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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출처 묻는 말 한마디면 아이디어 도용 막는다
기사입력 2019.11.07 0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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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아이작 뉴턴과 독일 코트프리트 라이프니츠의 미적분 논쟁은 과학사에 유명한 논쟁 중 하나다. 하지만 영어로는 `famous(유명한)`보다는 `notorious(악명 높은)`에 가깝다. 즉 아름답지 못한 논쟁이라는 뜻이다. 어떤 사연일까. 미적분 개념을 창시한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다. 뉴턴은 자신이 먼저 생각한 개념이라는 점을 들었다. 실제로 뉴턴의 미출간 논문을 우연히 볼 기회가 있었던 라이프니츠가 뉴턴에게 1676년 편지 두 통을 보내 더 자세한 내용을 물은 적도 있다. 하지만 8년 후 논문으로 공식 발표를 먼저 한 사람은 라이프니츠다. 게다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쓰이는 미적분 기호 체계와 계산 방식에 대한 대부분은 라이프니츠가 정립해놓은 방식을 따르고 있다. 편지와 자문이 라이프니츠 업적에 결정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해석도 상당수다. 결국 뉴턴 측은 상대방을 표절이라고 욕했으며, 라이프니츠 측은 상대방은 아이디어만 내놓은 주제에 진정한 발명을 한 사람을 모함한다고 비난했다. 여기에 영국과 독일이라는 국가 간 자존심까지 개입돼 족히 200년 넘게 양쪽은 상대편에게 모욕적인 말도 서슴지 않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오죽하면 이를 두고 세계적인 대중과학 저술가인 핼 헬먼이 자신의 책 `과학사 대논쟁 10가지`에서 가장 품위 없는 논쟁이라고 꼬집었겠는가. 하지만 이런 품위 없는 논쟁은 우리 주위 도처에서 일어난다. 학문의 세계에서도 이러한 논공행상 장면에서 첨예한 장면이 얼마든지 가능한데 경쟁과 성과가 강조될 수밖에 없는 현대 조직에서는 오죽하겠는가.

사람들은 누구나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이때 그 성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 공로를 인정해 가는 과정에서 공정성에 대한 수많은 논쟁으로 인해 승자 없는 소모전에 피해를 보는 경우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어려운 질문에 프랑스 파리과학인문학대학교의 우고 메르시에 교수 연구진은 흥미로운 실마리를 던져주는 연구 한 편을 올해 발표했다. 연구의 핵심은 이렇다. 자신이 최초로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것이 아닌 다양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그 아이디어를 제3의 사람에게 전달할 때 어떤 행동을 보이는가를 관찰한 것이다. 아주 사소한 사안부터 중요한 일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아이디어를 전달할 때 자기가 그것을 처음에 누구에게 들었는가는 잘 밝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상황과 경우에 따라 적게는 30%에서 심지어는 100%인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결과는 지금부터다. 우선 이러한 경향성은 유능함과 같은 능력이 중요시되는 상황에서 더욱 강하게 일어났으며 따뜻함이나 공정함과 같은 도덕적 측면이 강조되는 분위기에서는 적게 일어났다. 그런데 중요한 건 유능함이나 공정함에 관한 그 분위기가 사람들이 해야 하는 대화와는 전혀 무관한 것들이었다는 점이다. 둘째, `정말이오? 그런 좋은 해결책을 당신이 생각해냈다는 말이죠?`와 같이 그 아이디어를 생각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상기시키는 질문이 한 문장만 뒤따라도 은근슬쩍 아이디어의 최초 생산자를 감추는 경향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이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남의 공을 가로채거나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행동은 공정성이 중요한 분위기와 출처의 강조가 `약간`만 이뤄져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인간이 태어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도 바로 인식하는 기본적 개념이 바로 아이디어 출처를 밝히는 도덕성이기 때문이다. 시카고대 발달심리학자 앨릭스 쇼 교수는 이렇게 역설한다.
"6세 아이들도 아이디어 도용의 개념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으며 남의 아이디어를 가로채는 표절적 행위를 싫어한다." 그러니 역으로 생각해보면 매우 의미심장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표절적 행위 혹은 남의 아이디어나 공을 가로채는 행위가 우리 조직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그저 유능하면 다 된다는 생각이 만연하고 있으며 최소한의 공정성과 출처 확인도 확보되고 있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깊이 각성해야 할 것이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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