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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in Biz] 영국·멕시코산 와인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
기사입력 2019.09.05 0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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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영국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초대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만찬 자리에서 와인 애호가들에게 다소 놀라운 장면이 목격됐다. 보통 영국 왕실에서는 검증된 프랑스 와인을 준비한다. 그날도 어김없이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샤토 라피트가 나왔지만 정작 관심사는 샴페인 대신 등장한 영국산 스파클링 와인이었다. 콜라만 마시는 트럼프 대통령은 별 관심이 없었겠지만 국빈 만찬에 영국 와인이 나왔다는 것은 마치 화려한 정찬 코스에 맛없기로 악명 높은 피시앤드칩스가 끼어들어간 것이다. 화제의 주인공인 `윈저 그레이트파크`는 영국 와인 소매점 라이트와이트가 왕립 소유의 공원에 경작 허가를 받아 생산한 스파클링 와인이다.

여왕의 와인은 이뿐이 아니다. 이미 2006년 여왕의 팔순 잔치에서는 영국 남부 이스트서식스 지역의 리지뷰 포도원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 축하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리지뷰는 와인 전문잡지 디캔터에서 샴페인을 포함한 전 세계 700개 경쟁자를 물리치고 최고의 스파클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처럼 와인을 주로 수입에 의존하던 영국에서 어쩐 일로 이렇게 뛰어난 와인이 만들어졌을까. 사실 프랑스 샹파뉴 지역과 영국 남부는 토양이 유사하다. 석회암을 기반으로 흰색의 백악질이 덮여 있어 습도와 온도가 잘 유지돼 포도 경작에 적당하다. 문제는 기후의 차이였다. 예전에는 샹파뉴까지가 포도 재배의 북한계선으로 산도는 높고 당도가 낮은 샤르도네, 피노누아, 피노뫼니에 품종이 주로 경작됐다. 그러다가 지구온난화에 따라 이 한계선이 점차 올라가 영국 남부까지 이르게 됐다. 대서양의 영향으로 높은 습도와 온화한 날씨가 유지되는 영국 남부지역이 바야흐로 토양과 기후 조건이 와인 생산에 적합한 곳으로 변모된 것이다. 여기에 눈 밝은 생산자가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중 대표적 인물이 미국과 프랑스 와인의 세기적 대결인 파리의 심판을 기획했던 스티븐 스퍼리어다. 2011년부터 영국 브라이드 밸리에서 미네랄이 인상적인 스파클링을 생산하는 그와 같은 도전자들에 의해 지난 10년 동안 프랑스의 하얀 절벽을 마주하는 켄트에서부터 서식스, 햄프셔, 도싯, 심지어 서쪽 멀리 데번과 콘월까지 수백 에이커의 포도원이 영국 곳곳에서 만들어졌다.

영국에 여왕의 스파클링 와인이 있다면, 멕시코에는 대통령 가문의 레드 와인이 있다. 영국만큼이나 멕시코 역시 와인과는 거리가 먼 느낌이다. 중남미 국가에서 와인 하면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연상된다. 멕시코 하면 테킬라만 떠오를 뿐이다. 그런데 의외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국이 멕시코다. 일찍이 스페인 정복자들이 16세기 초 금맥을 찾아 멕시코로 넘어왔을 초기부터 자신들이 마실 와인용 포도를 재배했고, 심지어 당시 카를로스 5세 국왕은 스페인의 포도 묘목을 먼 신대륙까지 옮겨 심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후 유럽에서 건너온 멕시코 포도는 오늘날 미국 땅이 된 캘리포니아주까지 뻗어나갔다.

멕시코 최초의 포도원은 1597년 해발 1500m에 위치한 코아우일라주 라스파라스 밸리에서 돈 로렌조 가르시아가 설립한 아시엔다 데 산 로렌조다. 이 와인너리가 현재의 까사 마데로다. 마데로 와인 가문의 후손 중 한 명이 바로 20세기 초 30년간 장기 집권했던 포르피리오 디아스의 독재 정권을 1917년 무너뜨렸던 프란시스코 마데로 대통령이다. 마데로는 비록 암살돼 짧게 자리에 있었지만 당시 멕시코 농민과 노동자들이 전폭적으로 지원한 대통령이다.

까사 마데로는 개혁 성향의 대통령이 탄생한 가문의 포도원답게 400년의 오랜 전통 속에도 끊임없는 혁신으로 700개 이상의 국제 메달을 획득했다. 까사 마데로 와인은 고산지대에서 생산돼 전반적으로 밝고 경쾌하다. 말벡 와인은 남미의 다른 말벡처럼 마냥 진하기만 한 스타일이 아니라 은은한 초코와 연초향이 부드러운 타닌에 어우러져 양념이 강하지 않은 심심한 음식과도 제법 궁합이 맞는다.
특이하게 카베르네 소비뇽과 프랑, 말벡을 혼합한 3V는 잘 익은 무화과와 건자두가 생생히 느껴지면서 여운에서 희미한 계피와 나무향이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두꺼운 무게감이 없어 우리 한식과도 잘 어울릴 법하다. 아직은 멕시코 와인이 품질에 비해 국제적 인지도가 낮은데 먼저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임자다.

[장지호 한국외국어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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