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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Prism] `대학 규제`의 차이가 곧 미래 경쟁력 차이
기사입력 2019.07.25 0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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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폴란드의 바르샤바대학에 단기간 방문교수로 다녀왔다. 자유주의 체제 전환 30주년을 맞이한 폴란드는 그동안 외국인 투자 유입, 유럽연합(EU) 내 수출 증대,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해왔다. 수도 바르샤바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연구개발(R&D)센터가 다수 몰려 있다. 이처럼 외국계 기업이 활발하게 진출한 이유 중 하나는 EU 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 정도로 매력적인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인적 자원 수준이 우수해서다.

대학은 이 같은 인재 양성에 중추적 역할을 한다. 방문 기간 동안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200년이 넘는 전통의 바르샤바대 경쟁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30년도 되지 않는 젊은 비즈니스 스쿨에 관한 것이었다. 1993년에 설립된 소규모 사립학교인 코즈민스키대학은 파이낸셜타임스 평가에서 중부 유럽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 중 하나로 손꼽혔으며 세계 경영 교육의 3대 인증기관인 AACSB와 EQUIS, AMBA의 인증을 모두 획득했다. 이 같은 트리플 인증을 받은 경영대는 전 세계 1%도 되지 않는다.

바르샤바대 교수들은 경쟁자의 성공 요소 중 하나로 프로그램, 커리큘럼, 국제 교류 등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단과대학, 대학본부, 정부부처를 거쳐야 할 필요가 없어 의사 결정도 빠르다. 바르샤바대처럼 정부의 영향력이 큰 국립대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요소다. 명문 국립대가 정부의 규제적 요소로 인해 변화가 주춤한 사이 자율성을 가진 대학이 빠른 변화, 성장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 대학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베이징대, 칭화대 등 주요 대학을 통해 반도체 인재의 대규모 육성에 나섰다. 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고급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지만, 국내 대학에서는 관련 학과 정원을 확대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반도체 관련 분야뿐만이 아니다. 미국 스탠퍼드대는 컴퓨터공학과 인원을 지난 10여 년 동안 5배 정도로 늘렸고, 현재 컴퓨터공학과는 스탠퍼드대 공대에서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진다. 정원이 15년째 55명에 묶여 있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와는 대조적이다.

우리 대학들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은 수도권 인구억제책으로 정부가 수도권 대학의 총 입학인원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학과의 정원을 늘리려면 다른 학과의 정원을 줄여야만 하는 구조다. 따라서 특정 분야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증가해도 이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학과 정원조차 바꾸기 어려운 우리 대학들과는 대조적으로 세계 대학 교육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대학 역시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에서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2030년까지 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대학에 진학할 학생 수가 대학 정원 이하로 급감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트렌드는 더욱 빠르게 나타날 것이다.

게다가 기존 대학을 대체해 미래 산업 인력을 육성하는 대안적 교육기관들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미네르바스쿨과 프랑스 에콜42 등이 그 예다. 미네르바스쿨은 벤 넬슨이라는 벤처사업가가 설립한 교육기관으로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며, 전 세계 7개국에 기숙사를 두고 있어 학생들은 글로벌 체험을 통해 현지 문화와 산업을 배우게 된다. 프랑스 에콜42는 강사, 학비, 학위가 없는 실험적 학교로 통신 업체 `프리`의 자비에 니엘 회장이 디지털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 육성을 목적으로 설립했다. 학생들은 팀을 구성해 협업하며 IT 실무에 필요한 프로젝트 기술을 배운다.

니엘 회장은 "정부 지원을 받아 공교육으로 편입되면 혁신적인 교육 실험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이유로 정부의 지원기금도 거부했다고 한다. 불필요한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모든 규제가 철폐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자제품 등급화가 효율이 높은 제품 생산을 유도하고, 엄격한 환경 기준이 친환경제품 개발을 촉진하는 것처럼 좋은 규제는 혁신의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불필요한 규제는 손발을 묶는 걸림돌이 된다. 세계 대학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사회 수요에 맞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규제의 차이가 미래 경쟁력의 차이를 가져온다.

[오원용 미국 네바다주립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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