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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iz] `기하급수의 성장 시대`를 맞는 우리의 자세
The Exponential Age / 아짐 아자르
기사입력 2022.01.20 0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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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xponential Age
"산업화 시대(The Industrial Age)가 끝나고 `기하급수의 시대(The Exponential Age)`가 왔다."

지난해 9월 아짐 아자르의 신간 `The Exponential Age`가 나오자마자 사놓긴 했는데 읽지는 않았다. 서문부터 등장하는 알파벳 `J`자 모양의 성장 곡선을 보고 나니 마치 첫 장면에 결말을 들켜버린 영화 같아서. 산업혁명 시기를 지나고 난 인류는 빠른 기술 변화를 통해 J자 커브 곡선을 그리며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는 건 다소 식상한 논리였다.

하지만 지난주 책장 속에서 먼지만 들이켜고 있던 이 책을 다시 집어든 것은 순전히 다보스포럼 때문이었다. 전 세계 리더들이 스위스의 스키 리조트에 모여 머리를 맞대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다보스포럼` 시즌이 시작된 것이다. 올해는 오미크론 영향으로 오프라인 행사가 취소되고 영상으로 진행되면서 예전 같은 감흥은 떨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주목을 끌고 있다. 각국 최고 지도자들은 물론이고 비즈니스 리더들이 이렇게 한자리에서 자기 생각을 얘기하는 걸 들을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 그런데 사실 어느 토론에 가봐도 가장 중요한 건 사전 의제 설정이다. 처음부터 의제를 잘 잡아야 토론자도 그에 걸맞은 발언을 내놓지, 그렇지 못하면 수준 높은 토론자들을 모셔놔도 제 구실을 못하는 예가 많다. 다보스포럼에서 이렇게 중요한 사전 의제 설정 자문단에서 활동하는 이가 바로 저자 아짐 아자르다. 평소 수많은 지도자들과 직접 대화하면서 의제를 만들어가는 게 그의 일인데, 어떻게 그 힘든 일을 해냈는지 궁금해서 이책을 다시 집어들게 됐다.

아자르는 회사에 다니다가 나와서 본인이 직접 스타트업 기업을 만들어 매각도 해보고, 다른 회사에 투자도 해보고, 자문도 해주는 소위 `실리콘밸리형 사업가`다. 2009년 머신러닝을 도입한 소셜미디어 분석툴 회사를 설립해 큰 성공을 거두고 2014년 매각했다. 이후 2015년 `Exponential View`라는 뉴스레터를 창업했는데 이건 더 크게 성공했다. 어느새 실리콘밸리 창업가들이 꼭 찾아서 보는 뉴스레터로 자리매김하며 지금은 구독자가 20만명을 넘어섰다. 뉴스레터가 잘되면서 팟캐스트도 만들어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 다양한 연사들이 출연하기도 한다.

아자르가 지난 30년간 다양한 일을 해보면서 뉴스레터를 통해 배운 것을 정리한 책이 `기하급수의 시대`다. 그가 정의하는 `기하급수의 시대`는 4가지 핵심 기술군에 의해 급격히 성장한다. 컴퓨팅·에너지·혁신제조·유전자학 등 4가지가 인류를 기하급수적으로 성장시킨다고 본 것이다. 가령 인텔 공동 창업자 고든 무어가 1960년대에 만든 반도체 성능이 18개월에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은 기하급수의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 인공지능(AI) 컴퓨팅, 클라우드 컴퓨팅이 나오면서 무한 성장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아자르는 기하급수의 시대에 맞는 제품군, 가령 스마트폰 등을 놓고 보면 매년 가격 대비 성능이 10% 이상 향상된다는 `기하급수의 법칙`도 고안했다. 기하급수의 법칙은 매년 10%씩이 아니라 10%의 제곱에 비례해 성장하므로 그 폭은 더 커진다. 이렇게 빠른 성장이 수십 년에 걸쳐 누적되면 말 그대로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게 되는 셈이다.

아짐 아자르. [사진 제공 = The Futures Agency]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있다. 어떤 경제사회가 기하급수의 시대를 맞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다면 이때 평범하게 성장하고 있는 다른 경제사회와는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기하급수적 격차`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격차는 기술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세상까지는 아직 멀었다. 자율주행 기술이 날로 발전한다지만 아직 전 세계 어디에도 도로를 자유롭게 달리는 자율주행차가 없는 게 증거다. 저자는 여기서 기술과 인간에 관한 두 가지 어젠다를 던진다. 첫 번째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기업이 더 큰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즉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를 잃는 것은 기술 때문이 아니라 회사가 기술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두 번째는 신기술을 도입하면서 인간 자체가 소외되는 경우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저자는 여기서 하나의 해법으로 `보편적 기본소득`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설득한다. 일을 하든 하지 않든 상관없이 경제 구성원 모두에게 소득을 제공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을 실험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물론 나라마다 이에 뒤따르는 정치적·문화적 문제가 상당하고 경제적 비용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 하지만 저자는 `기하급수적 시대`에 복지국가를 재정의하는 방식이자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방식이 보편적 기본소득이 될 수 있다고 설득한다.

기술이 세상을 더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는 유토피아적 약속, 기술이 만드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더 높은 수준의 기술뿐이라고 믿는 테크노크라트들의 변명만 담긴 책이라며 비난해도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배울 만한 점은 기술 우위 사회에서 어젠다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새로운 기술 환경의 잠재력을 이해하고 현재와 미래 격차를 계산해낸다면 나름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기하급수의 시대를 살아가는 리더로서 조직을 책임지고 자기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는 새 시대의 문법을 익혀야 한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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