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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Prism] 불만도 애사심…직원이 회사에 쓴소리를 하게 하자
기사입력 2020.07.02 0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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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준비하면서 가끔 강의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고는 한다.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박사과정 2년 차를 마치고 여름방학에 논문자격시험을 보고 약간 여유가 있었다. 학과장 교수님께서 조용히 부르셔서 학교에서 재정지원을 받으려면 가을학기부터 학부 강의를 시작하라고 말씀하셨다. 그전까지는 특별한 요구 조건이 없는 장학금을 받았지만 5학기부터는 경제적인 지원을 받으려면 학부 강사로 수업을 맡아야 했다. 박사과정 4학기가 지나기는 했지만, 내 영어는 생존할 수 있는 정도지, 학부 강의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다른 방법으로 장학금을 받을 수는 없는지 여쭤봤지만 학과장 교수님께서는 단호하게 강의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물론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격려 말씀과 주위에서 많이 도와줄 것이라는 말씀도 곁들이셨지만. 그동안 너무나도 많이 배려해주시고 좋아하는 교수님께서 단호하게 말씀하시니 어쩔 수 없겠다는 체념을 하고 미팅을 마쳤다. 사실 영어가 많이 부족한 외국 학생에게 강의 기회를 준다는 것은 너무나도 큰 혜택이었다. 박사과정 중에 영어로 강의하고 강의 평가가 좋아야 졸업 후 미국 대학에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업을 맡는 것은 박사과정 학생을 육성하는 꼭 필요한 과정 중 하나였다. 돌이켜보면 박사과정 때 강의 경험이 교수로서 준비하고 미국 대학에서 자리 잡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

여름방학 내내 주위 도움을 받아서 수업 준비를 했다. 드디어 첫 수업을 하기 전날 밤. 불안한 마음에 강의실에 가서 첫 시간에 다룰 내용을 혼자서 리허설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큰 과오 없이 첫 학기 수업을 마치게 됐다. 하지만 안도의 순간도 잠시 강의 평가를 받아보게 되었다. 다행히 우려했던 것보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마도 수강생들이 진땀을 빼면서도 노력하는 모습을 좋게 평가해준 듯하다. 긍정적인 피드백도 있었고, 부정적인 피드백도 있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조언도 많이 있었다. 그 조언들을 반영해서 두 번째 학기 수업을 준비하다 보니 조금 더 수월하게 강의를 할 수 있었다. 긍정적인 피드백은 기분을 좋게 하고 자신감을 키워줬고, 부정적인 피드백은 강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소중한 정보가 됐다.

몇 년 전에 국내 굴지의 글로벌 기업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사내 익명 게시판에 구성원이 자사 제품보다 경쟁사 제품이 더 좋다는 글을 올렸다. 글을 보시고 부회장이 구성원들의 애사심이 부족해서 자사 제품보다 경쟁사 제품을 더 좋게 평가하는 것 같으니 교육을 시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익명 게시판의 목적은 구성원들이 마음 놓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라는 것인데….

최근에 흥미롭게 읽은 논문이 있다. 만족이 창의성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있다. 하지만 그 논문에서는 이러한 통념을 깨고 불만이 창의성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단,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 개진이 가능할 때. 불만이 있다는 이야기는 문제점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이고, 조직에서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조직 문화가 개방적임을 암시한다. 또한 쓴소리를 한다는 것은 회사를 생각하는 애사심이 있다는 것을 암시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쓴소리를 하는 것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웬만한 용기와 자신감이 없으면 쓴소리를 하기는 쉽지 않다. 회사에 대한 애정이 없고 단순히 돈벌이를 위해 다닌다면 굳이 불만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애정이 있어야지 불만을 이야기하고 쓴소리를 하게 되는 듯하다.

공자가언(孔子家語)에 `良藥苦口(양약고구), 忠言逆耳(충언역이)`라는 글이 있다. "좋은 약은 입에는 쓰고, 충성스러운 말은 귀에는 거슬린다"는 의미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쓴소리를 듣고 싶어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좋은 이야기는 마음을 즐겁게 해줄 수는 있지만, 쓴소리는 자신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익명 게시판에 올린 글을 바탕으로 구성원들에게 오히려 자사 제품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더 요구했으면 제품 개선에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구성원들이 쓴소리를 이야기하게 하고 경청하고 이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리더에게 꼭 필요할 것이다.

[윤석화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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