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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번아웃 막을 최고의 실천은 걷기…혼자서·아무 목적없이 산책하라
기사입력 2019.10.17 0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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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기고한 "`한국형 번아웃`을 막으려면 혼자만의 시간 더 가져라"에서 나 혼자 있는 시간의 중요함에 대해 많은 독자께서 관심을 보여주시면서 지난 일주일 동안 다양한 질문을 필자에게 하셨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인 바로 `산책`에 관한 것이었다.

이번 글을 통해 그 대답을 드리려 한다. "그럼요. 물론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의 백미는 명상과 산책입니다. 명상은 어느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수련해 가면서 하셔야 하니 차차 관심을 가지시구요, 산책은 지금 당장 하셔도 되지요." 걷는다는 것 자체가 인간의 마음에 긍정적 효과를 상당히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미 다양한 기존 연구들을 통해 그 인과기제까지도 밝혀져 있다.

예를 들어 걷기를 하면 뇌에서 해마(hippocampus)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해마는 새로운 생각과 기존의 것에서 벗어나게 하는 기능과 관련 있다. 그런데 이 해마가 편도체(amygdala)라는 다른 뇌 부위에 길항작용을 한다. 길항은 서로 반대되는 작용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해마가 활발히 활동하면 편도체의 활동은 그만큼 약화된다. 그런데 편도체의 기능은 불안, 초조함과 같은 스트레스성 감정을 담당한다. 그러니 걸으면 해마는 활성화하고 편도체는 둔화하니 당연히 인간 심리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여기에 꼭 덧붙여 드리는 내용이 있다. 좋은 산책을 위한 필수 요소가 몇 가지 더 있다는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으로 뇌를 식히고 새로운 통찰을 얻으려는 산책을 위해서는 특히나 그렇다. 오늘은 그 몇 가지를 한번 알아보고자 한다.

우선 당연히 혼자 걷는 것이 좋다. 여러 사람이 산책하더라도 잠시 동안은 혼자 걸어보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말과 생각을 멈출 수 있으니 걸으면서 느끼는 새로운 감정을 디딤돌 삼아 그간의 고민이나 시름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활력소가 된다.

둘째, 무목적, 즉 목적 없이 걸어야 한다. 목적이나 해결해야 할 문제를 머릿속에 계속 지니고 떠올리면서 걷는다는 것은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을 어렵게 한다. 재미있게도 지갑과 휴대전화 등 이른바 통신과 지불을 위한 `도구들`을 잠시라도 내려놓고 걸을 때 무목적으로 걷는 것이 훨씬 쉬워진다. 인간은 도구를 가지고 있으면 계속 그 도구를 들여다보며 그것으로 해야 하는 일들과 그것으로도 하지 못하는 일들을 생각하면서 기존 걱정으로 되돌아간다. 모든 도구를 다 빼앗기고 난 다음 걷기 시작하는 `귀양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창조적 역작들이 나온 것 역시 마찬가지의 이유다. 가난한 철학자들이 아무것도 없이 도심 이곳저곳을 그저 걸어다니면서 자유롭게 사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깨달음에 도달했는데, 심리학자들은 이들 소요학파가 그들의 걷기에 아무것도 지니지 않았다는 것에 더 주목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종종 걷기를 위해 지리산 둘레길이나 제주 올레길처럼 먼 곳의 거창하고 이름난 산책로만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평소에 자신이 다니던 길과 동네에서 살짝 벗어난 어느 곳을 산책하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의외로 많다. 여기서 `살짝`이나 `약간`이 매우 중요하다. 인간은 큰 치유를 위해서는 큰 변화로 가능하다는 착각을 자주 한다. 하지만 지치고 힘든 마음을 위해 너무 큰 변화가 있는 곳으로 가면 오히려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더 많다. 서울에서의 수많은 일에 지치고 힘들어 유럽 여행을 한 달 동안 떠났는데 유럽의 어느 바닷가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쳐다보며 견딜 수 없는 외로움에 오히려 더 큰 괴로움을 느꼈다는 어느 유명인에게도 필자는 같은 이야기를 해 드렸다.


우리는 늘 걷는다. 하지만 위에 있는 세 가지가 고려되거나 포함된 걷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조금씩 이 세 가지 중 한두 개라도 포함된 걷기를 해 보시라. 그 과정에서 이전과는 다른 색다름과 신선함, 더 나아가서 작은 깨달음들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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