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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비용·성과로 따져 본 `한 우물 파기` 경제학
기사입력 2019.07.25 0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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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물을 파야 하나 아니면 여러 우물을 파야 하는가." 사실 이 질문은 굳이 심리학자라서가 아니라 누구나 주고받는 질문이다. 전자는 한 가지에 집중하고 전력을 다하라는 뜻이며 후자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라는 뜻이다. 사실 어느 것이 맞다고 해도 만족스러운 대답은 아닐 것이다. 이런 질문을 우리는 딜레마라고 한다. 그런데 심리학자들에게는 이러한 딜레마형 질문을 받으면 본능적으로 하는 재질문이 하나 있다. 바로, 그 각각의 선택을 강조하는 우리 본심이 어떤 것이냐다. 즉 "우리는 언제 한 우물을 파고 싶고 또 어떨 때 여러 우물을 파고자 하는가"다. 그리고 이 질문은 다시금 `어떤 사람이 한 우물 혹은 여러 우물 파기를 강조하는가`로 쉽게 변환해 볼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딜레마에 조금 더 세밀한 접근을 해 보는 것이 가능해진다.

사람들은 어떨 때 `한 우물 파기`, 즉 기존의 것에 집중하려고 할까. 이렇게 질문을 바꾸면 이미 심리학에서 많은 연구를 해 놓았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미 많은 투자를 해 놓은 상태, 즉 매몰비용(sunk cost)이 클 때다. 예를 들어 많은 돈을 들여 여행지에 도착한 관광객들은 비교적 적은 비용을 들여 같은 곳에 도착한 관광객들에 비해 좋지 못한 기상 조건에도 더 적극적으로 계획한 여행을 마치려고 한다. 왜냐하면 기존에 들어간, 즉 매몰된 비용이 많기 때문이다.

한 우물 파기를 좋아하는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이른바 미래 변화가 적다고 감지했을 때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폼페우파브라대의 조르디 쿠아드박(Jordi Quoidbach) 교수와 미국 하버드대의 댄 길버트(Dan Gilbert) 교수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과거 10년보다 미래 10년의 변화량을 3분의 1 정도로 낮게 추정한다. 앞으로 세상이 잘 변하지 않는다고 예측하면 지금 성공적으로 해 왔던 일에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진다. 그러한 이유로 지금까지 이룬 성공과 성과가 큰 사람이나 조직일수록 미래 변화를 적게 추정해 `한 우물 파기`에 집중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인다. 1970년대 PC 시장은 결코 오지 않는다고 예측한 상업용 컴퓨터사 디지털 이큅먼트 최고경영자(CEO) 케네스 올센(Kenneth Olsen), 수많은 하인들이 메신저 역할을 하는 영국에는 전화기가 결코 필요하지 않다고 단언했던 라디오 개발의 후견인이자 영국 체신부의 최고 엔지니어 윌리엄 프리스(William Preece) 경, 심지어 "640kb 면 모든 사람에게 충분한 메모리 용량"이라고 말한 1980년대 MS-DOS의 아이콘 빌 게이츠 모두 당대 최고의 성공자들이었다. 그래서 한 우물 파기를 강조한 것이다.

물론 한 우물 오래 파기가 매몰비용이나 직전 성공에 의한 오판으로만 일어나는 일은 결코 아니다. 인지 심리학에서는 `생각에 관한 욕구(need for cognition)`가 강한 사람들이 모든 면에서 약한 사람들보다 한 가지 일에 오래 머무르면서 끈기를 가지고 잘 마무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목표의식과 맞아떨어지는 대상을 만났을 때 전적으로 몰입하며, 남들이 들여다보지 못하는 곳까지 파보고 집중한다. 그러니 우물 파기는 이렇게 집념과 끈기 있고 생각이 깊은 사람들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결국 이렇게 요약되지 않을까. 한 우물을 팔 수 있는 능력과 자세와 한 우물만 파고 싶은 유혹을 냉철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어떤 무엇이든 그것에 큰 관심과 목적의식이 있어서 할 때와 그것만 하고 싶어서 탐닉할 때가 행동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리더라면 이전에 들어간 비용이 적기 때문에 아직 성과가 나오지 않은 우물은 계속 팔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해 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우물만 계속 파려는 이유가 기존의 비용과 성과에 의해서만 설명이 되고 있다면 분명 다른 우물을 파보게 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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