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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유산슬…`세계관`에 열광하는 시대가 왔다 [이승윤의 디지털로 읽다]
소비주류인 `디지털 네이티브`
자신 대변하는 `부캐`에 몰입

대중문화 콘텐츠 제작방식서
기업 제품·서비스에도 활용

누구나 쉽게 세계관에 접근
2차 창작물까지 만들수있어
기사입력 2023.01.25 16: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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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임스 캐머런이 13년 만에 완성한 `아바타`의 속편이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는 요즘, CGV 예매 순위에서 흥미로운 이름 하나가 보인다. 바로 `다나카의 1st 내한 콘서트`다. 대작들 틈바구니 속에서 순위권에 자리 잡은 것이 놀랍다. SNS상에서 유명한 이 콘서트의 주인공인 일본인 `다나카 유키오`는 흥미롭게도 실존 일본인이 아니다. 개그 크루 `나몰라 패밀리`가 만든 세계관에 등장하는 일종의 가상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이 캐릭터의 역할을 실제 수행하는 사람은 코미디언 김경욱이다.

세계관 설정은 클럽에이스에서 활동하던 다나카가 지명을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유튜브를 통해서 먹방을 시작했다는 것이 배경이다. 이 가상 캐릭터의 인기는 엄청나다. 공중파 공채 개그맨으로 활동하다 개그 프로그램들이 폐지되면서 어쩔 수 없이 공중파 무대를 떠나야 했던 김경욱 씨가 가상의 캐릭터 다나카로 광고를 찍고, 패션 잡지 에스콰이어와 화보 촬영도 하면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진행하는 3일간의 첫 번째 콘서트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세계관의 시대다. 대중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방식뿐 아니라 제품·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기업도 소비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가상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를 둘러싼 서사를 생성하고,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해나가며 팬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빙그레가 `빙그레우스`라는 만화 캐릭터를 활용해 빙그레 왕국을 SNS상에서 건설해나가고 있고, GS25 역시 `갓생기획`이라는 신제품 기획 프로젝트팀을 만들고, 그 안에서 주 소비 타깃이 공감할 수 있는 `김네넵`이라는 가상 대리 직급 캐릭터를 만들어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지금 세계관이 집중을 받고 있는 것일까? 우선 지금 소비층의 핵심인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들을 설명하는 가장 주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부캐`다. 부캐는 `부캐릭터` 혹은 `서브 캐릭터`란 뜻으로, 자신의 본래 캐릭터와 별개로 만든 추가적인 캐릭터를 의미한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디지털 세상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아바타를 만들며 살아온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이러한 부캐 만들기는 몸속 깊숙이 자리 잡은 문화일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누군가가 자신을 대변하는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그 캐릭터들이 살아 숨 쉬는 가상세계를 만들어서 함께 노는 문화가 익숙할 것이다.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살아가면서 하나의 직장에 오래 다니기보다는, 다양한 직장을 옮겨 다니며 N잡러(여러 직업을 옮겨가며 살아가는 사람) 인생을 사는 것을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런 젊은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매력 있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을 쌓아가는 것보다 변화에 유연하게, 상황에 유연하게 다양한 모습을 개성 있게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다나카뿐만 아니라 유재석과 같은 방송인들이 앞다퉈 `유산슬` 같은 부캐를 만들어 새로운 자아를, 특정한 세계관을 설정해서 보여주는 이유도 그러할 것이다.

지금 세계관이 유행인 두 번째 이유는 정보의 투명성과 빠른 확장성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하나의 세계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그 세계관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이해하는 데 굉장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는 SNS상에서 활동해온 다나카라는 캐릭터를 전혀 몰랐더라도 스마트폰에서 다나카의 세계관을 깊이 있는 수준으로 정리해둔 글들을 손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과거에는 콘텐츠가 전송되는 시점을 놓치면 다시 볼 수 없었던 것과 달리, 이제는 특정 세계관의 캐릭터들이 활동해온 수년간의 기록을 유튜브 같은 곳에서 언제든 볼 수 있다. 이런 정보의 투명성과 확장성 때문에 과거에는 특정한 세계관을 이해하고, 해당 세계관에 몰입되고, 팬이 되어가는 과정이 길었다면, 이제는 누구나도 손쉽게 세계관 놀이에 빠질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창작자 입장에서도 이제는 흥미로운 세계관을 설정하고, 해당 세계관 내에서 활동하는 캐릭터들을 꾸준하게 쌓아가고, 소수의 팬덤을 만들어내기만 해도 언젠가는 해당 세계관이 대중의 시선을 한눈에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마지막으로, 세계관은 고객들에게 세계관 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창작자로 활동할 창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유행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들은 `광야`라는 단일 세계관을 공유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배출한다. 이러한 `광야`라는 세계관 안에서 팬들은 단순히 콘텐츠의 수동적인 소비자로 머물지 않고 해당 세계관을 자신의 관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2차 창작물을 만들어낸다. 세계관을 만들어내는 창작자가 해당 세계관에 열광하는 팬들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이스터 에그(Easter Egg·의도적으로 숨겨놓은 메시지나 기능을 의미)를 만들어 콘텐츠에 넣어두는 것도 동일한 이유다.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와 같은 슈퍼 히어로 캐릭터가 등장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들 속에는 늘 감독들이 의도적으로 숨겨놓은, 이스터 에그들이 등장한다. 마블 세계관에 빠진 팬들은 이러한 이스터 에그들을 서로 앞다퉈 찾아내고,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그 숨겨진 의미를 서로 토론하는 과정을 즐긴다. 그 과정에서 팬들은 단순한 콘텐츠 소비자가 아니라 세계관 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주체적인 역할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된다.
이미 5년 전에 종영한 `무한도전`의 무수한 장면들이 인터넷상에서 무한도전 팬들 사이에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확산되는 이유도 동일하다. 무한도전은 마무리되었지만 무한도전의 세계관은 팬들 스스로가 창작자가 되어 지속적으로 살아남게 된 것이다. 이제는 단순 콘텐츠로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라 세계관을 통해 경쟁하는 시대가 열렸는지 모른다.

[이승윤 디지털 문화심리학자·건국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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