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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모두가 위기를 말할때…`12개의 전략`을 준비하라
기사입력 2019.11.07 0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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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객사 미팅에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는 `고민`이다. 그다음으로 많이 듣는 단어를 꼽자면 `걱정`이나 `불안` 정도 될까. 그 배경은 이러하다. 미·중 무역분쟁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통상 문제에, 국제 외교, 미중 양강의 국내 정치 문제까지 더해져 점점 장기화될 기미를 보인다. 일본의 `전략 물자`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간 무역 분쟁 역시 해를 넘길 것이 확실시된다.

국내 기업이 발 빠른 대응으로 타격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더욱 걱정이 되는 건 `내년`이다. 하지만, 위기를 그저 위기라고 정의하는 건 무책임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이 언제 위기가 아닌 상황에서 경영한 적이 있는가. 경영진은 늘 임직원에게 긴장을 늦추지 않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첫째, 변화에 대한 상상력, 그리고 속도감 있는 실행이다. 미국 코닥 필름은 디지털 카메라 시대를 따라잡지 못해 파산했다. 이 말은 반만 맞는 말이다. 코닥은 매우 빠르게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확보했고, 다양한 디지털 카메라 역시 출시했다.

하지만 코닥은 사진 인화라는 비즈니스를 포기하지 못했다. 코닥은 시장이 디지털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은 파악했지만, 변화의 폭이 이렇게까지 커질 것은 예측하지 못했다. 대세가 디지털로 넘어가기 시작한 이후에도 실행 속도가 떨어져 다른 경쟁사를 따라잡지 못했다. 한 가지 더, 코닥은 사진 필름 시장 경쟁사였던 후지필름과 달리 필름이 가진 다른 가능성은 보지 못했다. 후지필름은 필름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화장품 등으로 진출해 성공을 거뒀다.

둘째, 빠르게 현실을 반영한 진로 수정이다. 시장은 너무나 빠르게 변한다. 아무리 수많은 천재를 모아 면밀히 분석한 자료라도 틀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인터넷 쇼핑에 대해 오판한 경험이 있다. 한국에 인터넷 쇼핑이 처음 들어올 때, "한국에서는 잘 안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때 한국 사람은 만져보지 않은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 예상은 틀렸다.

심지어 이제는 누구나 실물을 보고 골라야 한다고 여기던 신선식품까지 모바일 `새벽 배송`으로 구입하는 세상이 열렸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앞다퉈 뛰어들 정도로 큰 시장이 됐다. 만약, 과거의 태도를 계속 유지해서 "한국에서 온라인 쇼핑은 한계가 있다"고 컨설팅했다면? 상상하기도 끔찍하다.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는 무조건 일관성을 지키려 하기보다, 바뀐 현실을 빠르게 파악해 애자일(agile)하게 대응하는 편이 낫다.

셋째, 다양한 전략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순신 장군은 명량해전을 앞두고 선조에게 "지금 신에게는 아직도 전선 12척이 남아 있나이다. 비록 전선 수는 적지만 신이 죽지 않은 한 적은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장궤를 올렸다.

즉, 자원이 적어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순신 장군이 상대해야 할 왜적선은 130척이 넘었다. 적의 10분의 1도 안되는 자원이지만 장군은 울돌목이라는 해류가 거칠고 좁은 전장을 선택했다. 왜적이 더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더라도 물량공세를 펼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왜적의 운용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 역시 이순신 장군은 사전에 갖추고 있었다.

다가오는 글로벌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의 경영자는 모두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이한 장수라 할 수 있다. 선진국은 기술력과 창의력을 앞세우고, 개발도상국은 풍부한 인력을 이용해 한국 기업을 포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순신 장군이 현대의 경영자로서 환생한다면, 대주주에게 어떤 보고서를 올렸을까. 아마도 "우리는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열두 개의 시나리오별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적지 않았을까.

[유인상 EY한영 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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