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경제
  • mbn
  • 매경TV
  • 매경이코노미
  • luxmen
  • citylife
  • M-print
  • rayM
뉴스  ·  증권  ·  부동산  ·  비즈&  ·  교육  ·  스타투데이  · 
10월 22일 (화) MK thebiztimes
전체기사주별보기
경제용어 웹검색
Cover Story 바로가기 View&Outlook Case Study 바로가기 Trend 바로가기 Insight 바로가기 Human in Biz 미니칼럼 바로가기 Edu Club 바로가기

allview HOME > SK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
[CEO 심리학] `한국형 번아웃` 막으려면 혼자만의 시간 더 가져라
기사입력 2019.10.10 04:03:02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얼마 전 사회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명사 한 분이 포함된 회의 자리에서 필자의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어 계속해서 본 적이 있다. 이분은 자기 발언 순서가 되면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매우 유창하면서도 논리적으로 내용과 의견을 정리해 말했다. 그런데 그분이 자기 순서를 마치고 나서는 맥이 거의 풀린 사람의 눈으로 책상 위를 응시하는 것 아닌가. 마치 몸살기가 역력한 사람처럼 말이다. 주위 사람들은 그의 말이 끝나고 다음 순서 발언자에게 집중하느라 그분의 이런 모습을 모두 놓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반복되는 걸 지켜보고 있던 필자는 회의 후 식사 자리에서 그분께 이렇게 물었다. "많이 지친다는 걸 느끼고, 주위 사람들에게 평소보다 더 예민해져 있으며, 분명히 감기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몸살 걸린 것 같은 기분을 느끼시지 않나요?" 그분은 화들짝 놀라면서 "아니, 교수님,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라고 반문했다. 이 질문에 필자는 이렇게 대답을 드렸다. "번아웃(burnout)이 올 수 있습니다. 아니, 이미 상당 부분 와 있을 수도 있겠네요. 조심하셔야겠어요." 그래서 그분과 필자는 식사의 나머지 시간을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소소하지만 진지한 대화로 이어나갔다.

번아웃. 얼마 전부터 이 용어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신체적·정신적 측면 모두에서 극도로 피로해지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으로 정의된다. 독일 태생 미국 심리학자인 허버트 프로이덴버거가 약물중독자를 상담하는 전문가들이 그 과정에서 점점 자신의 정신적 에너지가 완전히 소모돼 극단적인 무기력감을 겪을 때를 두고 이 용어를 언급한 데서 유래했다. 번아웃을 막으려면 상담을 받고, 잘 먹고 잘 마셔야 하며, 일을 집으로 가져가지 않고, 적절한 운동과 취미생활을 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런데 그분은 이 모든 것을 대부분 이미 하고 있었다. 그러니 무언가 특별한 조치가 하나 더 필요했다. 고민하던 필자는 바로 한국 사회의 독특함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한국 사회에 속한 사람들은 유난히 일을 많이 하고 사람을 많이 만난다. 한국인의 스마트폰을 보면 알 수 있다. 늘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거나 메신저를 통해 채팅하고 있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은 정신적이든 물리적이든 거의 없다. 게다가 사회적으로 민감한 한국인들은 타인이 자신을 보고 있는 일을 하는 시간에는 지극히 멀쩡한데 그 시선이 자기를 향해 있지 않을 때가 돼서야 지친 모습을 보인다. 그러니 그 사람이 지쳐간다는 것을 주위에서는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결국 문제가 크게 터지는 지경까지 가야만 주위 사람이 인식할 수 있으니 `멀쩡하게 말 잘하고 일 잘하던 사람이 갑자기…`라는 말을 늘 하게 된다.

필자는 이를 두고 전형적인 `한국형 번아웃`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번아웃 전에 유난히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오히려 나만 혼자 있는 것 같은 외로움을 점점 더 많이 느끼곤 한다. 그런데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박사는 `외로움을 피해 관계로 도피`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꼬집는다. 정말이지 지혜로운 한 문장이 아닐 수 없다. 번아웃이 오면서 오히려 점점 더 사람들에게 의존하며 그들과 먹고 떠드는 `사회적 노동`으로 지쳐가고 외로워지며 이를 이겨낸답시고 다시금 관계 속으로 뛰어드는 악순환을 꼬집는 이야기니 말이다.

결론은 분명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물리적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과 소리를 거의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는 형태로 말이다. 정적으로 가만히 있는 공간도 좋고, 동적으로 걸을 수 있는 상황도 좋다. 핵심은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그래야 식기 시작해 다 타버리는 소진을 막을 수 있다.
일주일에 단 몇 시간이라도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그래야 번아웃이든 다른 사람에게 폭발하는 불상사든 막을 수가 있다. 이 가을, 혼자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한번 되새겨볼 만한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용어사전 프린트 이메일 전송 리스트
최신기사

빈칸
PDF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