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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협상을 시작하는 첫마디…요청하지 말고 제안하라
기사입력 2021.02.18 0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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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든 사적 관계든 우린 하루에도 몇 번씩 크고 작은 협상을 해야 한다. 명절 때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낸 필자도 가족 간에 작은 협상의 연속이었다. 배달 음식이 먹고픈 아이들과 모처럼 명절 음식을 다소 질리더라도 몇 번 이상 먹고 싶은 필자 간에도 결국 어느 한쪽의 입이 삐죽 나오지 않게 만들기 위해선 적절한 선에서의 타협이 계속 필요했다. 이 협상의 과정을 낭비라고 생각했던 과거 시대에는 그저 명령과 복종 혹은 윽박지름만이 존재했겠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매 순간이 협상의 연속이다. 필자의 4인 가족이 이 정도인데 기업이나 국가라면 오죽하겠는가. 인생의 반은 결정이고 나머지 반은 그 결정을 가지고 하는 협상이라는 말을 심리학자들이 사석에서 자주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그런데 협상의 양 당사자 중 어느 쪽이든 먼저 내놓는 말은 정말 큰 영향력을 지닌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잘 알려진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한 가치를 평가할 때 임의의 가격이 가격표에 매겨져 있다 하더라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를 못한다. 그런데 여기서 그 닻을 더욱 나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중요한 질문에 재치 있는 대답을 한 연구자가 있다. 독일 로이파나(Leuphana)대학의 심리학자 요한 마요르(Johann Majer) 교수 연구팀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참가자들에게 매우 재미있는 협상 게임을 시켰다. 가상 회사에 대한 주식을 서로 분배하는 게임이다. 절반의 참가자는 `제안(offer)`을, 나머지 절반은 `요청(request)`을 먼저 하도록 했다. 둘의 차이는 일종의 맥락이다. 전자는 상대방에게 무엇을 주는 것이고 후자는 무언가를 가져오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메시지도 각각 이렇게 달랐다. "주식 15주를 각각 ○달러에 드리겠습니다"와 "각각 3달러에 주식 ○주를 요청합니다." 물론 상대방은 역제안을 할 수 있었고, 양측이 합의할 때까지 협상을 계속했다.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협상의 시작을 상대방에게 제안하는 것으로 시작한 사람들이 요청으로 시작한 사람들에 비해 상대방보다 더 많은 이득을 보는 협상 결과로 마무리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협상에 임할 때 내가 하는 첫 마디가 상대방이 얻게 될 것에 초점을 맞추면 해당 제안이 닻 내림 효과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상대방은 거기서 많이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최종적인 결과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더 유리해질 가능성이 더 커진다. 하지만 나의 첫 마디가 요청의 형태를 띠고 있다면 상대방은 즉각적으로 자신이 포기해야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당연히 상대방은 포기하기가 싫어지기 때문에 나의 말을 더욱 무시하고 더욱 공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결과가 나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협상은 우리 일생에서 언제나 일어나고 모든 관계에서 발생한다. 당연하겠지만 우리는 그 협상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에게 유리한 결과가 일어나기를 바란다. 역설적이게도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이 포기해야 할 것보다 먼저 얻을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그 첫 제안을 나와 상대방 모두에게 유리하도록 합리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패를 숨기는 사람보다는 숨기지 않는 사람이 더 승기를 잡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이 관찰됐다. 설령 내가 보여준 패에 상대방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아도 여전히 나는 얻을 것이 있다. 상대방이 협상에 조금도 관심 없기 때문에 내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지 않겠는가.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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