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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심리학] 밥먹을땐 개도 안 건드린다? 직원들 휴가땐 카톡도 말라
기사입력 2017.08.11 0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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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는 지불 분리(payment decoupling)라는 용어가 있다. 관련 연구자들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지불 분리를 선호한다. 무슨 이야기냐? 특정한 물건을 사든 아니면 여행 상품을 고르든 간에 사람들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구입의 즐거움을 `갉아먹는 것을` 줄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놀이동산에서 자유이용권을 구입하지 않고 놀이기구를 탈 때마다 이용권을 구입해야 하면 사람들은 탈 때마다 이걸 탈까 말까 고민하게 된다. 또한 놀이기구를 탄 뒤에도 내가 그만큼의 돈을 낼 만큼 재미있었나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저런 생각이 늘어나 놀이동산에서 보내는 하루의 즐거움이 반감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부분 속 편하게 자유이용권을 구입한다. 비록 놀이동산을 나오면서 꽤 많은 경우 `오늘은 몇 개 타지도 않았는데 자유이용권을 구입하지 않고 탈 때마다 티켓을 살걸 그랬어`라고 후회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말이다. 이와 같은 사례를 두고 `사람들은 지불 분리를 선호한다`고 이야기한다. 지불 분리는 물론 과소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신용카드가 전형적으로 소비의 즐거움과 지불의 고통을 분리시키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부분의 경우 종량제보다는 정액제를 선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올 인클루시브(All Inclusive)`로 유명한 여행업체인 클럽메드는 이런 지불 분리 선호 현상을 자신들의 가격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최초의 회사 중 하나로 연구자들은 꼽고 있다. 이 회사는 여행이나 휴가 중 식사를 하거나 여러 레저 활동을 즐길 때마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사전에 정액제로 구입하게 하여(올 인클루시브) 비용에 대한 걱정(더 정확하게는 생각) 없이 여행을 즐기게 만들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보편적인 여행 상품의 형태가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여행을 다녀와서 사람들에게 그 여행에 대한 만족도를 물어보면 응답한 만족도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소비할 때마다 비용을 지불해서 상대적으로 더 저렴하게 유사한 여행을 즐긴 사람들보다 `올 인클루시브`로 즐긴 사람들이 더 자신의 여행을 행복하게 기억하더라는 것이다.

이런 지불 분리 선호 현상이 있기 때문에 회사는 휴가 중인 직원들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휴가 중 일 때문에 이를 방해 받게 되면 아무리 그 방해가 작고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직원들은 휴가와 휴식을 위해 자신이 지불하는 비용을 생각해보게 된다. 지불과 즐거움이 분리되지 않아 이른바 비용 결합(payment coupling)이 일어난다. 따라서 휴가의 즐거움은 급전직하하게 된다. 둘째, 이 점이 더 중요하다. 휴가와 휴식을 망친 주범이 회사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니 먹지 않아도 될 혹은 먹어야 할 욕 이상을 회사가 먹게 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리더나 회사 입장에서도 억울한 대목이다.

조직에서 구성원에게 휴가나 휴식을 부여할 때는 보낼 때 못지않게 보내고 난 뒤에도 조심해야 한다. 사소한 방해라도 그들에게 일어나고 있지 않은지 말이다. 자신의 행복과 즐거움을 갉아먹는 비용이 회사라는 생각을 직원들이 가진다고 가정해 보시라. 그 직원들이 조직에 충성하고 헌신하고 싶은 생각이 들겠는가. 말씀은 이렇게 드리면서도 필자 역시 몇 주 전 휴가를 즐기고 있는 연구원에게 사소한 질문을 메신저로 하고야 말았다. 잠시라도 그 연구원의 휴가를 지불 결합시켜 망쳤다는 죄책감에 마음이 영 편하지 않았다.
방해해서 미안했다는 말과 함께 점심을 샀고, 연구실 컴퓨터 앞에 한 장 인쇄해서 붙여 놓았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 쉬고 있을 때는 누구도 안 건드린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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