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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in Biz] 새로운 한옥 등장 막은 `사농공상 유전자`
기사입력 2018.05.11 0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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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도시의 한옥은 도시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진화 대안이었지만, 한옥마을이나 사라져가는 한옥을 보면서 묘한 향수를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한옥은 전통의 복원과 개량에 치우쳐 있었다. 유교적 전통 유산을 연구한 정성호 교수는 공자의 `상하질서 강박`과 `정밀 강박`에 대한 유교 이념이 우리에게 잠재돼 있다고 했다. 유교 정신의 산물인 조선 도성과 한옥에도 이런 역사적 유전자가 숨어 있다.

규장각 교양총서 `조선 양반의 일생`에 따르면 과거의 칸(間)은 기둥 두 개 사이 또는 기둥 네 개로 이뤄진 공간을 가리키며 칸에는 절대적 크기가 없고 어떤 부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한 칸의 크기도 다양했다. 세종은 "대소 신민의 가옥에 정해진 제도가 없어 (중략) 상하가 그 등위가 없으니 실로 온당치 않은 일"이라고 하면서 신분에 따라 집의 칸수를 규제하고 부재와 장식에도 제한을 두도록 하였다. `경국대전`에는 대군 60칸, 왕자군이나 공주 50칸, 2품 이상 문무관 40칸, 3품 이하 30칸, 서민 10칸으로 신분별로 지을 수 있는 집의 최대 크기가 나온다. 집의 규모를 표시할 때 여러 채의 칸수를 모두 합해 99칸을 넘지 않는 가사 제한이 있었다.

다듬은 돌, 공포와 단청에 대한 규제도 있었다. 노비들이 기거하는 행랑채는 사랑채나 안채보다 기단부터 낮게 하고 규모나 층고도 낮게 해 낮은 신분의 사람들이 쓰는 공간임을 쉽게 드러나도록 했다. 결국 높은 천장의 가옥은 신분의 위세를 드러내는 것이고, 그 격이 맞지 않는 경우 대표적인 불충의 사례가 될 수 있었다. 조선은 사화와 당쟁을 겪으면서 이러한 불충의 지표가 경쟁자에게 미묘한 단서가 될 수 있었다. 서로 조심했을 것이다. 근대화 시기인 갑오경장(1894)에 이르러 신분제가 없어지며 가사 규모와 양식의 제한이 사라지긴 했지만 이때까지 오랫동안 다양한 건축과 주거 형식의 실험과 창발은 제한된 것이다. 사농공상의 신분적 상하강박과 중국 `주례 고공기`의 도성과 궁궐에 관한 규범에 기초한 형식적 정밀 강박이 근대화 시기까지 새로운 한옥 건축의 실험과 대규모 실내 공간 등장의 걸림돌이었다.

군산의 근대 일본 사찰인 동국사(1913)에는 대웅전과 승려들이 거주하는 숙소(요사체)를 연결하는 실내 연결 통로가 있다. 실용적 필요에 따라 다리를 연결해 사찰 건축 자체를 편리하게 만들고 있다. 반면 한국의 전통 사찰은 대부분 별동형 대웅전만을 지형에 맞춰 건축하는 규범적 경직성이 고수되고 있다. 한옥이 보존과 개량에만 치우치지 않고 새로운 실험의 진화 대안이 필요한 이유이다.

일본 건축가 구마 겐고는 훨씬 더 진화된 방식의 실험을 보여준다. 2020년 도쿄올림픽 경기장을 설계하고 있는 그는 일본 기후현 히다다카야마시 지역의 전통 목재 장난감인 `치도리`의 못 없이 목구조를 연결하는 맞춤형 결구 방식을 응용해 2007년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치도리 파빌리온을 만들었다. 이후 치도리 가구는 물론 GC박물관 리서치센터(2010), 다자이후 텐만구 스타벅스점을 발전시켜 도쿄의 서니힐 프로젝트까지 완성했다. 특히 다자이후 스타벅스는 6㎝ 나무 각재를 엮어서 만드는 세계 유일한 스타벅스 매장 건축물을 제안해 시애틀 본사와 지점 오너인 마쓰모토 유조(宋本優三) 씨의 동의를 얻어 일본 목조 장인의 최고 기술을 보여 줄 수 있는 매장을 만들었다. 실제 목조 구조재의 실현도 GC박물관과 같이 3개의 부재가 한 지점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4개의 부재가 약간 어긋나면서 빗각으로 교차하도록 하는 `어긋매낌`의 경사 부재로, 장식재가 아니라 지붕 구조를 지탱하는 목조 구조 방식을 고안했다.


홋카이도 메무 메도 실험 주택도 `치세`라고 불리는 아이누족 전통 주택의 형상과 화로를 새로운 재료와 공간 기법으로 만들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숙성된 전통 지혜를 포용하여 세계를 열광하게 만드는 새로움이 숨어 있다. 지금 한옥의 진화에 꼭 필요한 성찰이다.

[천의영 경기대 교수·경기융합타운 마스터 아키텍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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