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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다수위해 소수희생 당연하다? 권위주의적 조직 신호입니다
기사입력 2021.04.08 0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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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조직이든 대를 위해 소가 희생해야 하는 순간과 상황이 있게 마련이다. 이를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고민하는가를 들여다보면 그 조직의 수준이나 미래를 보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 유명한 트롤리 딜레마가 좋은 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롤리 앞에 두 갈래 길이 있고 한쪽에는 5명, 다른 한쪽에는 1명이 서 있다. 레버를 쥔 당신은 무조건 한쪽 길을 선택해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하시겠는가. 결국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에는 크게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결론에 얼마나 신속하게 도달하는가에 있어서는 매우 다양한 편차가 존재한다. 일단 보편적인 사람들은 내 손에 피를 묻히는 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진다. 아무리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더라도 내가 직접 그 일을 해야 할 때는 주저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실리 위주의 판단과 그에 따른 행동이 지극히 `빠르고 주저 없는` 개인이나 집단이 있다. 이들에게는 소가 대를 위해 희생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고 따라서 고민도 없다. 주저함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마땅히 주저해야 할 상황에서 이렇게 신속하게 결정이 나오니 매우 대범해 보이거나 결단력 있는 모습으로 비칠 때조차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 뇌를 면밀히 관찰하면 뇌에서 연민과 공감의 영역이 손상된 경우가 흔히 있다. 즉 타인이 고통받거나 아파하고 있을 때 이를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상인이라면 당연히 주저하고 어려워하는 결정을 주저 없이 빠르게 한 뒤 그것을 기억조차 하지 않는다면?

현존하는 연구자 중 가장 정확하고 현실감 있게 소시오패스를 분석·연구해왔으며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The Sociopath Next Door)`의 저자로도 유명한 마사 스타우트 하버드대 정신과 교수에 의하면 이런 사람과 조직은 소시오패스적이라고 분명히 규정할 수 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신속하게 결정하며 그 희생된 소를 기억하지도 않는 행위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람들이 더욱 높은 위치에 올라가거나 권력을 잡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것이 훨씬 더 무서운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이들이 권력과 권위를 가지게 됐을 때 첫 번째 하는 일은 정의롭거나 착한 사람부터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정상적인 사람은 선하고 정의로운 타인에게 부채 의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권력에 심취하는 소시오패스는 선한 사람을 가장 멍청하고 솔직하지 못하다며 비웃는다. 권력과 권위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가장 솔직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착한 사람을 가장 가증스럽고 위선적인 인물로 간주한다. 그래서 학교든 직장이든 주위에 있는 착한 사람을 우선적으로 유난히 괴롭히고 미워하는 이가 있다면 본질적으로 악인의 범주에 넣어도 후회하지 않을 사람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람이 활개를 치기 쉬운 여건은 어떤 경우에 잘 조성될까? 바로 권위주의적이거나 독재적인 조직이다. 이러한 사람일수록 권력에 빌붙어 그 권력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쓸모를 다한 다양한 `소`를 희생시키고 이후 그들을 조금도 돌보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팽배하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그 끝은 대부분 권력과 조직 자체의 비극적 최후로 연결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당연히 권위주의적인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와 조직의 문화와 전반적인 분위기가 대를 위해 소를 얼마든지 희생시킬 수 있다는 식으로 너무 쉽게 흘러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과거든 현재든 우리 사회에서 무수히 많은 예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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