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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Focus] 북미 보일러시장 엔드게임…글로벌 팀업이 왕좌 가른다
온수기·보일러시장 패권뺏긴 日
저가경쟁·美기업인수로 재도전
伊·佛·네덜란드 기업들도 가세

콘덴싱기술 선보인 韓기업 선두
친환경·고효율로 시장 사로잡아

10년의 각축전 최종장 진입했다
기사입력 2019.07.25 0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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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영화 장르는 팀업 무비(Team-up Movie)다. 각자의 개성을 가진 여러 명의 주인공이 거대한 위협에 맞서 하나의 팀을 이루고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 위기를 극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벤져스`를 필두로 매력적인 주인공들이 모여 이루는 많은 팀업 영화들이 최근 스크린을 장악했다.

관객들은 왜 팀업 무비에 환호할까.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여러 주인공이 부딪치고 갈등하면서 만들어내는 시너지와 이를 통해 불가능해 보이던 문제 상황을 극복하는 내러티브야말로 사회 속에서 다른 이들과 팀을 이루고 갈등을 해결해나가야 하는 우리의 삶이 투영돼 있어서가 아닐까. 너무도 많은 어려움을 마주하고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는 우리의 삶과 달리, `미션 임파서블`을 극적으로 해결하는 스크린 속 주인공들은 우리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다.

도저히 해결 불가능할 것 같던 갈등으로 반목하던 아이언맨이 캡틴 아메리카를 향해 손을 내밀고, 우주를 위협하는 타노스에 맞서는 모습은 2019년 전 세계를 강타했다. 지난 10년간 켜켜이 쌓아 올린 마블의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종장(endgame)을 고하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지난 4월 개봉하자 많은 사람이 극장을 찾았고, 이 영화는 27억달러 이상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국내에서도 2019년 상반기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가 주요 악역이었던 `타노스`였다고 하니, 대한민국 역시 팀업무비 열풍의 예외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더구나 이는 상반기 내내 맹위를 떨쳤던 `미세먼지`를 제친 결과이기에 놀라울 따름이다.

어벤져스와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제작되는 캘리포니아는 팀업 무비의 산실이다. 흥미롭게도 이곳 캘리포니아에서는 또 다른 현실의 팀업이 이뤄지고 있다. 보일러와 온수기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여러 기업들이 이합집산을 통해 각자의 생존 전략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이가 있다면 국내 기업이 힘을 합쳐 도전하는 입장이 아니라, 왕좌에서 이합집산을 통한 다른 기업의 수많은 도전을 마주해야 한다는 점이다.

큰 탱크에 물을 데워놓고 필요할 때 사용하는 방식인 저탕식 온수기가 주를 이루던 북미 온수기 시장에서, 먼저 변화를 일으킨 건 일본 기업이었다. 60%대의 에너지 효율을 가진 저탕식 온수기에 맞서 80%대의 뛰어난 효율을 앞세워 일본기업들은 점차 시장을 넓혀 나갔다. 2000년대 중반에는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해 또 다른 공룡이 돼 가고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국내 보일러 기업이 98.8%에 이르는 초고효율 제품인 콘덴싱온수기를 기반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시장은 빠르게 콘덴싱온수기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일본기업의 견고한 철옹성이 사실상 무너졌다.

그러자 일본 기업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콘덴싱온수기 시장에서 반격에 나섰다. 기존에 자신들의 제품에 적용하던 동열교환기방식 대신 스테인리스 열교환기를 장착한 콘덴싱온수기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특히 가격까지 낮춰 공급하며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 이 전쟁은 보일러 시장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다다미` 문화인 일본은 보일러를 사용하지 않아 그간 보일러 사업의 해외 진출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에너지 자원이 고갈되고 환경 보호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콘덴싱이 전 세계적인 대세로 자리잡고 북미에서도 점차 콘덴싱을 중심으로 시장이 개편되자, 일본기업은 온수기 시장을 넘어 보일러 시장에까지 눈을 돌리게 됐다. 콘덴싱온수기뿐만 아니라 보일러시장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국기업은 일본기업이 시장 패권 장악을 위해서는 반드시 무너뜨려야만 하는 상대다.

접근법은 각자 다르다. 일본 온수기 시장 선두를 달리는 N사는 미국 보일러 업체를 인수하는 길을 택했다. 4억8000만달러라는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해가며, 스테인리스 열교환기를 적용한 콘덴싱보일러를 미국 기업을 통해 현지에서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국내 기업의 성공 모델을 좇아, 콘덴싱온수기와 보일러 시장 모두에서 압박하겠다는 명확한 제스처다.

반면 R사는 대한민국에 위치한 자회사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에게 시험해온 기술력을 기반으로 북미 시장에 제품을 공급해 시행착오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5월부터 선주문을 시작해 7월부터는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미국 정부의 정책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순간식 온수기를 생산하는 모든 기업들이 가정용 보일러 시장으로 진출한 상황이다.

시장 공략을 위한 팀업은 비단 일본 기업만의 현상은 아니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프랑스 등을 대표하는 굴지의 난방 기업들이 미국의 로컬 기업 인수에 뛰어들었다. 온수기에서 시작된 시장 경쟁이 북미 난방 시장 전체로 확전된 셈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목표는 하나. 보일러와 온수기 시장 모두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보일러 기업으로부터 시장을 탈환하는 것이다. 각자가 취한 방법은 다르지만 보일러와 온수기 시장 양쪽에서 총공세를 펼치겠다는 목적은 모두 같다.

비즈니스는 언제나 경쟁의 연속이다. 그래서 도전을 마주하는 것 역시 자연스럽다. 에너지 절감과 환경 보호를 위해 다져온 콘덴싱 기술력과 이를 통해 얻어온 고객 신뢰를 자산으로 도전자들을 마주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공공의 적이 돼 시장을 방어하는 상황이 녹록하지는 않다. 글로벌 기업들의 도전이 매섭기 때문이다. 대단원의 막을 내린 마블의 팀업 무비처럼, 콘덴싱온수기가 시장에 첫선을 보인 뒤 10년가량 펼쳐진 북미 보일러 및 온수기 시장의 전쟁도 바야흐로 최종장에 접어든 모양새다.

[이상규 경동나비엔 미국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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