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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Focus] 전기차시대 곧 오지만…`석유의 종말`은 아직 먼 얘기
車 이외 항공·선박·석유화학부문은 석유 대체할 자원 마땅치않아
美, 셰일유전 공급여력 풍부해…올해 사우디 원유생산 제칠듯
국내 정유 황금기 버금가지만 中·중동 등 중장기 위협지역
LNG, 원거리 가스교역 대세로 시장연결·거래 풍부해져 가격↓
기사입력 2018.02.09 0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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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에너지기구 `세계에너지전망` 보고서 ② ◆

매일경제 비즈타임스는 새해를 맞아 모든 산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분야에 대한 기고를 연재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4회에 걸쳐 IEA의 대표적 보고서인 `세계 에너지 전망(World Energy Outlook) 2017`의 주요 내용에 대해 문답 형식으로 기고를 싣는다. 2회에서는 김태윤 월드에너지아웃룩 석유·가스 담당 분석가가 미래의 석유 수요 및 공급 전망, 정유 산업의 미래 등에 대해 들려준다.

―전기차의 약진에 따라 석유 수요가 정점을 찍고 점차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2017년은 전기차가 확실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배터리 가격의 빠른 하락과 더불어 여러 국가가 강력한 지원 정책 및 보급 목표를 발표하고 있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의 정책이다. 이들은 2040년부터 석유 기반 차량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중국 등 몇몇 국가도 유사한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확산되면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 세계에 보급된 전기차는 200만대 정도로 10억대에 달하는 전체 승용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성장세는 결코 미미하지 않다. 2040년 전기차는 전체 승용차의 15% 수준인 2억8000만대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의 확산 및 점차 강화되는 연비 규제로 승용차용 석유 수요는 2020년 중반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석유 수요의 정점을 얘기할 때 흔히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승용차 외에도 석유를 소비하는 다양한 분야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화물 수송용 트럭, 항공기, 선박, 석유화학이 대표적이다. 이 분야는 승용차 부문과 달리 석유를 대체할 만한 수단이 마땅치 않아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특히 석유화학은 아시아 지역의 탄탄한 수요 증가로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IEA는 전 세계 석유 수요가 현재 하루 9400만배럴에서 2040년 1억500만배럴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의 약진에도 석유 시대에 종말을 고하기는 아직 이른 것이다.

―향후 유가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

▶두 단계로 나눠 볼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을 제한할 만한 공급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미국 `타이트 오일(셰일층에서 생산되는 경질유)`의 증산 여력이 풍부하고, 유가 하락 이전에 투자가 이뤄진 브라질과 캐나다에서도 생산이 시작되고 있다. 실제 최근 유가 상승으로 탄력을 받은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올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설 전망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풍부한 공급에 가려진 위험(리스크) 요인이 있다. 예를 들어 전통 유전에 대한 투자가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 타이트 오일 투자는 유가가 회복되면서 활기를 띠고 있지만, 미국 외 지역으로 눈을 돌려보면 투자가 메말라 있다. 전통 유전에서의 생산량 감소분을 미국 타이트 오일이 무한정 채워줄 수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자원 부존량을 고려할 때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에서 생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석유 프로젝트의 특성상 현시점에 적절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2020년 이후 수급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2014년 이래 석유 개발 비용이 40%가량 하락했지만, 이 중 상당 부분은 일시적 절감 성격이 짙어 중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석유 개발 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의미고, 결국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의 핵심 산업인 정유 산업 전망은.

▶최근 정유 산업은 2000년대 중반 황금기에 이은 `준황금기(silver age)`에 돌입했다고 얘기할 정도로 양호한 시장 환경이 펼쳐져 있다. 또 2020년 선박용 연료에 대한 황 함량 규제가 발효되면 고도화 비율이 높은 정제 시설은 더욱 양호한 마진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시야를 넓혀 보면 도전 요인도 만만치 않다. 최근 중국, 동남아, 중동 등에서 다수의 정제 시설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들 시설이 가동되면 수출 지향형 정제 시설들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동 기업들은 원유를 수출하는 데서 석유제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또 중동은 물론 아시아 지역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석유제품 수요 패턴 변화 역시 정유 산업이 당면한 도전 과제다. 중장기적으로 석유화학용 원료인 `나프타(플라스틱 등 석유화학의 원료가 되는 석유제품), 액화석유가스(LPG), 항공유 등은 수요가 증가하는 한편 가솔린, 중유 등은 수요가 감소할 전망이다. 이런 제품 수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정유산업의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요인이 될 것이다.

―`액화천연가스(LNG)가 가스시장에 새로운 질서를 가져오고 있다`는 게 아시아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미국의 LNG 수출과 더불어 가스 교역에 있어 LNG의 비중 확대는 미래 가스 시장의 판도에 영향을 미칠 가장 중요한 요소다. 가스관(파이프라인)이 주도했던 과거와 달리 향후 원거리 가스 교역 증가의 90%를 LNG가 차지할 것이다. 이는 가스 시장에 새로운 질서를 가져올 것이고 아시아 수입국들에 기회가 될 것이다.

지역별로 분리된 시장은 LNG로 점차 연계될 것이다. 거래의 유동성 또한 풍부해질 것이다. 경직된 계약 관행들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으며, 전통적인 유가 연동이 아닌 다양한 가스 공급원 간 경쟁에 따른 가격 설정이 보편화될 것이다. 현재 25% 수준에서 2040년에는 전 세계 LNG 교역의 75% 이상이 가스 간 경쟁에 따른 가격으로 설정될 전망이다. 이런 변화를 공급 과잉에 의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견해가 있지만 IEA는 향후 지속적으로 강화될 구조적인 변화라 보고 있다. 시장 간 연결성, 유동성 및 유연성 부족은 `아시아 프리미엄`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시아에서 가스 가격이 높이 형성되는 근본 원인이다.
가스시장의 새로운 질서는 아시아 프리미엄의 점진적 소멸을 야기할 것이고, 아시아 수입국들의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할 것이다. 호주, 캐나다, 러시아, 동아프리카 등 LNG 공급자의 확대 역시 수입국들에는 긍정적 요인이다.

다만 새로운 질서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신규 공급을 위한 투자를 저해한다면 중장기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김태윤 월드에너지아웃룩 석유·가스담당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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