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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CEO] `무작전`으로 커리어 쌓아왔지만…후배들은 `작전`대로 키우고싶어
롯데그룹 1호 여성임원 출신 박선미 엠허브 대표

여성 크리에이터로 지낸 30여년
경험 담은 `커리어대작전` 집필
여자라서 겪는 차별문제 등 서술

사치稅에 저항한 `탐폰북 캠페인`
여성이 어떤 도전할지 힌트 준것
기사입력 2020.07.30 0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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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고 바꿔야 할 것들이 아직도 많아요. 특히 광고처럼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콘텐츠라면 더욱 그렇죠."

박선미 엠허브 대표는 지난 27일 매일경제 비즈타임스와 만나 `여성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을 묻자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성이 흔하지 않았던 시절부터 광고 업계에서 30여 년간 일하며 느꼈던 소회를 풀어놓는 그의 표정에는 `크리에이터`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박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카피라이터로 광고계에 입문한 뒤 롯데 계열 광고대행사인 대홍기획에서 일하던 2012년 롯데그룹 1호 여성 임원으로 발탁된 크리에이터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올해부터 대홍기획 자회사인 엠허브 CEO를 맡고 있다.

박 대표는 최근 여성 크리에이터로서의 경험담과 조언을 담은 책 `커리어대작전`을 썼다. 그는 일본 여성 크리에이터와 공동으로 이 책을 집필한 이유에 대해 "실패담과 반성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책에 붙인 제목은 `대작전`인데 내 삶은 사실 `무작전`에 가까웠다"면서 "여자 크리에이터로 일하며 커리어를 키워간다는 것이 후배들에게 막막할 수 있기에 이정표가 돼주자는 마음이 컸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여성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은 물론, 여성의 참여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현상에 대한 요구도 커졌다고 봤다. 광고 업계의 대표 사례로는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광고제인 칸 광고제에서 2019년 PR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탐폰북`을 들었다. 탐폰북은 한 스타트업이 탐폰을 책으로 만들어 판매한 캠페인이다. 독일에서는 여성 위생용품인 탐폰에 19%의 높은 사치세를 매기는데, 책에는 세금이 7%만 붙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여성 정치인들과 인플루언서들이 활발히 참여한 결과 1963년에 만들어진 이 사치세는 결국 올해부터 폐지됐다.

박 대표는 "탐폰북은 여성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앞으로 사회 변화를 위해 어떤 도전들을 할 수 있는지 힌트를 준 사례"라며 "아직도 `여성 광고 크리에이터`가 더 많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여성 크리에이터`를 강조했다.

▷여성으로서 30년 일하는 데 힘들었던 점이 많았다. 점점 회사에도 여자가 늘어나고 회사에서도 여성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하지만 미흡한 게 아직 많은 것도 사실이다. 또 광고를 포함한 크리에이티브(창조적인 작업) 쪽이 안 그럴 것 같지만 보수적인 면이 있다. 처음으로 회사에서 여성 임원이 된 사람인데 후배들에게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광고 회사뿐 아니라 크게 보면 콘텐츠 시장이 125조원 규모이고 종사자만 67만명 정도 된다고 들었는데, `적어도 수십 만명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여성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을 공유해보기로 했다.

―더 많은 여성 크리에이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단 세상의 소비재와 상품 상당수는 여성이 구매한다. 한 은행 자료를 보니 30·40대 맞벌이 가구 63%는 여전히 여성이 자산을 관리하고 구매결정권 또한 쥐고 있다고 한다. `쉬코노미(She+Economy)`라는 신조어에서 엿볼 수 있듯이 여성은 소비를 주도하는 집단이다. 이때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매력적인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것이 여성이 잘해낼 수 있는 일이다. 또한 앞서 강조했듯이 여성 콘텐츠가 세상을 바꿔나가는 힘으로 작용하고 이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점이다.

―책에는 어떤 경험담을 주로 담으려 했나.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여성 크리에이터로 오래 일하면 누구나 거칠 만한 일들이다. 입사 초기부터 임원이 된 후인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떻게 보면 특별하지 않은 일반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누구나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면 조금씩 다른 시기들을 단계적으로 겪게 된다. 이걸 성장기와 사춘기, 전환기 등으로 보고 경험을 풀어봤다. 여자라서 겪을 수 있는 차별에 대한 문제도 함께 담았다. 미리 경험하는 크리에이터의 성장기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다. 여자 크리에이터로 일하면서 나는 사실 아무 작전도 없이 살아왔지만, 후배들은 나름대로의 `작전`을 좀 펼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후배들에게 꼭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건 남녀 모두에게 해당하는 조언인데, `당신과 똑같은 사람을 만나지 말라`는 것이다. 전혀 상관없는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똑같은 광고인들이 모여서 정보만 교환하는 만남을 반복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게임 업계·스포츠 업계·전자 업계 사람을 만나든가, 웹툰 작가를 만나야 도움이 된다. 그래야 크리에이티브가 나온다.

―그런 노하우를 통해 성공한 개인적인 경험이 있나.

▷임원이 되기 직전에 디지털 쪽 회사로 이직을 생각했다. 임원이 되고 나서 이직하지는 않았지만 회사에 요청해 정보기술(IT) 분야 6개 회사에서 인턴십을 했다. 한 달씩 짧게 6개월을 경험하고 나니 디지털 분야 회사들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 목표가 있다면.

▷목표는 모르겠지만 가장 많이 고민하는 건 `행복하게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다. 행복 중 하나는 여성 후배를 키우는 일 같다.
후배의 성장이 곧 내 성장이기 때문이다. 남을 키워야 내 커리어가 크는 때가 온 것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지금까지의 목표와는 조금 다르게 이런 방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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