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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Prism] 기업에 다짜고짜 규제 잣대부터 들이댄다면…`좋은 정부` 될수 없다
최성락 동양미래대학 교수
기사입력 2021.04.29 0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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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 하나는 환자가 아프다고 할 때 그 아픔을 치료해서 낫게 하려는 의사다. 다른 하나는 사람의 몸에 이상이 있을 때 그것을 치료해서 정상으로 만들려고 하는 의사다. 이 두 유형의 의사 중에서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일까.

건강검진으로 X선 검사를 해보니 허리 디스크가 발견되었다. 의학적으로는 분명히 문제가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막상 그 사람은 아무런 아픔이 없었다.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다. 이 환자는 수술을 받아야 할까 아닐까.

아픔을 치료하는 의사는 이럴 때 수술을 하지 않는다. 몸에 이상이 있지만 통증 등 문제가 발생할 때까지 수술을 미룬다. 하지만 몸을 정상으로 만들려는 의사는 이런 경우에도 수술을 하고자 한다. 현재 비정상적 상황에 있으니 정상적으로 만들려 한다. 환자가 아프다고 하지 않아도 몸에 문제가 있으니 수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일까. 우리는 아픔을 치료하는 의사를 좋은 의사라고 본다. 실질적으로 몸에 아무런 피해가 없는데 단지 이상이 있다는 이유로 수술하는 것은 과잉 진료일 뿐이다. 이런 의사들은 보통 매뉴얼에 따른다. 어떤 이상이 있을 때 어떻게 치료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의료행위를 한다. 그 환자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 수술 후 환자가 계속 고통을 호소해도 수술 자체가 잘 끝났으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규제는 어떤 것이 좋은 규제일까. 사회에 문제가 발생할 때 그 문제를 치유하는 규제가 좋은 규제일까 아니면 사회에 있는 이상 상태를 정상으로 만들려는 것이 좋은 규제일까.

쿠팡이 재벌기업 총수 지정 대상이 되었다. 기존 법령에 의하면 자산 5조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서는 총수를 지정한다. 쿠팡은 급속히 성장해서 자산 5조원이 넘었고 총수로 지정될 자격을 갖추었다. 재벌기업에 대해 총수를 지정하는 이유는 여러 기업을 거느린 재벌 총수들이 계열사를 동원해 부당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친인척을 통해 계열회사에서 부당행위를 하기 때문에 해당 재벌 전체를 규제하기 위해 총수 지정 제도가 생겼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명 총수 지정 제도가 의미가 있다.

그런데 쿠팡은 여러 계열사를 거느리고 단체로 담합하는 부당한 행위를 하는 회사가 아니다. 친인척을 동원해 회사들을 운영하지도 않는다. 쿠팡이 이런 일로 사회문제를 일으킨 적이나 앞으로 일으킬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러면 쿠팡에 대해 총수 지정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사회문제를 치유하는 것, 아픔을 치유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총수 지정을 할 필요가 없다. 아무런 효과 없이 불필요한 조사와 절차만 늘어날 뿐이다. 하지만 이상이 없는 정상 상태를 목적으로 할 때는 총수 지정을 해야 한다. 법령상 분명히 총수 지정 대상인데, 쿠팡만 예외로 할 수는 없지 않나. 예외는 항상 비정상적인 것이다.

담배 사업법에서는 담배 소매점 내부의 담배 광고가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고 있다. 편의점은 통유리로 만들기 때문에 내부가 들여다보이고 담배 광고를 외부에서 볼 수 있다. 규정상으로는 분명히 규제 대상이 되기는 한다. 하지만 편의점 밖을 오가는 사람들이 편의점 안의 담배 광고를 보고 담배 피우기를 시작할까. 이런 것이 한번도 사회문제가 된 적도 없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사회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자에게는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규정을 중시하는 정책자에게는 법령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문제가 있는 상태다. 규제 법령이 예외 없이 제대로 적용되는 것 자체가 목적일 뿐이다.

환자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 고려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다.
매뉴얼대로, 몸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는 것만을 중시하는 의사는 환자로서 피하고 싶은 대상이다. 사회에 문제가 되는 것을 치유하려는 정부가 좋은 정부다. 실제 사회에 폐해가 되는지 여부는 상관하지 않으면서 법령에 충실하고 적법 상태를 만드는 것만 중시하는 정부는 좋은 정부가 될 수 없다.

[최성락 동양미래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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