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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in Biz] 산업기술자를 개신교도라며 내쫓은 佛…산업 몰락 불렀다
1600년대 종교갈등 속에
`위그노`라 경멸하며 학살
독일·네덜란드서 대거 수용
국가적 산업 부흥의 발판 돼

인재지정학 따라 국가 흥망
대학 혁신·영어 활용으로
한국도 인재유입 환경 조성을
기사입력 2022.05.19 0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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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산업혁명의 핵심은 `인재지정학(talent-geopolitics)`이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25세 젊은 신학자 장 칼뱅에게서 시작된다. 장 칼뱅은 1536년 `기독교 강요`라는 책을 통해 신앙의 진정한 권위는 교회가 아닌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있음을 선언하고, 종교개혁과 개신교 확산에 불을 붙였다. 점차 많은 귀족과 지방에서 개신교를 믿게 되면서 당시 프랑스는 점차 전통 가톨릭과 개신교 간 종교갈등으로 내란과 동요를 겪게 된다. 1572년 성 바르톨로메오의 대학살도 프랑스 전역에서 가톨릭 교도에 의한 3만명에 달하는 `위그노(Huguenots)` 살육극이었다. 위그노는 당시 개신교를 믿는 평신도들을 경멸적으로 일컫던 말이다.

잠시 위그노파의 수장인 앙리 4세가 왕위를 계승해 1598년 낭트칙령을 공포하면서 개신교도들을 보호하기도 했으나, 결국 절대군주인 루이 14세가 1685년 이를 폐기했고 이후 5년에 걸쳐서 20만~100만명의 위그노가 프랑스를 빠져나간다. 그런데 문제는 개신교도였던 위그노는 젊은 지식인들이었고, 제철·염료·화학·정밀 기술 등 당시로선 첨단 기술을 보유한 사람이 많았다. 이들이 프랑스를 탈출해 전 세계로 흩어지며 프랑스 경제가 기울었고, 독일·네덜란드·영국·스위스 등 위그노들이 간 국가들에선 본격적으로 산업이 부흥하기 시작했다.

독일은 이들에게 많은 특혜를 제공하며 적극 받아들이고, 티센철강과 같은 강력한 철강 산업, 벤츠·BMW 등 자동차 산업의 본산이 됐다. 네덜란드는 위그노들에 힘입어 해양 기술을 발전시키며 동방무역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했다. 특별이민법까지 만들어서 가장 적극적으로 위그노들을 받아들인 영국은 섬유기술·기계공업에서 발전을 이뤘고, 위그노 중 한 명인 드니 파팽(Denis Papin)에 의해 시작된 증기기관의 연구가 성공하면서 본격적인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20세기도 마찬가지다. 이때 인재 유출의 대표적인 케이스는 유럽, 특히 독일에 거주하던 유태인들의 미국행이었다. 나치 독일 치하에서 위협을 받던 이들은 미국으로 건너가 과학혁명을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이들을 중심으로 개발된 원자폭탄·레이더·페니실린 등에 의해 독일에 승리한다. 폰 노이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화학자 프리츠 하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로 인해 20세기 초 미국은 고도의 혁신국가로 변모하고,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한다.

과학기술 인재는 그 나라의 산업과 경제, 그리고 미래를 결정짓는 국가 최고의 자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자본의 충분한 확보가 국가혁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간 국가들은 혁신의 동력을 잃게 되며 인재를 받아들인 국가는 이들의 도움으로 신지식을 창출하고 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다는 사실은 여러 역사가 증명한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기술인재들의 확보는 국가의 핵심 어젠다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미·중 기술패권 경쟁으로 이제는 기술지정학을 넘어 `인재지정학`의 단계로 접어들어 인재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이제 국가 간 전쟁이라고 할 만큼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디지털 인력을 5년간 230만명 양성하는 디지털 전원도시 구상을 추진한다. 디지털 기술인재 5만명을 해외에서 유치하는 전략까지 세웠다. 인도도 반도체 설계 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인도가 글로벌 반도체 허브로 자리 잡기 위해선 인재 양성이 급선무라고 역설한다. 싱가포르 또한 홍콩을 탈출하려는 기술인재들을 끌어들이려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각국은 이제 타국 인재들도 넘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어디에 있는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

첫째, 인재지정학의 시급한 상황 속에서 전통적인 교육 체계는 혁신적인 인재 육성·유치의 걸림돌이며,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다. 국내 연간 반도체 인력 채용 규모는 1만명에 달하지만, 대학에서 배출되는 전문인력은 이의 20%에도 못 미친다. 이제 직장과 학교를 순환할 수 있는 `넘나들기` 학사 및 석·박사 프로그램, 대학 학과의 학생 TO 풀링제, 대학 학과 개방 등 다양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서 급변하는 산업과 기술의 변화에 대응한 대학의 새로운 혁신이 시급하다.

스탠퍼드대는 개방형 순환 대학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학·석사 기간에 언제든지 자유롭게 캠퍼스와 직장을 오가며 배운 지식을 현업에서 활용하고, 부족한 지식을 다시 캠퍼스로 돌아와 채우는 방식이다. 대만은 대학에 방학 없이 1년 내내 운영하는 반도체 전문학교 등을 운영하려고 한다. 이제 대학을 넘어 산업을 포용하는 새로운 교육 체계의 도입이 시작되고 있다. 한국 교육 체계의 혁신은 인재지정학의 도전을 푸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둘째, 한국은 언어장벽으로 인해 글로벌 인재 밸류체인에서 멀리 동떨어진 섬과 같다. 영어를 쓰는 미국과 유럽은 인도 등의 뛰어난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 인재들이 핵심 인재로 참여하며 실리콘밸리 등에서 디지털 혁신을 이끌어 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 유학 온 해외 인재들은 우수한 교육을 받고도 영어를 쓰기가 불편해 하는 한국 기업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오히려 미국과 유럽, 본국에 돌아가서 혁신을 이끌어가고 있다. 인구 감소의 대충격이 시작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해외 우수한 인재들이 자리 잡지 못하는 한국의 환경은 글로벌 인재체인에서 한국을 더욱 고립시킬 것이다.
글로벌 인재를 품을 수 있는 국제화된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 인재지정학에서 한국이 도약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초강대국 미국과 실리콘밸리, 그 안을 들여다보면 위그노가 보인다. 21세기 위그노는 누구이며, 그들을 잡을 수 있는 국가는 또한 어디인가. `인재지정학`에서 승리하는 국가가 21세기를 이끌어가는 국가가 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김원준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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