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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Prism] 결과만 정의로우면 된다? 절차적 정의도 못지않게 중요
기사입력 2017.09.08 0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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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그래비티 페이먼트라는 신용카드 결제회사의 CEO 댄 프라이스의 얘기가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전체 직원 미팅에서 갑자기 향후 3년 내에 전 직원 120명의 연봉을 최소 7만달러(약 8000만원)로 올릴 것이라고 발표했고, 이를 위해 자신의 연봉을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 같은 결정에 언론에서는 `이상적인 경영자` `노동자 계급의 영웅` 혹은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와 같은 찬사를 보냈다.

시간이 지난 후 이 회사의 도전 결과는 어떠했을까? 이직률은 감소했고, 구직자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직원들의 출산율, 주택 구매 등도 늘었으며, 당연히 행복도 역시 크게 증가했다. 신규 고객은 55%나 증가하고, 고객 이탈률은 9%에서 5%로 감소했으며, 이에 따라 경영 성과도 매출은 전년 대비 35%나 증가하고, 수익도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게다가 감동받은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프라이스에게 자동차까지 선물했다고 하니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인다.

그런데, 모든 이들이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 회사 지분 30%를 보유했던 공동 창업자인 친형이 주주 이익을 침해했다고 프라이스를 고소했고, 우수 직원 몇 명은 단순히 출근 도장만 찍는 직원들이 자신과 똑같은 돈을 번다며 퇴사했다. 일부 고객사들은 발표 직후 가격 인상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이들은 왜 이 같은 반응을 보였을까?

경제학적 관점에서만 보면, 사실 이 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 가치 이상의 연봉은 비용만 증가시킬 뿐이며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동기부여를 가져오지 못한다. 게다가 업무 가치 및 개인 역량과 무관한 동일한 연봉은 형평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성과가 높고 업무 역량이 뛰어난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그들이 투자했던 과거의 교육, 경력, 스킬 등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니까 말이다. 아마도 프라이스 역시 이러한 점을 완전히 간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연봉 인상은 비즈니스 전략이 아니라 도덕적 책무"라고 했다. 즉 경제적 결과보다는 정의의 관점에서 보상의 문제에 접근한 것이었다. 필자도 정의의 관점에서, 특히 자신의 연봉을 삭감하면서까지 연봉을 인상한 것은 경영자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런데 정의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개념이며, 그러한 측면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한 결과의 정의에는 집중했지만 과정의 정의에는 다소 소홀했다. 절차적 정의는 의사 결정의 결과보다는 그 과정이 얼마나 공정하고 정당한지에 더 관심을 갖는다.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르네 마보안 교수가 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기고문에 따르면 공정한 절차를 위해서는 의사 결정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참여(engagement), 정확한 상황에 대한 설명(explanation), 그리고 결정이 미칠 영향에 대한 명확성(expectation clarity)의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프라이스의 결정이 공동 창업자, 임직원들, 고객들과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충분한 논의 과정 후 이루어졌다면 갈등을 보다 최소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공정한 절차를 거쳤다고 해서 반드시 결과가 정의로운 것은 아니며, 모든 이해관계자가 동의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또한 대부분의 기업과 사회의 의사 결정들은 다양한 이해관계와 가치관이 얽혀 있기 때문에 어떠한 결과가 정의로운지 판단하기 매우 어렵다. 게다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항상 정의에 기반해서 행동하지도 않고, 그렇게 기대할 수도 없다. 그러나 절차적 정의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설령 원하는 바가 나오지 않더라도 과정에 대한 신뢰가 크다면 많은 사람들이 보다 쉽게 결정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 교수의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가 우리나라에서 20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정의를 갈망하고 있는지 모른다. 최저 시급 1만원, 비정규직 철폐, 공정 경쟁의 기회 보장 등 기업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경제 이슈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우리는 중요한 의사 결정이 올바른 정보와 다양한 이해관계를 최대한 반영함으로써 공정한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정의로운 결과는 중요하다. 그러나 결과에 이르는 절차적 정의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오원용 미국 네바다주립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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