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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직원의 진심을 알려면 천천히 응답하게 하라
기사입력 2020.01.09 0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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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떤 한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께 다소 심각한 자문을 요청받은 적이 있다. 조직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진단해 보기 위해 조직과 개인의 문제를 알아보는 다양한 설문과 질문을 했다고 한다.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사람들은 조직에 큰 문제점이 매우 많지만 자신에 관한 내용에 대해서는 문제가 거의 없는 것으로 반응했기 때문이다. 조직도 결국 그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서 만들어 내는 것인데 이런 의미 없는 결과가 조사나 실태 점검에서 나온 경우가 어디 한두 번이겠는가. 물론 현재 자신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답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가식적인 반응에서 벗어나 조직 구성원들이 좀 더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리더라면 누구나 관심이 클 내용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본심과 실제 행동은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누구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는 평판을 듣고 싶어 한다. 그래서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이 곤경에 처했을 때 기꺼이 도우려고 나선다` 혹은 `실수나 잘못을 하게 되면 기꺼이 그것을 인정한다` 등과 같은 질문에 자신의 실제보다 훨씬 더 그렇다는 쪽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때 대답하는 데 필요한 속도에 따라 사람들이 같은 내용이라도 전혀 다른 반응 양상을 보이더라는 것이다. 이런 재미있는 결과를 관찰한 연구가 최근 학계에 발표됐다. 존 프로츠코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타바버라캠퍼스 박사와 그의 연구진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참가자 1500명에게 앞서 든 예시와 같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답변을 하고픈 유혹이 강해지는 질문들을 했다.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었고 그 두 그룹의 차이는 간단했다. 그런데 그 차이만으로도 참가자들의 답변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 전자 그룹이 후자보다 훨씬 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대답을 했다. 즉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이 두 그룹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던 걸까. 간단했다. 한 그룹은 각 문항당 11초 이내에 대답해야 했고 다른 그룹은 11초 이상 생각한 뒤 응답해도 됐다. 이 한 가지의 차이가 극명한 결과의 차이로 연결된 것이다. 도대체 왜 속도에 대한 압력이 속내를 감추게 만들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대답을 하게 만들었을까.

후속된 실험에서 그 원인이 파악됐다. 이번에는 `진실되게 살아야 한다`는 질문 하나를 문항들 사이에 슬쩍 집어넣었다. 사람들은 빠르게 반응해야 할 때는 그 진실된 삶에 대한 질문에 어떤 반응을 했느냐와 상관없이 그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대답을 다른 문항들에서 했다. 즉 자기보다는 집단의 잣대로 자기를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여유 있게 반응할 수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진실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만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반응을 보였다. 즉 진짜 자기 생각대로 응답한 것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람들은 시간의 압력(즉 부족함)을 느낄 때 혹은 빠르게 판단하고 움직일 것을 요구받을 때는 집단이 요구하는 바대로 움직인다. 자신에게 조직이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려 하고 그것에 맞게 행동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면 자신이 어떤 가치나 주관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그러니 소신을 가지고 일을 하라든가 자기의 주관을 드러내라고 하면서 사람을 재촉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된다.
반대로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조직의 가치를 통일된 마음으로 따르게 하고 싶은 경우에 충분히 생각하라는 불필요한 덕담을 하는 것 역시 효율적인 일은 아니다. 이래저래 시간을 어떻게 말하고 사용하는가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은 하늘과 땅 차이를 보인다. 인간에게 시간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개념도 없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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