직접 구입하지 못해 고민했다. 내가 입안한 정책을 계기로 각종 비싼 장비를 벤처기업에 빌려주는 형태로 R&D를 지원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내가 실리콘밸리에 기여한 것은 기술 중립성을 지킬 수 있게 업계를 도운 점이다. 애플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요청한 대테러정보 제공 요청을 소비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이유로 거부한 점이 대표적이다. FBI가 게을러서 그런지 몰라도 민간 기업의 정보를 이용해 손쉽게 일하려고 한다.

―미국의 다른 도시나 미국 외 다른 나라에서도 `제2의 실리콘밸리`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 보는가.

▷뉴욕, 보스턴, 휴스턴 등 다른 많은 미국 도시들도 실리콘밸리처럼 되려고 한다. 그러나 그 도시들도 실리콘밸리처럼 변하려면 스스로 도시의 성격과 마음가짐을 바꿔야 한다는 점도 역시 잘 알고 있다. 단지 대학 수만 놓고 봐도 실리콘밸리 주변에는 5개 대학의 인재와 캘리포니아주 3600만명의 인구를 활용할 수 있다. 보스턴도 이미 주변에 많은 대학이 있지만 그들이 실리콘밸리처럼 되려면 실리콘밸리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대학과 적극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에 나서고 외국의 고급 인재가 와서 연구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실패 리스크를 감당하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는 사람들도 모아야 한다.

만약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실리콘밸리를 만드려고 한다면 마음가짐부터 바꿔야 한다. 실패의 경험에 대한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예컨대 학교에서 벌어진 교육 실패는 교사의 실패지 학생의 실패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다른 도시, 다른 나라에서도 결국 `기꺼이 실패를 감수하는 의지(Willingness to Fail)`가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서울이 혁신적인 도시로 거듭나는 데 어떤 조언을 하겠는가.

▷서울은 활동적이고 창의적인 도시로 최근 여러 액셀러레이터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창의적이고 혁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에선 인상적이다. 그러나 투자자들과 액셀러레이터들이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계속 그 기업에 투자 활동을 이어갈지가 의문시된다. 규제 완화가 좀 더 진전되고 서울의 혁신가들이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 유치를 받을 수 있을 때면 서울도 실리콘밸리처럼 될 수 있을 것이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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