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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in Biz] 스타일리시한 패션이 된 `佛 68운동`
기사입력 2018.05.04 0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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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패션위크가 한창일 무렵 명품 브랜드 `구찌`에서는 당시 가을·겨울 캠페인으로 `GucciDansLesRues(Gucci in the Street)`라는 캠페인 필름을 출시했다. 이 캠페인은 흥미롭게도 1968년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났던 `68운동`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었다.

바로 몇 주 뒤 파리에서는 또 다른 명품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의 2018 가을·겨울 패션쇼가 열렸다. 디올의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가 선택한 추동 컬렉션의 테마 또한 파리의 68운동을 배경으로 삼고 있었다. 디자이너들 간에 이런 공명감이 형성된 데는 올해가 68운동 50주년이자 최근 들어 집회·시위를 더 멋지고 스타일리시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유행이 한몫했다.

파리 68운동은 여러 역사적 시위와 비교할 때 매우 독특하고 이례적이었다. 정치적이기보다 문화적이고 예술적이었다. 사회 전반에 걸쳐 더 이상 집단주의적 사고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수 없음을 명백히 한 사건이었다. 운동에 참여했던 대학생들은 몽상가였고, 자유주의자였다. 그들의 슬로건은 당시 대통령이었던 샤를 드골이 도망 다닐 정도로 사회의 기저를 흔들었다. 일반 시민들과 정치인의 화합할 수 없는 간극(Gap)을 그대로 드러냈다. 정치인들은 변화된 `시대정신(Zeitgeist)`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에 갇혀 있었다.

드골이 보기에 딱히 정치적 숙적도 아니었던 젊은 세대의 반란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가끔 이런 신구 세대의 단층적 가치관의 간극을 역사에서 보곤 한다. 한국에서도 촛불시위 때 광화문을 가득 메웠던 일반 시민들과 아직도 태극기를 흔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보수단체들 사이에는 결코 화합할 수 없는 단층이 존재한다.

트렌드 전파에 대해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해 얘기한다. 첫째는 상류층 하이엔드 소비자들의 유행이 중류·서민층으로 번지며 형성되는 하향 전파고, 둘째는 반대로 거리의 유행이 상류층 하이엔드 패션에 영향을 끼치며 거슬러 올라가는 상향 전파다. 이런 시대에 패션은 어느 때보다 정치적이다. 흥미롭게도 모두 상향 전파의 시대에서 패션은 늘 정치적이었다.

역사적으로 상향 전파는 1960년대 히피패션, 1980년대 슬로건 패션 등이 대표격이다. 당시 사회적 상황을 돌이키면 젊은이들의 거리 문화가 언더그라운드에서 튀어나와 사회 주류 문화들을 잠식하던 때였다.

2018년의 모습 또한 다르지 않다. 더 이상 집단적 사고방식으로 개인을 억압하는 것을 사람들은 참지 못한다. 조직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기 위해 쉬쉬하던 성추행들은 `미투(#metoo) 운동`으로 낱낱이 까발려지고 있다. 어느 재벌 기업 자제들의 갑질 양상에 분노해 그 회사 직원들을 중심으로 뭉쳐 이들의 행각을 고발하는 단톡방을 만들었다.

구찌의 캠페인 필름에서 젊은이들은 구찌 옷을 입고 파리에서 슬로건을 부르짖으며 시위를 한다. 누군가의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서로 어울려 웃기도 한다. 그들은 모두 구찌 옷을 입고 있다.

크리스챤 디올의 쇼도 마찬가지였다. 패션쇼장은 외관과 내부 장식 모두 68년의 파리운동을 기록한 사진들로 콜라주돼 있었다. 모델들은 당시 패션을 재현한 옷을 걸치고 1968년의 여대생들처럼 런웨이를 행진했다.

`1968년의 거리가 이렇게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과 어울리는가` 따위의 질문은 접어두기로 하자. 패션은 옳거나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는 사회운동이 아니다. 마음속에 인식된 어떤 장면과 순간, 정신, 생각이 자유롭게 반영되는 거울일 뿐이다. 패션을 통해 읽을 수 있는 것은 지금 대중적인 심리가 어디로 흐르고 있는가에 대한 솔직한 답이다.

패션이 말하고 있는 지금의 시대정신은 68운동을 하나의 축제, 젊고 열정적이었던 자유인들의 축제로 바라보고 있다.
이 시대의 모습이 훗날 어떻게 기억될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시대에는 구태의연한 이야기들이 도무지 먹히기 어렵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우리는 개인주의 위에 토대를 쌓은 새로운 공동체의식을 보고 있다. 무엇보다 이 시대에 통하는 담론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김소희 `김소희트렌드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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