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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Prism] 글로벌 고객 `공분` 안 사려면…역사·문화 감수성부터 키워라
기사입력 2019.12.05 0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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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가 VK에 새롭게 올린 러시아 지도. 크림반도가 포함되어 있다. [사진 제공 = 코카콜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주관 방송사 미국 NBC는 아시아에 대한 지정학적 이해가 풍부하다고 알려진 조슈아 라모를 해설가로 고용했다. 그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컨설팅 회사 공동 대표이기도 한데, 해설 도중 "한국인들은 일본이 한국의 변화에 아주 중요한 문화·기술·경제적 모범이었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라는 발언을 한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미화하는 듯한 이 발언은 한국인들의 분노로 이어졌고, NBC는 결국 그를 해고하게 된다.

이처럼 공적인 지위에 있는 인사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사회문제가 되는 것은 비교적 흔한 일인데 이는 해당 이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일반 국민 정서에 대한 감수성 결여로 인한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일본 유니클로가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는 광고 문구로 인해 여론의 도마에 올랐는데, 유니클로 측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으나 위안부 폄하 의도 여부와는 별개로 유니클로의 사회적 `감수성`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던 것도 비슷한 사례다. 한 국가 내에서도 정확한 문화적·역사적 지식과 감수성을 갖추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당 기업이 속한 국가를 넘어 다른 나라의 역사, 문화, 국민 정서를 고려한 경영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글로벌 기업이 직면하는 문제는 훨씬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1월 코카콜라에서 발생한 사건은 그 좋은 예다. 새해를 맞아 코카콜라는 러시아 소셜미디어 브이케이(VK)에 러시아 지도를 올렸다. 그런데 이 지도에는 당시 국제 사회에서 뜨거운 문제였던 크림반도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 2013년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는 유럽연합(EU)과의 무역 협정 준비를 중단하고,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서부 친유럽계 시민들의 거센 항의 시위에 직면하고 결국 2014년 2월 축출된다. 이때 러시아는 새로운 우크라이나 정부와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 간 내전을 틈타 크림반도를 병합하는데, 이 사건은 9000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아주 민감한 사안이었다. 이제 크림반도를 자신의 영토로 여겼던 러시아 국민들은 코카콜라에 비난을 퍼부었고, 코카콜라는 실수를 만회하고자 크림반도를 포함한 지도를 발표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노한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코카콜라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고,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코카콜라는 논란이 된 지도를 삭제한다.

코카콜라 경영진이 크림반도 문제에 대한 의견을 가질 수 있고, 해설가 라모 역시 한국과 일본 간 관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가지고 있겠으나,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논쟁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기보다는 그들에게는 해당 이슈가 각 나라 국민에게 얼마나 민감한 문제였던가에 대해 역사적·문화적 감수성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타 문화에 대한 존중이 지나친 나머지 민주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가치를 훼손해 국제 사회의 비난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스웨덴 가구 전문 업체 이케아는 시장의 취향이나 문화적 표준에 맞춰 전 세계에 서로 다른 카탈로그 버전을 60개 이상 출시하는데, 2012년 여성을 삭제한 사우디아라비아판 카탈로그를 내놓았다. 사우디는 여성이 남성 보호자 허락 없이 여행하거나 중요한 의학적 치료를 받는 것을 금지하는 등 차별적 관습으로 인해 국제 사회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사우디가 마케팅 카탈로그에 여성을 활용하는 것까지 금지한 것은 아니었기에 고객은 물론 스웨덴 정부 인사들로부터도 비난이 쏟아졌고 이케아는 결국 사과문을 발표하게 된다.

글로벌화한 세계에서 글로벌 기업을 관리하는 것은 각 나라의 역사, 문화, 정치, 경제 상황에 대한 적절한 지식뿐만 아니라 그러한 요소를 둘러싼 해당 시민들의 역사관과 문화관을 이해하는 감수성, 그리고 어떤 경우에 보편적인 도덕성 기준을 적용하고 어떤 경우에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판단력을 요구한다.
기업은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전 충분한 시장 조사와 학습을 통해 그 나라 문화와 소비자들의 인식에 대한 지식을 쌓아야 한다. 나아가 문화적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현지 업체와 협력하고, 그 나라에서 발생한 중요한 사건을 알려 주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는 감수성의 부족으로 인한 실수의 대가도 과거보다 훨씬 크게 치러야 하는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

[송명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롱비치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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