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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어쩌다 성공`에 목매다간 조직 망치는 지름길 간다
기사입력 2022.01.20 0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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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서 참으로 많이 관찰되는 현상 중 하나가 바로 초두효과다. 이른바 어떤 것에 대한 초반의 경험이 매우 끈질기게 지속되는 모든 현상을 아우른다. 잘 알려진 후광효과(halo effect) 역시 초두효과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어떤 대상, 특히 사람을 평가할 때 초반부에 가지는 어떤 강한 인상이나 느낌이 이후의 다른 측면에 대한 평가, 더 나아가 전체적인 평가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한다. 시험과 같이 무언가 학습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초두효과는 매우 강력하다. 공부를 시작한 초반부의 내용이 유난히 잘 기억나니 말이다.

물론 통계수학적으로 보나 현실적으로 보나 이러한 초두효과는 대부분 부적절한 일반화의 경향으로 봐야 한다. 왜냐하면 그 초반기 경험은 우연적 요소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개인이든 여러 사람이 모인 조직이든 초두효과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강력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 어떤 상황에서 이 초두효과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질까.

바로 초반부의 성공적 경험과 결합될 때다. 즉 초반부의 어떤 판단이나 행동이 긍정적이거나 성공적인 결과와 연결되면 그 지속력은 끈질기다 못해 집착적으로 변한다. 실험적으로는 방법이나 전략의 초두효과, 즉 근거 없는 방식의 초반부 성공을 상쇄하려면 적어도 다섯 배, 많게는 수십 배 이상의 이후 실패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연구 결과다. 그런데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경우가 바로 그 판단과 행동이 고육책이나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나오는 경우, 더 나아가 이른바 정신승리로 불리는, 불리하거나 나쁜 상황을 오히려 좋은 것이라고 왜곡하는 행위와 결부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에는 단 한 번의 성공이 그것도 최초 시도에서 나오면 이제 그 방법이나 전략에 대한 집착은 미신의 수준으로까지 올라가며, 이후 전혀 새로운 상황을 만나거나 심지어는 다른 대안이 이제는 얼마든지 존재하는 때에도 여전히 그 근거 없는 방법이나 전략의 초두효과는 끝을 모르고 진행된다.

아마도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이 자주 사용했던 그 악명 높은 반자이 돌격이 아닌가 싶다. 당시 분당 1000발 이상을 발사하는 웬만한 기관총 몇 대만 가지고도 돌격해오는 병력 수백 명을 단 몇분 만에 전멸시킬 수 있다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무장한 적진지를 향해 총검과 일본도를 휘두르며 자살에 가까운 형태의 무모한 반자이 돌격을 끊임없이 시도한 일본군은 미군 1명당 10명이 훨씬 넘는 사상자를 기록한 전투가 부지기수였다. 도대체 왜 이런 바보 같은 전략을 전쟁 내내 고수했을까? 전쟁 역사가들은 그 이유를 2차 세계대전 이전인 중일전쟁 때 최초의 반자이 돌격에서 약체 중국군을 상대로 톡톡히 재미를 봤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심리적 요인이 결부됐던 것으로 보인다. 언급한 것처럼 고육지책과 정신승리가 만나면 미신이 만들어진다.
당시 포탄 생산량이 미약했던 일본이 탄을 아끼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돌격 전술을 감행했으며, 여기에 신의 군대라는 맹목적 믿음이 이를 오히려 더 정신력을 키우는 호재라고 생각하는 왜곡적 정신승리가 결부되니 조직 중 누구도 이 바보 같은 전술에 반대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근거 없는 방법이나 전략이 초반에 성공적 결과로 이어지면 그 지속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 조직에서 끈질기게 없어지지 않는 관행이나 악습 중 이런 과정을 거친 것이 없는지 한 번쯤 살펴보길 바란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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