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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Prism] 비용편익 무시한 규제가 말썽을 일으킨다
기사입력 2019.11.28 0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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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는 보통 다음의 두 가지를 목적으로 이뤄진다. 하나는 시민이 바라는 일을 하는 것이다. 많은 시민이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정부는 정책을 만들고 규제를 한다. 많은 시민이 미세먼지가 없는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싶어하고, 그래서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책을 만들어 시행한다. 정부가 시민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정의로운 일,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을 한다. 노숙자를 돕는 일은 옳은 일이다. 살인범을 찾아내서 벌 주는 것도 옳은 일이다. 이런 일들을 정부가 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시민이 바라는 일과 옳은 일을 하면 좋은 정부가 될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다. 시민이 바라는 일을 하는 것의 문제점은 시민이 원하는 것이 그때그때 달라진다는 점이다. 또 원하는 일을 해준다고 해서 이제 만족하고 더 이상 원하는 일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원칙 없이 그때그때 땜질을 하는 정부 정책이 되고, 결국 정부 돈이 떨어지게 된다. 국민이 원하는 일을 한다는 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하게 정책을 펴지만, 결국 포퓰리즘 정부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

옳은 일을 하면서 정의를 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단 좌파냐 우파냐에 따라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옳은 것을 추구하는 정치 체제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도 180도 바뀐다. 또 정부가 앞뒤 가리지 않고 옳은 일을 추구하면 독재 정부가 돼버린다. 아돌프 히틀러는 자기 사리사욕을 추구하지 않고 자기가 생각하는 정의를 끝없이 추구했고, 그 결과 세기의 독재자가 됐다. 또 옳은 일을 하는 것은 부담이 굉장히 크다. 누구나 다 불쌍한 노숙자를 돕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길거리에서는 노숙자를 봐도 돕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 옳은 일이지만 부담이 되는 일은 피한다. 이런 일은 개인이 하지 않고 정부가 하기를 바라지만, 정부도 큰 부담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시민이 원하는 일, 정의를 추구하는 일을 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하는 일 같은데, 이 두 가지 모두 결과적으로 엄청난 부작용을 일으킨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정부 규제의 원리가 있다. 바로 비용편익분석을 바탕으로 하는 규제영향분석이다. 정부가 규제를 만들 때 그 규제로 인해 어떤 편익이 있고 어떤 비용이 있는지를 검토하고 계산한다. 그리고 편익이 비용보다 클 때 그 규제를 시행한다. 많은 시민이 원하는 일, 옳은 일이라고 해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원하는 일의 편익과 비용을 고려해서 편익이 클 때만 시행한다.

사실 이런 비용편익분석은 일반 가정에서 당연히 하고 있는 일이다. 아이들이 원한다고 해서 모두 사주지 않고 가계에 부담이 안 되는 선에서만 사준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고 해도 자기 식구 먹을 것을 남기지 않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지는 않는다. 각 가정에서는 수치를 계산하지는 않지만 실제 비용과 편익을 고려해서 부담이 작을 때만 어떤 일을 한다.

현재 정부가 규제를 만들 때는 이런 비용편익을 고려하는 규제영향분석을 하도록 돼 있다. 정부가 규제영향분석을 제대로 잘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낭비가 심하고 효과 없는 규제가 만들어지는 것은 걸러내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만들어지는 규제,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들어지는 규제는 이런 규제영향분석을 하지 않는다. 규제의 비용과 실질적 편익을 고려하는 과정이 없다. 그래서 규제가 만들어진 이후에 논란이 생기고 문제가 발생한다.

요즈음 정부가 만든 규제 중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거의 없다. 어느 정도 합리적이고 수용 가능한 규제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발생하는 것은 대부분 국회에서 만들어진 규제이고, 지자체 사업이다. 제대로 된 규제영향분석 없이 시민이 원한다는 이유로, 옳은 일이라는 이유로 시행되는 규제다.

좋은 정부는 좌파인가 우파인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규제 정책에서 나온다.

[최성락 동양미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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