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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고객에 대기시간을 알려줘라…확실한 숫자가 사과보다 낫다
기사입력 2020.09.17 0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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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불법 주정차된 차량이 동네에 너무 많아 차량은 고사하고 사람의 통행까지 방해를 받아서 단속을 의뢰하려고 담당 기관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먼저 걸려 온 단속 요청 전화가 많았는지 자동 음성 안내가 반복됐다. `지금 모든 회선이 통화 중입니다`라는 메시지 말이다. 몇 분 동안 기다리면서 묘하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 사람들 그냥 일하기 싫어서 이런 메시지를 자동으로 돌아가게 틀어 놓은 것이 아닐까?` 물론 그럴 리는 없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슬슬 고개를 들며 약이 오르기 시작한 경험을 해 보신 분이 많이 계실 것이다. 실제로 사회든 조직이든 많은 갈등과 항의는 기다림 자체보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화가 상당히 나 버린 상태의 민원인이나 고객이 전화가 연결됐을 때 애꿎은 공무원이나 상담원에게 먼저 화부터 내고 서로가 언성을 높이게 돼 결국 자신의 볼일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어디 한둘인가.

테크니온 이스라엘 공과대학의 나이라 뮤니처 교수와 아나트 라파엘리 교수는 사람들이 언제 잘 기다리고 못 기다리는지를 아주 상식적이면서도 짓궂은 실험 하나를 통해 알아보았다. 이들은 기간을 정해 놓고 자신들의 연구실에 업무차 걸려 오는 전화 123통에 대해 세 가지로 응대해 봤다. 첫 번째 조건은 통화 대기음으로 음악만 계속 흘러나오는 것이다. 두 번째 조건에서는 발신자가 `죄송합니다. 지금은 먼저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안내 메시지를 2분 남짓(정확하게는 108초) 한 시간 동안 세 차례 듣게 됐다. 세 번째 조건에서는 같은 시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자신이 통화를 하려면 대기 순서가 몇 번째인지 알려주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다.

실험 결과를 그리 어렵지 않게 예측하실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조건에서는 거의 3분의 2의 사람들이 전화를 금세 끊어 버렸다. 두 번째 조건 역시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잠시만 기다리시라`는 메시지를 처음 듣고 이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마지막 조건인 얼마나 남았는가를 알려줬을 때는 3분의 1가량만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통화에 성공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같은 내용으로 통화했는데도 세 번째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통화 내용에 가장 만족하더라는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흥미로운 점은 만족도가 근소하게나마 가장 저조한 최하위는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였다. 즉, `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라고 사과를 담은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저 음악만 들은 사람들보다도 더 기분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그 `잠시만`이라는 말이 오히려 화를 돋운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은 무작정 기다려라는 `말`을 싫어한다. 거기에 사과의 의미가 분명히 포함돼 있어도 말이다. 차라리 말을 안 하는 것보다도 싫어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연구진은 확실한 숫자(number)가 사과(apologies)보다 낫다고 아예 논문 제목에 명시하기도 했다.

하다못해 놀이동산이나 은행 창구에서도 `여기서부터 30분 대기 예상`이라든가 번호표로 남은 사람 수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런데 이런 사소한 배려를 거의 받지 못하는 경우가 조직 내에서 상당히 많다.
물론 그걸 알려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다렸던 휴가 또는 연수 순서나 차례대로 혜택을 보는 많은 것에 대해 얼마나 남았는가를 조직 구성원이 스스로 계산해야 하는 경우를 무수히 많이 보게 된다. 이런 것은 사실 조직이 얼마든지 배려할 수 있는 측면이다. 중요한 점은 이런 것을 스스로 어림짐작해야만 하는 과정에서 지치고 화가 난 구성원들의 마음은 엉뚱한 곳에서 터질 수 있으니 결국 조직과 리더가 신경 써야 할 일 아니겠는가.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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