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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Prism] `창의적 공간`이 `창의적 조직` 만든다
기사입력 2019.09.05 0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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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시내에 있는 모 그룹사 사옥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20년 정도 된 건물이어서 층별로 리노베이션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만 했지 실제로는 처음 방문하는 것이어서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했다. 아직 리노베이션이 진행 중이라 지하 주차장도 반만 사용할 수 있었고,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안내하시는 분 이야기를 듣고는 할 수 없이 외부에 있는 다른 주차장을 찾아 주차를 한 뒤 10분 정도 걸어가야만 했다. 외부 출입문을 한쪽만 사용할 수 있었고, 고층 엘리베이터는 기존에 사용하던 6개 중 3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예상보다 20분 정도 시간이 더 걸려서 미팅 장소에 도착했다. 오래간만에 부지런을 떨어 일찍 출발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미팅 시간에 늦을 뻔했다. 미팅이 있는 층은 최근 리노베이션을 끝낸 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랐다. 예전에 비해 훨씬 개방감이 있고, 건물 밖 풍경이 중앙에 있는 엘리베이터에서도 시원하게 보였다. 기존 칸막이 사무공간을 없애고, 마치 여기가 사무공간이 아니라 커피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꾸며 놓았다. 모던하고 세련된 작은 공간에는 냉장고와 작은 싱크대, 커피메이커, 토스터, 빵, 잼 등이 마련돼 있어서 구성원들은 자연스럽게 오가며 음료와 간식을 즐기고 있었다. 물론 노트북을 이용해서 업무에 몰두하는 직원도 많이 눈에 띄었다. 회사라기보다는 인테리어가 잘돼 있고 탁 트여 전망 좋은 커피전문점에 온 것 같았다. 그래선지 점심식사 직후인데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커피 한잔을 마시며 토스트에 잼을 발라 간식을 먹게 됐다.

공유 오피스 개념을 도입해 자신이 업무를 할 좌석을 사전에 예약하고 어느 장소에서나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2일 이상 같은 좌석을 예약할 수 없고, 심지어 다른 계열사가 있는 층에서 업무를 해도 된다고 한다. 리노베이션 효과인지 예전에 방문했을 때 비해 훨씬 활기 있었고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훨씬 자연스러워 보였다. 간혹 캐주얼하게 반바지 차림으로 다니는 구성원들도 있었다. 책상은 서류가 잔뜩 쌓여 있는 게 아니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개인 물품들은 사물함에 보관돼 있었다. 예전의 엄숙한 분위기의 사무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생기 있는 모습,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예전보다 더 많은 다양한 사람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고, 대화를 많이 하다 보니 아이디어도 공유되고 업무에 서로 도움을 주고 협업도 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글로벌 경쟁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특히 융·복합 시대에 어느 한 명의 아이디어로 획기적인 제품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하거나 혁신을 이루어 내기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아이디어가 모이고 그 아이디어들이 말 그대로 융·복합돼야 경쟁우위를 가져올 수 있는 혁신이 나올 수 있다. 그 근간에는 구성원들 간 지식과 아이디어 공유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국내 자료를 분석해 학술지에 게재한 한 연구에 따르면 구성원들 간 지식 공유가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식을 공유하지 않으면 그 지식은 자신 안에 갇혀 있고 확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유하는 순간 더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게 되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바로 지식 공유의 딜레마가 생기게 된다. 지식을 공유하면 파이가 커지지만 자신의 경쟁우위가 없어진다는 두려움 때문에 꺼리게 된다.

리더들은 구성원들의 이러한 딜레마를 줄여주고 극복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창의성과 혁신을 요구하기 전에 창의성과 혁신의 출발점인 소통과 지식 공유가 잘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어떤 아이디어나 지식이나 정보도 부담 없이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딱딱한 업무용 책상과 칸막이로 되어 있는 사무공간 일부를 카페처럼 바꾸고 공유 오피스를 도입해 보면 어떨까. 비용 제약으로 공간을 혁신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면 일부 공간이라도 칸막이를 없애고 공유 오피스나 공유 좌석제를 도입해 자연스럽게 더 자주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러고 보니 연구실 인테리어도 바꿔야 할 것 같다.

[윤석화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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