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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in Biz] 유튜브·넷플릭스에 `갈등`이 사라지는 이유
기사입력 2019.10.17 0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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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변했다. 미디어와 플랫폼, 디바이스의 변화가 가져온 결과지만 무엇보다 향유자의 취향 변화에 그 주원인이 있다. 강의시간에 분석할 작품을 소개할 때 폭력적이거나 피가 나오거나 갈등이 심각한 작품은 상당수 학생이 힘들어 한다. 특정 소재나 갈등의 정도에 따라서 작품을 만나는 것조차 꺼려 하는 것이 최근 추세다. 갈등 중심의 서사 이론이 흔들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사는 일이 팍팍한데 콘텐츠를 즐기면서까지 심각한 갈등과 심리적 부담을 안고 싶지 않은 것이다.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채널을 살펴보면 그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채널의 목적에 맞춰 짧은 시간에 완결 가능한 서사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심도 있는 갈등 대신 상황 중심의 재미나 재치 있는 합을 중시하는 대사 전개가 웹드라마의 지배적인 스토리텔링 전략이 됐다. 정보 전달이나 힐링 중심의 채널들이 각광받고 있는 것도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일이 됐다. 최근 `자이언트 펭TV`가 내놓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펭수 시리즈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펭수 시리즈는 뚜렷한 서사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펭수와 기존 EBS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병맛 유머를 생산하는데, 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BBC의 `셜록`은 추리소설이 원작이지만 추리 과정이나 범인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오히려 셜록과 왓슨의 캐릭터에 주목한다. `고기능 소시오패스`라고 스스로 이야기하는 셜록의 캐릭터성을 스릴러가 아닌 모험담으로 부각시키면서 재미를 준다. 19세기 탐정을 현재로 소환하고, 추리 과정을 시각화하기 위해 타이포그래피를 적극 활용한다. 특히 캐릭터의 다원적 배치를 통해 서사가 아니라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축한다. `셜로키언`이라면 이 작품이 서사의 전모가 아니라 향유자의 참여를 자극하고, 체험 과정의 즐거움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화제를 일으키는 스페인 TV 시리즈 `종이의 집`은 더욱 흥미롭다. 넷플릭스를 통해 시즌3까지 공개된 이 작품은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범죄`라는 강도단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전제가 성공 가능할 것인가를 게임처럼 즐기게 한다. 조폐국에서 돈을 훔치는 것이 아니라 찍어서 가져가겠다는 발상이나, 자신의 정보를 캐내려고 접근한 교수가 강도단의 일원인 것을 알게 되자 경찰도 강도단에 합류하거나, 인질들에게 100만유로를 주겠다고 약속하고 인질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반전이나, 거리에 엄청난 유로를 뿌리면서 보니와 클라이드처럼 인기를 끄는 모습은 가치 중심, 결과 중심의 서사와 거리가 멀다. 이 작품을 향유하는 내내 스톡홀름증후군에 빠진 사람처럼 그들의 강도 행각이 성공하길 바란다거나, 극단적인 성격의 캐릭터 간에 멜로 라인이 성공적으로 맺어지길 원한다거나, 트로이의 목마 전략이 어떻게 성공할지 보겠다거나, 동일한 가면과 복장으로 침투하는 경찰에 강도단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고민했다면, 당신은 이미 `종이의 집`을 게임처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사회문화적 가치나 규범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향유하는 내내 긴장과 승부를 즐기게 하는 스토리텔링 전략인 것이다.

혼돈의 세계에서 질서를 찾으려는 노력이 이야기의 출발이다.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드러냄으로써 자기 존재를 증거하려는 근원적인 욕망이 이야기다. 질서와 지향 가치에 갈등이 없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가 즐기는 콘텐츠에서 갈등이 휘발하고 있다.
즐거움을 추구하는 과정 중심의 스토리텔링이 나쁘거나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무엇이 지금 이곳에서 갈등을 휘발시키고 있는지 생각해보자는 말이다. 허구보다 더 날선 대립을 보이는 강퍅한 현실이 그것과 건강한 긴장의 거리를 유지시켜야 할 이야기 속 갈등을 휘발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시점이다. 분명한 것은 이야기 속 갈등을 회피한다고 현실의 그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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